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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erson Feb 03. 2023

우리가 한달살기를 해야 하는 이유_서문

출발 전 새벽

자유가 필요한 이유


새벽 3시 반쯤 눈이 떠졌다. 지난밤 너무 일찍 잠에 들어서인지, 딸아이가 밤마다 습관처럼 손가락 빠는 소리에 신경이 거슬려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눈이 떠진 후로 2시간을 다시 잠들기 위해 애쓰다가 포기한다. 거실로 나와 따뜻한 캐모마일차 한잔 들고 노트북을 켠다.


정확히는 어제부터 나의 한 달간 육아휴직이 시작되었다. 물론 딸 양육과 더불어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목적이겠으나 한편으로는 한 달간의 '자유'를 얻고 싶었던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쳇바퀴 돌듯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일상과 머리를 지끈지끈 아프게 하는 수많은 타인들을 피해서 강원도 바닷가 마을로 도망갈 자유.


진짜 자유를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정도가 아니라,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진하게 느껴보고 싶었다. 아무도, 그 어떤 것도 내게 뭔가를 요구하지 않는 그런 시간, 오로지 내가 하고 싶고 가고 싶고 생각하고 싶은 것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크게 이뤄놓은 것이 없고 딱히 내세울 것 없는 33년의 인생이었음에도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10대의 풋풋한 시간은 대학 입시에 쏟아부었다. 20대 대학생 시절 찬란한 시간은 취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데 할애하고 말았다. 30대 평범한 직장인이자 가장으로서 현재라는 시간은 더 나은 미래라는 원대한 목표에 내어주고 있다.

그렇게 벌써 인생의 1/3 이상을 살았고, 한 번도 자유를 가져본 적이 없다. 자유를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 한 번도 스스로를 오랜 시간 자세히 바라본 적이 없고, 그렇다고 진지하게 세상 밖으로 나가 살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직장 생활도, 사회와도,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휴대폰과 미디어로부터도 완전히 단절되어 진짜 세상을 마음껏 즐겨보기로.


그러고 보니 새벽 3시부터 깨어나 잠을 잘 못 잔 탓에 나를 가볍게 괴롭히는 약한 두통도 그리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 인생의 쉼표를 한방 당차게 찍고 새로운 시작을 해보려는 이 시점에 이 정도 신경은 써야 하지 않을까. 설렘으로 잠 설치고 일어나 새벽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모습이 마치 그때는 누리지 못했던 나의 20대의 열정, 10대의 어설프고 풋풋한 모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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