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 plein air _ 앙 플랭 에르

정원에서 빛을 그리다

by Phillip Choi


녹색 진한녹색 반짝이는 녹색 파란색 어두움, 해 질 녘 자연의 풍경은 다채롭다. 아침과는 다른 저녁 햇살의 따스함은 경관을 구성하는 모든 물체의 피부에 주황색 파우더를 입힌 듯하다. 일몰 직전 수면 위에 간신히 걸려 있는 태양은 어느 때보다 커다란 원을 그리며 오늘의 마지막 빛을 발한다. 자세히 보자면, 지금의 풍경에는 아침의 반짝거림, 한낮의 눈부심, 밤중의 어두움이 같이 있다. 개와 늑대를 구분하기 어려운 해 질 녘 한 찰나의 광경은 이렇게 다채롭다.

< 석양과 안개, 에라니. 카미유 피사로. 1891 >


‘인상이랑 문자 그대로 눈길을 돌린 순간, 풍경이나 하나의 모티프를 포착함으로써 얻은 시각적인 효과이다. 한순간에 세부까지 지각할 수는 없다. 창문이나, 건물의외관 장식, 유행하는 모자, 기품 있는 얼굴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건물이나 수많은 행인들을 오래도록 관찰해야 가능한 일이다. 뇌가 눈을 쫓아가면 최초의 인상은 사라지고, 경험이나 관습, 혹은 공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인상주의 화가들, 특히 모네에게는 어떤 범주나 규칙으로 분류할 수 없는 아주 짧은 첫 순간의 시각적인 신선함이 중요한 것이다. 모네는 빛을 통해 재현된 색이 있는 대상물, 수면, 공기를 보고 그 인상을 캔버스에 담았다. 세잔은 친구 모네에 대해 “그는 눈이다. 하지만 얼마나 굉장한 눈인가!”라고 표현했다. 모네의 주요 관심사를 정확하게 지적한 말이다. 나중에 모네 자신이 말한 대로, 순간성을 재현하는 일은 그의 생애의 과제였다. 그러나 모네는 늘 절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일순간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을 고정한다는 것은 극복할 수 없는 모순이기 때문이다.’

(클로드 모네.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마로니에 북스)

< ‘각기 다른 순간성의 표현’, 건초더미 연작. 클로드 모네. 1891 >


아주 짧은 첫 순간의 시각적인 신선함의 대상으로 ‘자연’ 보다 앞세울만한 것이 없다. 마치 장님으로 태어난 이가 갑자기 눈을 떠 앞을 보았을 때, 그 대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첫 눈길을 그림으로 옮기기에는 빛에 의해 여러 변화하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자연이야말로 적합한 대상일 것이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가, 경작을 위해 개량된 산비탈이, 추수 후 짚단을 쌓아놓은 빈 논두렁이, 도시민의 휴일 나들이 장소가 되는 강변둑이, 시골길에 흩뿌려 피어나는 야생화 들판이, 대중의 이용을 위해 조성된 공공정원이, 호텔과 병원의 손님들이 사용하는 중정이 그리고 내 집 앞에 조성된 작은 정원이 각기 다른 모양과 느낌으로 빛을 반사해 내며 찰나의 경관들을 제안하고 있다.

< 루브시엔의 풍경. 알프레도 시슬리. 1873(왼쪽) / 아를 병원의 정원. 빈센트 반 고흐. 1889(오른쪽) >


정원은 작은 자연이다. 작은 화분 몇 개를 둔 테라스부터 베르사유 궁의 넓은 대지에 조성된 장식정원까지 자연은 작고 커다란 모습으로 변화하며 우리 가까이에 존재한다. 생명의 근원으로 시작한 자연은 어머니와 같은 숭배의 대상이었다가, 갑작스러운 시련과 재해로 시련으로 우리를 심판하는 커다란 두려움이었다가, 가까이로는 내가 계획하고 내가 조성하며 내가 가꾸어가는 일상의 즐거움 되었다. 원시 숲의 커다란 나무는 잘 가꿔진 형태의 조경수로 옮겨 심겨지고, 생명과 심판의 물줄기는 한 여름 더위를 식히는 매력이 되며, 몸을 숨기던 커다란 바위는 사색하는 그림의 일부가 되었다. 자연으로부터 나온 사람은 이제 인간 삶의 일부가 되는 자연을 원했고, 정원을 그렇게 우리 삶에 정착했는지도 모른다.

이로서 정원이 인상파의 주요한 소재가 되었음은 자! 연! 스럽다.

< 자기집 정원을 그리는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1873 >


필연적으로 인상주의자들은 실외 작업을 선호하였다. 물론, ‘에드가 드가’처럼 실내에서의 작업을 고집하는 작가들도 있었지만,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은 자연광선에 비추어진 햇빛의 밝은 색채 효과를 재현하기 위해서 바깥에서 그린 그림을 선호하였다. 때문에 인상주의 화가들은 쉽게 외광파, 즉 En Plain Air (외부 작업)을 하는 이들로 불리기도 하였다. 앙 플렝 에르를 가능케 하는 일에는 화가들의 선호가 중요하였겠지만, 때마침 보편화되고 있던 튜브 물감과 기차의 대중화도 큰 역할을 하였다. 이전의 물감은 화학적 특성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할만한 재료가 되지 못하였지만, 알루미늄 튜브에 담은 물감의 발명은 화가들의 아틀리에를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아울러, 기차의 대중화는 산업시대 도시에 몰린 가난한 화가들에게 앙 플레인 에르를 가능케 하는 근교 여행을 쉽게 제안하는 수단이 되었다(더 이상 비싼 마차를 대여할 필요가 없다!!). 이젤과 각종 미술장비를 갖춘 채, 한 시간여 걸리는 파리 외곽으로 나가는 화가들을 보는 것은 주말 기차에서의 흔한 풍경이었으라.

< 생 라자르 역, 기차의 도착. 클로드 모네. 1876 >


‘기차로 여행을 떠나면서 나는 이렇게 말을 했지요. 나는 이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거야. 햇볕을 쬐고 녹음이 짙은 곳에서 쉬는 거야! 오, 그래, 녹음! 넓디넓은 벌판에는 수레국화야 양귀비꽃 대신 잡풀들이 우거져 있고, 빨래하는 여인은 어디에나 있는데 양치는 소녀는 볼 수가 없네. 조롱하는 마차꾼, 바가지를 씌우려고 눈이 뒤집힌 식당 주인, 딸을 잃은 그 숲, 사위를 두고 온 호텔! 바로 그것이, 파리 교외를 묘사하는 올바를 표현이라네! 대여섯 그루의 굽은 나무가 있을 뿐인 작고 초라한 풀밭이라도, 땅 주인은 급히 무도회장과 카페테리아를 지어 올리곤 하지.’

( 시골의 주말을 묘사한 바르타발의 대사. 오페라 부프, 1875년 프랑스 희가극 )

< 파리 시민의 주말 휴양지, 라 그루니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1869 >


‘내 그림과 정원의 꽃 이외에 이 세상의 그 어느 것도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다.‘

_ 클로드 모네


지금부터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그들의 정원에 대한 관심을, 자연에 대한 열정을 그리고 식물에 대한 사랑을 따라가 보자. 시작은 인상주의의 시작이며 대부인 ‘클로드 모네’로부터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