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가 권력자인가

후궁 : 제왕의 첩

by 설민

엄마인가 권력자인가

후궁 : 제왕의 첩


설민


사람은 살아내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 환경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변해야 했던 여인 ‘화연’. 권력과 사랑으로 벌거벗은 왕 ‘성원대군’. 모든 걸 빼앗긴 남자 ‘권유’. 죽기 전엔 나갈 수 없는 지독한 궁에서 일어나는 미친 욕망을 다룬 [후궁]이라는, 영화는 인물들의 극적인 변화가 삶을 이끈다.


철저한 궁중 암투를 그린 영화로 왕이 죽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주인공 화연이 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 한 여자만 바라보는 외로운 왕도 안쓰럽다. 화연을 보고 첫눈에 반한 성원대군. 대비의 그늘에서 힘을 못 쓰는 약한 왕자다. 대비의 계략으로 왕이 되었지만, 그저 그녀의 허수아비다.

수렴청정하는 대비는 과연 자식을 위해 권력을 잡은 것일까? 무늬만 왕인 성원대군은 자신을 한탄하며 어머니에게 묻는다. 누구를 위한 권력이냐고. 아들을 위한 것이라지만, 이미 권력의 맛을 본 대비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권유는 화연의 첫사랑이다. 야반도주를 시도하다 붙잡혀 거세를 당하게 된다. 후에 내시가 되어 궁에서 화연과 재회를 한다. 권유가 살 수 있었던 까닭은 화연이 궁에 들어가겠다고 말하며 아버지에게 청했기 때문이다. 굳이 성원대군이 마음에 품은 화연을 왕의 후궁으로 들이는 대비의 심보가 참 야속하다.

화연이 궁궐에 들어가 중전이 되지만, 대비 때문에 왕이 독살당하게 되고 자신도 위기에 처한다. 왕이 죽고 뒷방 신세가 된 화연이 사라진 수라간 상궁을 찾아 진실을 알게 된다. 대비전에서 점심 수라를 먹고 죽었다는 것이다. 결국, 대비가 꾸민 짓이다.

이를 알게 된 화연은 자신만을 바라보는 왕에게 진정한 왕의 자리에 오르고 다시 오라고 말한다. 또, 화연은 권유의 도움으로 대비의 최측근인 윤종호 대감을 역모죄로 체포하고, 대비 또한 바깥출입을 금하게 한다.

사실 화연의 아들은 왕의 아들이 아니라 권유가 거세를 당하기 전 임신한 아들이었다. 화연을 돕기 위해 스스로 독을 먹은 권유가 우리 아이를 잘 지켜달라고 하는데, 화연은 이제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우리 아이가 아니라 내 아이라며 꼭 지키겠다고 한다.

모든 일을 마친 후, 왕을 찾아간 화연은 왕과 사랑을 나누다가 그가 선물한 비녀로 죽이게 된다. 화연은 자기 아들을 왕위에 앉히기 위해서 대비와 똑같은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궁중 암투가 벌어지는 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해져야 했고, 화연은 그렇게 살아남았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또 다른 암시를 한다.

사랑은 현실의 벽과 만나면 다양한 방법으로 바뀐다. 권유의 사랑은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구로 이용당하고, 화연의 해바라기였던 성원대군 역시 그녀를 차지했다는 충만한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죽고 말았다. 자신과 아들을 지키기 위해 변한 화연의 살인은 정당하지 않다. 하지만 권력을 쥐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궁에서는 이것만이 최선이라 여긴 것 같다.

권력이 세습되기를 바라는 이와 기득권을 바꾸고 싶은 자들 간의 암투가 반복되면서 지나온 씁쓸한 역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강하지 않으면 자식을 지켜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엄마가 권력자여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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