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한 후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침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잠든 남편 옆에 팔베개를 두르고 조용히 누워있으면 남편이 잠결에 나를 꼭 안아준다. 그때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 규칙적인 숨소리, 남편만의 향기를 느끼며 가만히 누워 있으면 포근함에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든다. 남편도 내 곁에 있는 게 편안한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허둥지둥 화장실로 뛰어가는 일이 잦다. 행복이란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를 챙기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우리 집에는 차가 두 대 있었다. 내가 아이들과 캐나다에 있는 동안 남편은 내 차를 주로 썼다. 남편 차보다 작고 주차도 편리하며 연비도 좋아 출퇴근하기에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 귀국 후 차량 검사에서 매연 92%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다. 10년 된 경유차를 1년간 세워둔 탓에 결국 폐차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 뒤로 남편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퇴근 시간이 늦어 안쓰러워 보였던 남편을 위해 언제부턴가 내가 데리러 가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밤이 되면 남편이 빨리 보고 싶어 데리러 가는 일이 귀찮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남편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말엔 뭘 할지 같은 사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시간도 참 행복하다.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많은 돈을 벌거나 높은 지위에 올라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돕는 데서 자부심과 기쁨을 찾기도 한다. 나는 일상 속 소소한 것들, 특히 가족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부류일지는 모르지만, 나와 남편 사이에서 자란 아이들이니 아마도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