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부키초러브호텔>, 잠시 멈춰 가쁜 숨을 고르는 곳
하는 일을 주변에 당당히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 일본 최대의 환락가, 가부키초의 러브호텔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무도 이곳에 원해서 오지 않았다. 받아주는 곳이 여기뿐이니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혹은 갈 곳 없는 시간을 때우러 이곳을 찾은 이들이다. 이들 마음 한구석에는 늘 비슷한 희망이 고개를 든다. ‘나는 원래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 이 은근한 선민의식과 작은 희망은 때로는 참담한 끝이 되기도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이들에게는 하루를 더 버텨낼 기회가 되기도 한다.
멀쩡했던 사람을 병들게 하기도 하고,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지 않냐는 자조 섞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이곳. 결국 이곳은 모두가 떠나고 싶은 곳이자, 언젠가는 떠나야 할 곳이다.
영화의 한국판 제목은 <가부키초 러브호텔>이지만, 일본판 제목은 <사요나라 가부키초>다. 여기서 '사요나라'는 이별을 뜻하는 안녕을 의미한다. 이곳을 떠나며 마침내 '안녕'을 고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곳이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한 중요한 '숨 고르기'의 장소였음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 인생에도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 부정하며 방황하는 그 시간이 사실은 다음 생의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필연적인 정거장일지도 모른다. 지금 잠시 이곳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면, 너무 자책하지 말자. 여기서의 숨 고르기를 통해 우리는 마침내 이곳에 기쁘게 작별을 고하고, 내가 정말 있어야 할 곳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사요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