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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May 18. 2024

157.  ‘상식(常識)’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57

상식(常識)’은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을 말한다. 즉, 특정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이 알아야 할 지식을 습득하면 이를 기본 교양이라고 확신하게 되는 개념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정상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이해력․판단력․사리분별능력 등을 통칭하는 데 흔히 사용된다. 하지만 정상이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이라 볼 수 없다. 쉽게 말하면 그냥 알고 있는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자연스러운 판단력 등의 개념이다.

이처럼 상식에 대한 정의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명확하게 정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종이나 머슴이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운동해야 한다는 말은 상식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초중고 미성년자 시절 헌법과 법률에 따른 의무교육 기간에 배운 내용은 남들과 다 같이 배운 사회에 공통된 지식이 맞기 때문에 상식의 척도가 될 수 있고, 해당 국가, 지역, 사회에 속하는 구성원이면 모두가 알만한 정보들을 상식으로 취급하는 편이다. 이처럼 천차만별인 상식의 기준을 단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상식의 정의 문제보다도 상식의 위상과 상식이 가지는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많은 사람이 상식이라 믿고 있는 내용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옳고 그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식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 위상과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에 의한 다양한 상식은 많은 가치판단의 문제에 있어 비난의 대상이 될 때도 있다. 특정 계층이나 세대, 지역에서만 성립하는 상식이나 상식의 기준이 다른 경우 좀 더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특정 집단에서 암암리에 성립된 상식으로 타 집단을 따돌리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상식을 무조건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고 있었던 지식이나 행동 지침들이 잘못된 경우나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누구나 명백하고도 분명한 진리라고 믿는 상식의 오용과 실패 사례는 무수히 많다. 한 번쯤 비판과 의심을 통해 걸러내어진 상식이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생각 없이 수용한 상식은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을 훼손하기도 한다. 어느 영역에서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상식의 맹목적 믿음과 진실에 위험성이 숨어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해야 할 상식의 비밀이다.

 수치심은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감정이다. 또한, 타인이 내게 기대하는 것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이러한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도덕률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경우 사회화 과정에서 상식이 내면화되면서 도덕률이 생긴다. 그래서 로버트 풀검은 유명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에서 삶의 지혜는 배움의 꼭대기인 대학이 아니라 배움의 뿌리인 유치원의 활동 속에 인생의 원리, 인간관계 법칙, 위생, 사랑, 환경, 정치와 평등, 건강한 삶 등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문제의 올바른 답이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옳고 그름선과 악진실과 거짓 등의 진정한 상식에 대한 지혜가 아닌가.

이렇게 상식은 고귀하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보잘것없는 것 같지만늘 우리들의 옆에 지키며 우리들의 언행을 뒷받침해 주는 튼튼한 도덕률이다. 훌륭한 사람으로 존경받지는 못할망정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최후의 보루가 상식이다. 아니, 상식적으로만 살아도 존경받는 세상인가.

상식이란 말을 가장 많이 쓰는 집단이 정치인이다. 본인들이 가장 상식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입에 달고 사는 것이겠지만, 정말 국민의 상식과 생각으로 길을 가는 정치인을 한번 보고 싶다. 늘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여 민심에 부응하겠다고 말하지만, 이 나라가 상식적이라고 판단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의심스럽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나라라고 믿는 사람이 더 많을 듯. 그들의 법보다 국민의 상식이 더 날카롭고 이 사회를 지탱해 가는 흔들림 없는 기준인 것을 알고는 있을까. 그들의 상식이 아닌 국민의 상식이 돌아오는 날은 있기나 한 걸까.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상대적인 가치가 바로 상식이다. 상식은 나라나 문화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같은 국가라고 하더라도 세대나 지역에 따라서도 매우 다르다. 일반적으로 자녀들은 부모들 상식의 표준으로 세상사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상식의 가르침도 중요하지만, 상식의 상대성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교육하고 가르쳐야만 진정으로 건강한 상식이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기본 원칙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상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비상식과 편법이 상식과 정상처럼 판을 쳤는가. 권력과 재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큰소리치고 대접받은 사회는 아니었던가. 힘없는 서민들에겐 서슬 퍼런 칼도, 힘 있고 가진 자들에게는 무딘 날이 되어 면죄부 주기에 바빴다. 아직도 사회 각 분야에서 비리가 난무하고, 수많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기본과 상식 부재가 빚은 부끄러운 장면들이다. 새로운 미래는 부도덕한 권력이나 자본이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다. 미래는 바로 상식적인 보통 사람들의 건강한 삶과 꿋꿋한 실천 속에서 이루어진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보통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누구나 권리를 누리고 또 그러기 위해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바라는 미래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것이 필요하진 않다.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살피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진리에 어긋나지 않게 선택과 판단을 하면 된다. 그러면 큰 문제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끌리는 사람도 가만히 살펴보면 머리가 꽉 찬 똑똑한 사람보다 마음이 꽉 찬 사람이 좋다.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보다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너무 똑똑한 사람에게는 다가가는 것부터 부담스럽다. 무엇을 하든 늘 나와 비슷한 말이 통하는 사람보다 좋은 사람은 없다.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고 계산적인 사람은 사절이다. 바둑에 장고 끝에 악수 둔다.’라는 말이 있고, 너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은 진정한 사유가 없다는 역설도 숨겨져 있다. 한마디로 생각이 가볍다는 말이다. 늘 마음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상식적인 사람이 그리운 시대다.

요즘은 뭐가 되었건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비상식과 비정상이 판을 쳐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식을 지키는 지도자나 리더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상식으로 살아가는 국민도 보기 힘들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제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일반적으로 상식은 정상으로, 비상식은 비정상으로 ‘상식’과 ‘정상(正常)’이란 말을 동일시하여 사용한다.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도 돌아가는 상태가 정상이라 한다면 상식의 상태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힘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괴테는 상식을 인류의 수호신이라고 했다.

      

제발 상식적인 사회를 위하여 보통 사람으로 상식을 알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상식적인 삶을 살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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