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당 보리밥! 그리고 깨달음...
얼마 전, 밥에 섞어 먹으려 보리쌀을 샀습니다. 집에 들고 와 밥을 하려 보리 봉투를 뜯었는데 쌀벌레가 한가득입니다. 환불하러 가야 하나 하다가 일부러 넣은 것도 아니니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보리쌀을 살살 씻어 벌레를 추려내는데 벌레가 너무 많습니다. 밥을 먹으며 상황을 말하니 에일리는 밭에 뿌려 새들에게 주라고 합니다. 알았다고 한 후 보리쌀을 버리려고 했는데 언제 쌀벌레 있다고 쌀 버린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버린다고 보고는 하고 버리지 않았습니다.
에일리는 그제도 보리 어딨냐? 확실히 버린 게 맞냐고 묻습니다. 저를 너무 잘 아니까요. 걸리면 다 버릴 것 같아 얼른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처럼 쌀 70%에 보리 30%가 아니라, 보리 80%에 쌀 20%의 비율로 밥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 황금 비율의 보리밥이 제게 큰 깨달음과 가르침을 가져다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쿠쿠가 밥을 완성했다는 말을 듣고 밥솥을 여는데 보리밥이 밥솥을 수북이 채우고 있는 겁니다. 갑자기 지혜가! 앎이! 제 앞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졌습니다.
첫 번째 깨달음은 어른들이 "보리밥 먹으면 쉬 배 꺼진다"라는 말씀이 이해가 됐습니다. 화두를 깬 것이지요. 이유는 보리가 쌀에 비해 밀도가 높지 않아서입니다. 같은 무게에 쌀과 보리로 밥을 지으면 보리가 훨씬 양이 많습니다. 그러니 보리밥은 고봉에 고봉밥을 먹어야 쌀밥과 양이 같은 겁니다.
두 번째는 '보리밥 먹는 사람 방귀 잘 뀐다'란 속설입니다. 이 또한 쌀에 비해 높지 않은 밀도 때문입니다. 보리와 보리 사이의 층을 바로 공기가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밥보다 공기를 많이 삼키게 되니 가스가 찰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깨닫고 나니 삶에 더 이상 욕심이 생기지 않습니다. 행복이란 이런 것이겠지요.
오늘은 어렵게 제가 깨달은 보리밥과 쌀밥의 차이에 대해 지혜 나눔을 하겠습니다. 저작권 주장 않을 테니 오늘 저녁 식사 때 맘껏 자랑하셔도 됩니다.
저는 제 깨달음의 보리쌀을 에일리가 버리지 못하도록 어디에 감출지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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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네이버에서 빌려 왔고, 집으로 귀가하는 ktx에서 꽁보리 특파원이 소식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