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g Pig Jun 12. 2021

일의 감각

고수가 되는 것은 정체성의 확립이다

 책을 읽는 것은 많은 정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많은 정력이 소모되는 만큼, 읽고나면 새로운 시각을 알았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어려운 책을 읽었을 때는 뿌듯함이 더 강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복기다. 책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고 얼마나 흡수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정작 읽고 남는 것이 없다면...?


 복기와 관련해서 안좋은 버릇이 있다. 집중력이 너무 흐려져 책 읽는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짙어서 앞의 내용을 자꾸 까먹게 된다. 머릿 속에서 이전 내용을 까먹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일의 감각의 경우도 그렇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책을 좀 더럽게 읽었다. 메모를 하고 접고 밑줄을 그었다. 확실히 더 잘 이해가 됐다. 복기에도 유용했다.


 서두가 길었는데, 일의 감각의 저자는 한 분야의 고수가 되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고수는 소위 말하는 전문가다. 단순히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전문지식을 갖추고 직접 경험한 "전문가"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전문가가 되어가는 것의 핵심은 바로 "내면의 변화"와 "정체성의 확립"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가 되며 크게 3가지 단계를 격는다. 도제, 저니맨 그리고 대망의 고수의 단계를 격는다. 수감생활을 하며 일의 지루함을 배우는 도제, 이제 막 스스로 책임을 지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저니맨, 그리고 후진양성과 함께 일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고수.


1. 도제

 각 단계마다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도제 단계에서는 시스템에 들어가 지루한 일을 배우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게 된다. 정말 쓸 데 없는 것에 시간을 보내는 것 같지만 그것조차 "일의 일부분"이다. 고수가 되면 어떠한 의식없이 일을 "그냥" 하게 되는데, 그것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수없이 해낸 지루한 일들 덕분이다. 그 지루한 일들은 행위로서 내면에 쌓여간다. 예컨대, 주방 보조의 설거지, 보조의사의 채혈 등은 사실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위 과정에서 미장플라스도 언급되는데 이는 꽤나 유용한 개념이다.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큰 영영향을 받는데 폴더정리를 잘하면 그만큼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공간에 따라 우리의 정신은 영향을 받아 정체성이 바뀌는 것이 아닐까? 내게도 공간이 필요하다. 


끝없는 반복과 실수를 극복하며 강한 회복탄력성을 몸에 지니게 된다. 실수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보완하게 된다. 다만 너무 실수에 침울해 있어서는 다음 단계인 저니맨에 들어가기 힘들다.


2. 저니맨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스스로 판단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자신감 넘쳐 고객이 아닌 자신에게만 집중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개성을 키우는 동시에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이 자라나는 저니맨 단계에서, 우리는 자신감을 갖춰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부차적 존재로 여겨야 하는 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것은 "목적"을 명확히 해야하기 때문이다. 


 일의 목적이란 무엇일까? 개인의 목적은 전문가, 고수가 되는 것이다. 고수는 결국 타인과 자신에 대해서 밸런스를 맞추어야 한다. 요컨대,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일을 하고 마술사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술을 한다. 자신의 의학지식과 마술실력에만 매몰되면 진정한 일의 목적을 잊어버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저니맨은 임기응변을 배우게 된다. 임기응변은 어떤 상황에서도 일을 제대로 끝마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새로운 상황을 계속 경험하고 실수하며 그것에서 배워 성장해 간다.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결정을 밀고 나가는 자신감을 저니맨은 가져야 한다.


3. 고수

 저니맨을 거쳐 결국 고수가 됬다. 고수는 정말 수많은 시간을 겪어야 갈 수 있는 목표다. 그리고 고수가 되면 크게 두가지 선택권을 갖는다. 자신의 분야를 더 파고 들어갈 것인지 혹은 도약을 위해 자신의 세상 밖으로 나갈 것인지.


 분야의 융합을 통해 고수는 세상에 업적을 남긴다. 자수장인이 의료인들의 바느질을 도우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은 예시다. 그렇게 고수는 세상에 혁신을 만들어 낸다. 이때, 자신이 가진 지식을 주기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며 동시에 후진양성을 해야 한다.


 도제와 저니맨을 가르치는 고수는 그들의 입장에서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 안내자로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고 아닐 때는 빠질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다. 


 1~3단계는 인간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가치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여 나보다 큰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에서 인간은 심오한 욕구를 충족시킨다. 단조로운 일상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인간은 잠재력을 사용하고 욕구를 만족시킨다. 


 고수가 되는 과정은 많은 어려움이 있따. 믿음과 인내가 있어야 어둠을 견딜 수 있고 결국에는 계속 올라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전문가 되기란 시간이 걸린다. 아주 많은 시간이. 그리고 그것은 끝이 없다. 우리는 고수가 될 수는 있어도 고수를 완성시킬 수는 없다. 일에는 끝이 없으니까.


 정체성을 변화시키며 고수가 되는데, 평소에 생각하던 아주 중요한 것이다. 혼란의 시기에 나를 잡아주는 것은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고민이다. 나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역시 아직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아직 저니맨도 못된 것이다. 물론 내 일은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정체성이 확고하다면 나는 훨씬 덜 혼란스러울텐데. 


 언젠가 내게도 확실하고 자신감있게 나 스스로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