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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새로운 시작

삶을 바라보는 시선

by 은빛지원

오늘의 필사

앙드레 지드 소설 <지상의 양식>

"저녁을 바라볼 때는 하루가 거기서 죽어 가듯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감동하는 자다."


오늘의 문장을 필사하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저녁을 하루의 끝이자 죽음처럼, 아침을 새로운 시작이자 탄생처럼 바라보라는 이 문장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을 선물한다. 매일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도, 저녁은 하나의 삶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며, 아침은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글이다.

내 삶 역시 늘 반복되는 것처럼 살아왔지만, 의미를 두자면 그 안에서 새로운 감동을 찾아보게 된다. 최근 막둥이가 학업을 위해 처음으로 자취를 하게 되었다. 마치 딸을 시집보내듯 이것저것 준비하며 마음이 바빠진다. "필요 없어, 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아들이지만, 엄마의 마음은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어진다. 결국 아들이 좋아하는 묵은지를 꺼내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매장에서 사용하는 업소용 솥에 김치찜을 한가득 만들어 냉동실을 채웠다. 그것만큼은 기꺼이 받아주었다. "역시 이 맛이야!"라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그저 마음이 뿌듯할 뿐이다.


식탁머리에 앉아 "너 지금 몇 살이지?"라고 묻자, "스물여섯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늘 스무 살 같았는데,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다. 재수하며 기숙학원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때가 떠오른다. 힘들어 도망치고 싶었던 날, 엄마의 편지가 도착했단다. 그날 밤, 그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삼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나는 매일 이메일로 편지를 보내 응원했고, 결국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 지금은 4학년이 되었다. 반듯하게 잘 커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원하는 길을 잘 걸어가길 바란다.


객지에 나가면 맛있는 음식이 많겠지만, 집밥이 그리울 땐 엄마의 김치찜을 데워 먹겠지. 새벽부터 빠진 건 없는지 챙기고 또 챙긴다. 자식들이 크면 독립은 당연한 과정이지만, 부모의 마음은 늘 한결같다. 아이들에게도 이 시작은 또 다른 의미의 아침일 것이다. 새로운 출발, 새로운 시작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또 다른 아침을 맞이한다. 아이의 독립을 바라보며, 내 삶의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한다.


매일 아침이면 따뜻한 물과 사과 하나로 하루를 시작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 나를 깨우고, 기도, 운동, 필사, 글쓰기로 하루를 연다. 글쓰기가 늦어지면 독서는 오후로 미뤄둔다. 오늘 필사를 통해 주어진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긴다.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음에 감사하다. 하루의 시작은 그랬지만 하루의 끝은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쉬움에 눈을 감는다. 죽어가듯 바라보지는 못하는 나 다.


하루의 끝을 죽음처럼, 새로운 날을 탄생처럼 바라보라는 것은 우리가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감각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익숙한 것에서도 새로운 감동을 찾으며 매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자의 삶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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