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어머니가 몸이 좀 불편하다고 하셔서 어머니와 함께 있다가 조금 늦게 집에 왔을 때였죠.
둘째와 에일리가 남자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로 남친 뒷담과 주변 남자들 얘기입니다. 귀를 쫑긋했습니다. 에일리가 "그래 너도 주변 잘 둘러봐서 아빠 같은 남자 찾아봐" 이렇게 말하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둘째와 에일리 얘기가 영 묘한 데로 흘러가는 겁니다. 화제의 주인공들의 행동거지가 저와 상당히 비슷한 겁니다. 손해 봤는데 아무 소리 못하고, 뭐 깍지도 못하고, 실실 웃고, 똑 부러지게 항의도 못하고 실속도 없는... 그래서 쫌 바보 같고 헛점 많은, 저와 싱크로율 100%입니다. 에일리의 맞장구치는 소리를 들으며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둘째가 블라블라 얘기하면 에일리가 이렇게 말합니다.
에일리 - 말도 마라 그건 암 것도 아니야 니네 아빠는 더해 블라블라~~
둘째 - 와... 엄마 대단하다. 그런 걸 참았어?
또 둘째가 뭐라뭐라 얘기하면 에일리가 "말도 마 니네 아빠는~~'"수학의 정석처럼 문제가 생기면 정답은 '아빠는 더해'입니다.
딸들은 아빠 닮은 남자 고른다지요? 오늘 알았습니다. 엄마랑 공통의 안주로 공감도 만랩 뒷담을 하려고 그런 것 같습니다.
좌불안석 자리를 피하려는데 마침 겜돌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버스가 끊겼는데 태우러 올 수 있냐고 묻더군요. 당근 데리러 간다고 했습니다.
겜돌이 픽업하고 오면서 물었습니다.
나 - 여친이랑 잘 지내?
겜돌이 - 그냥 그래.
나 - 왜? 넌 성격 기복도 없고, 사람 잘 맞춰주고 착하니 괜찮지 않아?
겜돌이 - 난 그런데 여친이 진폭이 커. 맞추는 거 쉽지 않아...
나 - 그렇구나... 야! 니네 엄마는 블라블라~
뭔가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초등 친구를 만난 것처럼 얘기를 계속하고 싶어 집니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며 물었습니다.
나 - 너 담배 안 피지?
겜돌이 - 응. 아빠도 안 피우잖아. 근데 왜?
나 - 이런 얘기 남자 둘이 담배 피며 담벼락에 쪼그려 앉아 얘기하면 진짜 궁상맞다.
겜돌이가 킥킥 웃습니다.
웃지 말라고 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