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게 뭔데

『나무 사이』를 읽고

by 이우주



정원에게.


어제 회사에 한 선배의 퇴직 소문이 돌았어. 사실 말이 선배지 그 분 34년을 일하셨대. 누군가에게는 일평생일 그 세월동안 주어진 일들을 해내었다는 건 후배들의 기립박수를 받을만한 일인 것 같아. 34년이라니, 자리를 떠나려는 선배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나는 겁을 먹은 채 이 직업을 선택했던 것 같아. 학교를 모두 마쳤으면 어땠을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치열하게 고민해봤다면 어땠을까. 아마 내 삶은 많이 달랐을 거야. 지금보다 훨씬 고단한 일을, 지금보다 적은 돈을 벌며 하게 되었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진심으로 일을 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


'나답게 살기로 한 여성 목수들의 가구 만드는 삶'이라는 부제가 붙은 『나무 사이』를 읽었어. 박수인, 지유진 작가는 한 회사에서 일을 했고 이제는 함께 가구를 만드는 동료야. 괜찮은 회사에서 좋은 평을 들으며 일했지만 그렇게 사는 것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목수 일을 배워. 여자에게는 채용기회를 주지 않고, 여자 화장실조차 없는 환경에서도 일을 배워.


이들에게는 끌과 고무망치를 꽂을 수 있는 공구 가방이 데일리 백이자 명품 가방이야. 패션 아울렛에선 금세 녹초가 되지만 대형 철물점에선 "우리 이 드릴 필요없나?", "유진아, 이 클램프 봐. 엄청 예뻐!", "언니, 이 대패 봐. 너무 귀여워!" 같은 말을 연신 쏟아내며 잔뜩 들떠 에어건과 경첩과 커터를 쓸어담아. 이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기뻐하고 행복해하는지 내가 다 신이 나더라.


그런 그들은 난방이 되지 않아 영하 20도에 이르는 한겨울에도, 냉방을 할 수 없어 찜통 더위에 갇힌 한여름에도 속옷과 양말 속까지 나무먼지를 뒤집어써가며 가구를 만들어. 나답게 살기 위해서.


정원아, 너에게 '나다움'이란 무엇이니. 무엇부터 질문해야 혹은 규정해야 그것과 대면할 수 있을까.

나는 올해 마흔한 살이 되었어. 나답게 살아도 되는 때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더 늦추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이번 겨울은 곰곰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오는 봄, 나답게 사는 나로 태어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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