술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뉴미디어가 성공하려면? 에버그린 콘텐츠,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물론 꼭 기사 형식일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떤 내용을 담던 시청자에게 끝까지 소비될 수 있어야 한다. 에버그린 콘텐츠의 조건을 여러 가지 생각해봤다. 우선 1. 외연을 넓힐 수 있고 2. 있는 그대로 날것을 담으며 3. 모바일 세대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콘텐츠는 바로 '술'이다.
-신문과방송 No.540호 <모바일 향한 바쁜 발걸음 수익 전망은 '아직 흐림'>
http://www.kpf.or.kr/synap/skin/doc.html?fn=XLKDUDOJXUNOKAW.pdf&rs=/synap/result/upfile/MediaPds/
외연을 넓히다
외연을 넓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관통하는 키워드로 여러 가지 주제를 담으면 된다. 모바일은 소비되는 속도가 빠르다.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휙휙- 스크롤 넘겨 가며 클릭하는 모습을 고려한다면 지극히 당연한 업계 생리다. 결국 살아남으려면 지루하지 않아야 하고, 외연을 넓히는 수밖에 없다.
쉽게 설명하자면 무한도전과 1박2일을 떠올리면 된다. 무한도전은 매주 다양하게 도전하며 봅슬레이, 추격전, 무한상사, 가요제를 다뤘다. 그만큼 다양한 소재로 10년 넘게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다. 1박2일은 매주 다른 지역으로 여행 간다. 복불복, 입수, 까나리 액젓이 여러 번 등장하지만 그래도 배경에 따라 연출, 상황이 달라지며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콘텐츠는 술이다. 술은 킬러 콘텐츠다. 폭넓은 주제, 인물, 배경, 상황을 다룰 수 있다. 술자리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주, 맥주, 양주, 와인, 칵테일, 막걸리, 사케, 폭탄주 등등. 주종에 따라 안주도 배경도 달라진다. 그만큼 외연을 넓힐 수 있어 소구 되는 독자층도 많고 지루할 틈이 없다. 매번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술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
-스브스뉴스 레이바
https://www.youtube.com/watch?v=C4740lb4g20&index=13&list=PLXcpBEdU3TkI5sN7tNnEMoAozJVrazuA9
방구석 혼술 라디오가 콘셉트다. 혼술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외연을 넓힌다. 젊은 꼰대, 친구의 커밍아웃, 휴학고민, 소개팅, 자취 방법까지. 술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A부터 Z까지 다룬다. SBS가 자신 있게 내놓은 자식들이라는 말처럼 기성 미디어에서 가장 성공한 뉴미디어가 아닐까 싶다.
있는 그대로 날것을 생생하게 담다
스마트폰은 시청자와 가깝다. 물리적 거리를 넘어 심리적으로 가깝다. TV 시청은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두 발 뻗기 편한 장소에서, 시간을 확보해서, 마음먹고 리모컨을 켜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다르다. 스낵컬처라는 말이 나오듯 학교나 직장에 가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혹은 점심 먹으며 가볍게 소비한다. 짬 내서 아무 때나 볼 수 있다. 그만큼 시청자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셈이다. 기껏 거리를 좁혔는데 굳이 점잖게 포장할 이유는 없다. 그보다 장점 살려 있는 그대로 날것을 담는 게 좋다.
그리고 역시 거리를 좁히는 데는, 술만 한 게 없다. 흔히 “술을 같이 마셔봐야 그 사람을 안다”고 한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반주 수준을 넘기는 것이다. 온전히 취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내면 가장 밑바닥을 파헤치고, 그의 세계와 삶을 집중 조명할 수 있다. (사담이지만 <엽기적인 그녀>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견우에게 술을 왕창 먹인 것도 이러한 이유인 것 같다.)
-이슬라이브
https://www.youtube.com/watch?v=8RIPOR-ASVY&list=PLp10Ugee8zfe090ZEOXMQjVaJHCShtN_r&index=12
무대에서 내려와 술자리로 다가왔다. 원더걸스가 “Why so Lonely”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됐다. 보통 연예인 하면 거리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거리감을 좁히고 친근함을 얻었다. “코 빨간 거 귀엽다. 술 마셔도 노래 잘한다. 너무 취했잖앜ㅋㅋ” 같은 댓글을 볼 수 있다.
-음주핑퐁
https://www.youtube.com/watch?v=nPYQQY7J9bc&list=PLN33YO-ypheyDGCz9cLZwG23yxkKqq4B5&index=18
같은 질문을 한다. 술 마시고 Before/After가 다르다. 핵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취하는 모습이다. 풀려가는 눈빛과 꼬여가는 혀와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의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다. 댓글 보면 “낄끼(끼어들고) 하고 싶다” 등등. 이만큼 거리 좁힌 콘텐츠가 또 있을까 싶다.
모바일 세대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다
사실 모바일이라고 다 같은 모바일 세대가 아니다. 95년생을 기준으로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로 나눠진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이 다르고, 20대 후반~30대 초반이 다르다. 가운데 낀 20대 중반은 약간 걸쳐져 있다. 개인적으로 모바일 세대에서 타깃을 좁혀 Z세대에게 가장 잘 어필한 뉴미디어는 쥐픽쳐스가 아닌가 싶다. 해외여행 꿀팁 동영상이 있다. 수능 보고 혹은 대학 입학하고 해외여행 처음 가는 10대 후반~20대 초반에게 굉장히 유용하다. 그 외 닷페이스, 스브스뉴스, 딩고, 피키캐스트 같은 성공한 매체는 몇 년 전부터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들이 공통적으로 즐기는 게, 바로 술이다. Z세대건 밀레니얼세대건 이들은 N포세대다. 취업,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 다 포기하고 남는 교집합이 술밖에 없다. 술은 성별, 지역, 세대, 계층을 떠나 모두가 즐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모바일 세대는 뮤지컬, 전시회, 클래식 같은 고급 콘텐츠를 즐길 시간과 돈과 여유가 없다. 대학생은 시간은 있으나 돈이 없고, 직장인은 돈은 있으나 시간이 없다. 결국 이들의 문화는 술로 귀결된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문법으로 최대한 질리지 않게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등장하는 인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모바일 세대가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니즈(Needs)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결국 뉴미디어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콘텐츠는 ‘술’이 되지 않을까 싶다.
Ps. 술을 잘 다룬 몇몇 콘텐츠를 소개했습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직접링크를 첨부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링크 타고 해당 페이지로 넘어가서 시청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