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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 남은 사랑

마음을 열면 변화가 시작된다

by 은빛지원

오늘의 필사

미치 앨봄 에세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서로 사랑하고, 우리가 가졌던 사랑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진짜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고 죽을

수 있네. 자네가 가꾼 모든 사랑이 거기 그 안에 그대로 있고, 모든

기억이 여전히 거기 고스란히 남아 있네. 자네는 계속 살아남을

수 있어. 자네가 여기 있는 동안 만지고 보듬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늘 필사 글에서는 사랑과 기억을 통해 우리가 죽음 이후에도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철학을 전하고 있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우리가 남긴 사랑과 기억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준다.

결국, 우리가 남긴 사랑과 따뜻한 관계가 우리의 존재를 영속적으로 만든다고,


요즘 필사하는 글들에서 계속 '죽음'이란 주제가 나온다. 어쩌면 나는 이 주제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추억이란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기도 하고, 때로는 애틋한 그리움으로 남는 것이기도 하니까.

아버지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 나는 겨우 10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로밖에 남아 있지 않다. 희미한 기억 속, 다리가 아프다며 밟아 달라 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몸이 아파 누워 계시는 날이 많았던 아버지. 어린 나는 다리를 밟아 드리고, 벽장 속에 숨겨둔 단팥빵을 보상처럼 받아 기뻐했었다. 또 한 가지 떠오르는 장면. 어린 시절 발을 다쳤을 때,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나를 병원에 데려가셨다. 피가 나고 아팠던 순간보다 더 선명한 것은, 그저 아버지 자전거 뒤에 앉아 논길을 달리던 그 느낌. 그것이 내가 가진 아버지와의 몇 안 되는 추억이 될 줄이야.


반면, 엄마와의 기억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지난해 하늘로 가셨지만, 여전히 내 삶 속에 함께하고 계신다.

생신날 돈이 줄줄이 나오는 케이크를 보며 깜짝 놀라시던 모습. 그 순간의 표정과 웃음소리는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다. 그렇게 엄마는 내 삶 속에서, 추억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아버지의 기억이 적은 것이 안타깝지만, 적은 만큼 더 소중하기에 추억의 보따리 속에 꽁꽁 담아 놓고 있다 .엄마와의 많은 기억들은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떠오른다.삶은 결국 기억을 먹고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순간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

어젯밤, 아이들과 카톡을 하며 한참을 웃었다. 자취하는 막내아들에게 아빠가 자주 장문의 카톡을 보내는데, 그걸 두고 두 누나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대화 속에서 문득, 아이들이 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려는 것 같았다. "엄마가 아빠고, 아빠가 엄마 같아."서로 성격이 너무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그 차이점이 재미있다며 대화가 이어졌다. 변화되어 가는 아빠가 신기한 걸까. 아니면, 부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걸까. 아빠는 소통의 방법을 잘 몰랐다. 그래서 그동안 가족들과도 많이 힘들었고, 아이들도 점점 거리를 두려 했다. 하지만 스스로 변하니, 주변 상황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서로 피하거나 오해했을 대화도, 이제는 조금씩 물러나서 이애하려는 자세들이 보인다. 아이들도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는 것 같다.

소통이란 것이 이렇게 큰 힘을 가질 줄, 이제야 깨닫는다.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담아, 오늘의 필사 글을 마무리한다.

앞으로도 내 삶을 기록하며,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간직하는 일.

그리고 지금의 사랑을 놓치지 않는 일.

그것이 내가 내 삶을 정리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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