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전자책 분야 최고 전문가에서 사과농부로 변신한 친구 장땡땡과 함께 섬 여행을 갔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울고 웃으면서 시간을 보낸 K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였죠.
너무 오랜 기간 사귄 친구들이라 표정만 봐도 그들의 고민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친구들입니다. 섬 여기저기를 쏘다니다 숙소에서 술을 한잔 하면서 사건이 시작됐죠.
한 친구가 또 다른 장땡땡에게(시를 썼던 친구) '○○아 다시 시를 써 보는 건 어때?'라고 하자마자 친구는 갑자기 방바닥을 혀로 핥으며 "임마 친구인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내 인생이 구겨진 신문지가 된 걸 몰라!"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주정을 하고 있었고...저는 속으로 '그럼 나는 다림질한 신문지냐?'란 생각을 할 때 장땡땡이 제게 슬금슬금 접근을 해왔습니다!
"용석아! 너 혹시 뜸을 아니?" 아...뭔가 도를 아십니까와 비슷하단 느낌을 받았지만 그냥 '아니 몰라'라고 대답하니, 김남수 할아버지의 뜸을 정통으로 배운 게 자기라며 자긴 매일 곡지혈에 뜸을 놓아 건강을 유지한다는 겁니다. 뜸은 만병을 통치하고 침보다 우선이며 약은 비할 수가 없다고 했죠...그러면서 친구인 네 건강을 어찌 자기가 외면할 수 있겠냐며, 제게 뜸을 놔서 생명의 기운을 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때 장땡땡의 눈을 절대 보지 말았어야 하는데..
당시 장땡땡의 눈엔 먼 옛날 전설의 '화타'도 보이고 가깝게는 조선 침뜸의 창시자 '허임선생'도 언뜻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깊은 눈망울엔 인도주의에 꽉 찬 슈바이처, 나이팅게일도 보였죠...그래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팔을 장땡땡에게 맡기게 됐습니다....아무 의심도 없이...
제 팔을 잡은 장땡땡은 팔꿈치 주변을 만지더니 여기가 '곡지혈'이라며 쑥과 라이터를 가지고 뜸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엄청 뜨거웠죠. 한 놈은 벽을 핥으며 인생이 구겨진 신문지라고 중얼거리고 있고, 한 놈은 쑥뜸으로 친구를 고문하고, 또 한 놈은 술에 취해 친구가 자기 팔에 뜸을 뜨는지 담배빵을 놓는지도 모르는 채 신음을 참고 있고...그렇게 그렇게 화려하고 긴 밤이 지나갔습니다.
다음 날 보니 정말 팔엔 담뱃불로 지진 것처럼 커다란 화상을 입었고 집에서 팔을 본 에일리는 미련아 미련아 어떻게 장땡땡에게 몸을 맡기냐며 곡기 끊고 싶냐며 잔소리를 했습니다.
여기서 끝났다면 제가 굳이 '곡지'사건이라고까지 얘기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 우연히 제가 뜸을 배우게 됐습니다. 효과도 있습니다. 이 소문을 풍문으로 전해 들은 장땡땡이 어느 날 전화를 해서 제게 뭐라고 했을까요?
'용석아~~ 곡지혈이 어디니~~?'
장땡땡! 네 이놈~~~~~~~!!!
ㅎㅎ
화타는 사라지고 넓고 큰 담배빵 같은 화상이 오랜 기간 장땡땡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