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소로


알고 있니? 저 달의 뒤편에는 마녀가 살고 있어.


달을 자세히 본 적이 있니? 가끔 유난히 커다란 날의 달을 봐봐. 환해 보이지만 굴곡진 곳에 그늘이 져 있는 것, 곰보를 닮은 자국까지 모두 보인단다.

달은 변하는 법이 없지. 항상 같은 얼굴을 하고 이 지상을 내려다봐. 달이 달라 보이는 이유는 고개를 조금씩 돌리기 때문이야. 매일 아주 조금씩 조금씩 고개를 돌려 이 땅의 우리를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조금씩 조금씩 고개를 돌리며 우릴 흘겨봐. 그러다가 기분이 내키면 홀연히 사라져 버리곤 해.


그럼 달이 사라지면 마녀는 어떻게 해? 살 곳이 없어지잖아.


우후후, 그러면 마녀는 이 지상으로 내려오지. 우리들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달의 기분이 바뀌어 모습을 드러내면 다시 달로 돌아가곤 해.

사실 달의 마녀는 언제든지 이 땅으로 내려올 수 있어.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단다. 우리들 인간을 싫어하기 때문이야.

그러니 늘 조심해야 해. 달의 마녀가 정체를 들키면 인간을 잡아먹기도 하거든. 혹시나 네 옆의 사람이 마녀라는 걸 알게 되어도 모르는 척해야 한단다. 마녀의 솥의 재료가 되고 싶지 않다면.

달을 들여다볼 때도 조심해야 해. 달의 마녀는 달의 뒷면에 지은 검은 집에서 살면서 달을 바라보는 인간을 마주 바라보거든. 네 눈동자 속 검은 동공을 들여다보다가 마음에 들면 집어가 버린단다. 눈동자 색이 마음에 들어서 가져갈 수도 있고 흰자위가 깨끗해서 가져갈 수도 있지. 이유는 아무래도 좋아. 그녀는 변덕쟁이니까. 눈을 빼앗긴 인간은 다시는 달빛도 태양빛도 볼 수 없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렴. 다시 말하지만 그녀는 변덕쟁이라, 어떤 날은 인간에게 축복을 내려준단다. 밤하늘의 오로라는 그녀가 뿌린 빛의 가루야. 빛의 가루는 여러 밤동안 모은 달빛과 여러 가지 재료를 함께 섞어 만든 마법의 선물이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소매 가득 담겨있는 가루를 조금씩 뿌리면 새카만 하늘에서 빛의 장막이 너울거리게 돼. 얼마든지 바라봐도 괜찮아. 마녀에게 눈을 빼앗기지 않을 테니까.

환상적인 밤이지. 녹색으로 빛나는 밤하늘을 보고 나면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빛의 가루가 마녀의 솥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건 잊어도 돼.

가끔은 땅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하면 놀라운 행운을 선사한단다. 공주에게 키스를 받아 인간으로 돌아온 개구리 왕자를 알고 있니? 백조 왕자는? 오, 아니야. 마녀의 마음에 든 건 공주님이란다. 불쌍한 공주님들, 더 큰 왕국으로 시집갔지만 장티푸스와 조류독감에 걸려 젊은 나이에 달나라로 끌려가버렸지. 잊지 말렴, 마녀의 솥에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단다. 그중에는 누군가의 눈물과 불행도 있어.


너무 무서워하지는 말렴, 우리 같은 조그만 인간이 마녀의 눈에 띄기는 참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만에 하나 마녀가 널 눈여겨본다면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말길. 더 큰 불운이 너를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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