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62
‘인정(認定)’은 일반적으로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을 뜻하고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가 어떤 사실의 존재 여부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결정하는 일도 포함한다.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생리적 욕구와 심리적 욕구가 있다. 생리적 욕구로 식욕, 수면욕 등이 있고, 심리적 욕구에 인정욕이 있다. 식욕과 수면욕은 생리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로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고, 인정욕은 자기 존재감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심리적 욕망이다.
타인 또는 자기 자신에게 자기가 어떠한 종류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는 일은 자기가 생존할 이유가 된다.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믿음과 자신감이나 자부심을 느끼게 함으로써 살아갈 맛이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인정 욕구는 타인에게 혹은 자신에게 ‘너는 (생존할) 가치가 있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욕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에서 ‘인정 욕구(Need for Recognition)’는 개인이 자신의 성과, 능력, 가치 등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의미한다. 이는 자기 존중감과 자아 효능감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개인이 더 나은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동기 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상대방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성취감을 주게 된다. 자신이 특정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된다. 타인의 긍정 평가와 인정이 자아 효능감을 높여주게 된다.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은 인간의 행동과 동기에 큰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관계와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인정 욕구가 너무 강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첫째가 과도한 스트레스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욕망과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사이에 거리감이 압박감으로 다가오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표출된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감추고 위선적인 말과 글을 쓰게 된다. 자신의 판단보다 타인의 평가가 중요하게 되어 스스로 사고와 행동보다는 타인의 결과에 맞추게 된다. 둘째, 인정받기 위한 지나친 경쟁심을 인간관계의 갈등을 생기게 하고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하게 된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을 우리는 ‘승부욕’이 강하다고 한다. 타인이나 타인이 설정해 놓은 특정 수준과 비교나 대결, 투쟁을 통해 이기려는 성향이 강한 것이다. 승부욕이 강한 것은 뛰어난 능력으로 일궈내 결과를 좋은 곳에 쓰여 세상의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타인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 낮은 위치의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군림하게 되고 극한의 승부욕에 매몰되면 부정한 방법에 빠지기 쉽다.
마음 근력 연구에 집중해 온 김주환 교수는 『내면 소통』에서 대부분 현대인은 인정 욕구가 강한 정도를 넘어 ‘인정중독’ 상태에서 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타인의 인정을 탐닉하지 않도록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려서부터 ‘나는 소중하다.’라는 자기 가치감을 먼저 가지고 있어야 자기 존중심을 키워갈 수 있고 역경이나 시련이 닥쳐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자기 가치감은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시작되는데, 어려서부터 사랑받으며 자라면 ‘나는 소중한 존재구나’하는 자기 가치감이 뿌리내릴 수 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많은 부모는 ‘성적 오르면 용돈 올려줄게’ 등의 아이 행동에 조건을 달기 쉽다. 행동이나 사랑에 ‘조건’이 달리는 순간 아이는 한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부모는 ‘공부를 잘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계속 전달하게 되고, 아이는 이것이 커다란 압박이나 협박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공부를 못하면 엄마 아빠의 사랑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라는 위기감이 들고 자기 가치감을 키울 수 없다. 내가 소중한 것이 아니라 공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가 어쩌다 칭찬이라도 받게 되면 엄청난 쾌감을 느끼고, 성장하면서 칭찬이나 인정을 마약처럼 탐닉하게 된다.
칭찬이나 인정을 받으면 엄청난 쾌감을 느끼고 반대로 꾸중이나 비판을 받으면 한없는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이들은 ‘인정’이라는 마약에 중독된다. 학창 시절엔 친구들이나 선생님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사회에 나가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기를 쓰고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한다. 말과 행동, 옷과 가방, 차와 집, 다니는 직장까지 모든 것은 사람들의 인정과 부러움을 받기 위한 수단이 된다. 명품이나 호화로운 식사 등에 과감히 돈을 지출하고,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도 타인의 인정과 부러움을 위해서다. 나의 명품 옷이나 가방, 차, 여행, 음식 등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다면 엄청나게 그런 소비가 줄어들지 않을까?
이런 행동들을 좋은 말로 ‘내 돈 내 멋’이라고 포장하지만, 사실은 자기과시와 인정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타인의 인정과 부러움을 탐닉하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자기만족’이라 생각하지만 착각이다. 사실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내 삶을 희생하는 것으로 엄연히 ‘자기만족’이 아니라 ‘타인 만족’이다.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값비싼 명품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을 사는 것이다. 타인의 인정 값으로 너무 많은 돈을 내지 않는가. 그걸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 딜레마다.
나아가 교육, 결혼, 직장 등도 주변 사람의 인정을 얼마나 받느냐로 평가받는 세상이다. 내 삶을 내가 평가하지 못하고 타인의 평가에 매달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게 다 적당한 인정 욕구를 넘어선 인정중독 현상이다. 심지어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상대가 나를 인정해 줄 사람인지 아니면 비난을 줄 사람인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어떤 대학, 어떤 직장, 어떤 배우자, 어떤 집 등에서 안정적인 인정을 받는 사람을 성공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정으로 성공한 사람은 인정을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진정한 성공이 아니란 얘기다.
인정중독에 빠진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인정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순간은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지만, 타인의 인정은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불안하다. 타인의 평가에 걸려 있는 행복과 성공이 어찌 지속될 수 있겠는가. 금세 인정이 사라지고 부정적인 평가에 직면하면 충격과 고통이다. 진정한 성공은 사회적 인정에 자유로운 상태고,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어야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 인정중독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인정중독에 빠졌는지는 스스로에 물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인지?, 누군가의 부러움이나 칭찬을 염두에 두는 것인지?, 누군가의 비난이나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등의 질문에 ‘No~!’라는 대답을 할 수 없으면 인정중독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인정중독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에 대해 마음속에서 습관적으로 변명하고 해명하고 설명하려 끊임없이 애쓴다. 타인의 평가나 인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그 무엇에 대해서도 그 누구에게도 마음속으로 설명하거나 변명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이 모두 당신을 쳐다보는 것 같지만, 그들을 그들의 길을 가기 바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 ‘좋아요~!’에 집착하지 마라. 설령 악플을 받는다 해도 그 악플을 다는 사람의 머릿속 생각일 뿐 당신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악플은 당신에게만 다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내는 사회 부적응자의 삐뚤어진 생각일 뿐이다. 세상 사람들은 당신을 비난할 시간도 심리적 여유도 없다. 그들도 각자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바쁘다. 당신이 자기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에만 관심이 있듯, 누구나 다 마찬가지다. 서로 평가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공간일 뿐이다. 신조어인 ‘관종(관심종자)’이라는 말이 ‘인정중독’에 빠진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직업적으로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대부분 현대인까지 인정중독에 물들어 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며 사는 것은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다. 나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내가 인정하기는 무엇보다 쉽다. 인생 최고의 지혜는 틀림이 아니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세상과 다른 사람을 나를 인정하는 도구로 보는 것을 멈추고 인정받는 사람보다 인정하는 사람으로~!
타인의 인정으로 성공한 사람보다 자신의 인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