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아담(Adam)의 메시지
스토리텔링이 하는 일의 일부인 사람이라 그럴까. 나는 유독 꿈을 많이 꾼다. 어떤 밤은 몇 편의 영화 같은 꿈들이 옴니버스처럼 이어져 눈을 뜨고 있었다면 하얗게 새우고도 남았을 것이다.
반면, 어떤 날은 한 편의 스토리가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처럼 진행되다 잠이 깨고 다시 잠이 들면 이어지는데, 그렇다고 그 플롯들이 합쳐진다고 그럴싸한 작품 하나가 완성되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도, 생각이 많은 성격과 또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상 내게 그러한 하얀 밤과 까만 밤들은 떨쳐낼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꿈만 자주 꾸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이 너무 생생할 땐 잠꼬대(대화라고 하자)까지 아주 리얼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사가 길어지면(?) 저절로 잠이 깬다. 그러곤 꿈의 내용을 복기하다 잠이 달아나버릴 때도 있다.
어젯밤 스토리의 주인공은 내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은 아담(Adam). 그는 내가 미국에 정착할 초기, 잠시 다녔던 랭귀지 스쿨의 선생님 중 한 사람이었다.
특유의 젠틀함과 유니버설하게 통하는 크리에이티브한 개그감각으로 네이티브인 그와 내 영어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지만 우리는 잘 통했다. 아마도 늦깎이로 떠난 유학이라 사회물(?)을 조금은 먹었던 덕분에 선생님과 그래도 농담 교환(?)이 가능했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다닌 그 랭귀지스쿨을 운영하는 명문대학 출신으로 매우 스마트하고 인문학은 물론 과학 분야까지 박학다식하며, 무엇보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뮤지션이었다. 아직도 우리 집에는 그가 선물했던 그의 밴드 앨범이 CD라는 유물로 보관돼 있다.
어젯밤 꿈에서 그리운 아담을 보았다. 어찌나 반가운지 꿈속의 나는 버선발로 뛰쳐나가고 있었 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간간히 소식을 전하던 그는 어느날 자신이 암투병 중이라고 알려주며 “크게 걱정하지 말라” 했다가, 언젠가부터 소식이 뜸해 페이스북을 뒤져보고서야 나는 그가 이미 하늘의 별이 됐음을 알게 됐다. 소중한 친구가 하늘의 별이 된 날은 공교롭게도 나의 생일. 미국과 한국의 시차가 있긴 해도 나는 그 사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펐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꿈에 등장하니 버선발이 아니라 맨발로 뛰어나가고도 남을 일이었다.
지금은 그의 아내가 그의 페이스북 계정을 관리하며 그를 기리고 있는데, 해마다 아담의 생일엔 그의 친구들이 여전히 생일축하 메시지를 남긴다. 그 페이스북을 보고 있으면 그가 아직도 우리의 곁에 있는 것 같다.
“헌주~! 너무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어젯밤 그는 예의 빙그레와 자상함이 절반쯤 섞인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벌려 내게 다가왔다. 그는 여전히 어찌할 수 없는 그 노랑 곱슬머리 헤어와 새하얀 얼굴이었다. 그는 무척 상기돼 보였고, 나는 그와 반가움을 나누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뒤에 그의 아내와 내가 한 번도 뵙지 못했던(이미 돌아가신 후라) 그의 어머니도 계셨다.
한국인지 미국인지 분간할 수 없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내게 불쑥 다가와 나를 또렷이 쳐다보며 말했다.
“헌주, You’re not alone.”
그후 그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마치 진짜 현실처럼 그의 아내 등 가족들만이 나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 아담이 그렇게 사라진 후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담, 진짜 많이 고마웠어.”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지? 아담이 천국에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
그 말 끝에 눈이 떠졌는데, 빙그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형언할 수 없는 따뜻함과 고마움… 정말 인간적이었고 멋진 생각을 가지고 멋지게 살던 친구가 평온해 보여서 너무나 좋았다.
아담이 어젯밤 내 꿈으로 찾아와 “You’re not alone”이라고 말해준 것이 너무나 생생해서 현실같이 느껴진다. ‘척’하면 ‘척!’, ‘아’ 하면 ‘어!’ 눈빛만 봐도 통했던 소울 메이트는 내게 그 한 마디를 해주려 천국에서 외출을 했던 것일까.
지금, 내게, 왜 그 한 마디가 필요한지 그는 정확히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인생의 소울메이트는 어쩌면, 시공은 물론 생사의 문턱을 초월해 곁을 지키고 마음을 보살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담에게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Adam, like you said, you’re not alone, too.”
Photo by Raivis Razg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