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방황과 우정

영화 [월플라워]

by 설민

10대들의 방황과 우정

영화 [월플라워]


설민


영화가 시작하자 타자기를 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지하차도를 달리는 풍경이 나온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내레이션 형식으로 시작하는 [월플라워]. 이는 파티에서 파트너가 없어서 춤을 추지 못하는 인기가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생들의 파티가 익숙한 상황은 아니지만, 한참 예민한 시기인 만큼 아이들의 파티는 친구를 만나고 놀 수 있는 사교의 장일 것이다. 그런데 벽에 붙어있는 꽃이라니…….

KakaoTalk_20260312_081944838_02.jpg 출처 네이버

고등학교 첫날에 마지막 날을 생각하는 찰리. 새 학기가 좋으면서도 슬프다고 생각한다. 또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무엇인가 사연이 있는 듯한 찰리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새 학기가 되면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할 것이다. 설렘으로 다가오는 사람, 두려움으로 느끼는 사람 등 각자의 성격에 따라 반응이 다를 것이니까. 복학한 찰리는 아마 후자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한다.

무슨 말 못 할 트라우마를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찰리는 어느 날, 타인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삶을 즐기는 샘과 패트릭 남매를 만나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맞이한다. 고등학생의 운전, 파티, 그것도 모자라 마약을 먹는 장면은 다소 생소하지만 마치 찰리가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처럼 다가온다. 이 영화에는 헬렌 이모의 성적 학대(찰리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샘과 닮았다며 헬렌 이모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게이임을 말하는 패트릭, 찰리의 절친이었던 마이클의 자살 이야기 등 순진한 찰리에게는 다소 버거운 현실이 눈앞에 놓인다. 그 때문인지 찰리는 헬렌 이모의 교통사고와 친구의 자살이 모두가 자신의 탓인 듯 괴로워하며 환영까지 본다.

거침없는 샘의 매력에 빠진 찰리는 선생님에게 묻는다. ‘좋은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선생님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만큼 대접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에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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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던 찰리가 자신 마음을 전하면서 의기소침해한다. 자신이 정신적으로 힘들고 너무 조용한 사람이기에 샘에게 다가가기 어려웠다는 것을. 작가가 꿈인 찰리에게 샘이 선물해 준 타자기에 우리들의 이야기를 쓰라고 하는 말에서 그들의 우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샘을 보내고 옛날 일을 다시금 떠올리며 괴로워하던 찰리가 다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다. 끝내 말하지 못해서 괴로웠던 진실을 의사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안쓰러웠다.

출발점은 선택하기 어렵지만 어디로 갈지 선택지를 선택할 수는 있다는 말이 조금은 지침이 되었다는 찰리가 샘과 패트릭과 드라이브를 하며 해방감을 느낀다. 어떤 이는 오래전 일까지 되새기며 힘들어하는데, 또 다른 사람은 불과 1년 전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KakaoTalk_20260312_081944838_04.jpg 출처 네이버

방학이 되어 찰리를 찾아온 샘과 패트릭은 드라이브를 한다. 찰리는 샘이 그랬듯이 차량 뒤로 가서 바람을 맞으며 서서히 일어선다.

이 순간은 추억이 아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다. 난 여기 존재하고 그 애를 보고 있다. 그 애는 정말 아름답다. 나는 안다. 슬픈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바로 그 순간 우린 살아있는 거다. 일어서서 건물의 불빛과 호기심을 일으키는 모든 것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노래를 들으며 달릴 때 그 순간 분명히 알 수 있다. 우린 무한하다는 걸.


19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그 시대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소중한 이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해서 선물하는 믹스테이프. 카세트테이프에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는데, 찰리의 누나가 남자친구가 매주 녹음한 테이프를 준다면서 지겹다는 듯 찰리에게 넘기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옛날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힘든 시간을 직시하며 조용히 서 있던 아이가 친구와 사랑,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삶의 중심으로 걸어 나오는 성장기를 그린다. 그런 의미에서 터널 장면은 묘한 쾌감과 더불어 감동을 준다. 10대들의 방황과 우정. 누구보다 서툴고 상처 많은 그들의 이야기가 곧 꽃이 필, 이 계절에 설렘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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