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된 카페시장에서 북카페가 살아남는 법(2)

복제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기

by 벤의 서재

차별화(Differentiation)는 존재하지만 차별화의 정도는 약하며 경쟁 브랜드 간에 차이가 거의 없다.

마케팅은 경쟁적인 환경에서 브랜드의 가시성을 높이는 독특한 품질을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

독특성(Distinctiveness)을 강조한다는 것은 독특한 판매 계획을 찾으려는 노력을 줄이고 독특한 식별특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다.

- 브랜딩의 과학


'푹신한 소파'라는 거대한 산은 넘기 전엔 히말라야 같았는데 넘고 나니 언덕에 불과했다.

인테리어라는 영역은 사실 돈으로 대부분 다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많은 금전적 여유를 가진 사람이 감각 없이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나 북카페와 같은 공간중심의 사업은 대부분 인테리어 감각이 있고, 초기부터 아주 큰 자금을 투자해서 공을 들인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업을 하는 공간을 참고할 수밖에 없고 대부분 비슷한 인테리어를 하게 된다.

즉, 인테리어만으로는 소비자에게 독특한 곳이라고 식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이런 식이다.

기존 북카페 시장에서 소파 인테리어는 소파를 중앙에 두고 좌우에 조명과 낮은 협탁을 두는 게 유행이었다.

이렇게 하면 책장 배경에 소파에 기대어 책을 보면서 옆에 있는 낮은협탁에 음료를 두고 먹을 수 있게 세팅된다.

이게 핀터레스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가능한 구조이며 이전까지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우리 가게는 플레이트를 앞에 놓고 음식을 먹는 구조이다 보니 소파 앞에 낮은 테이블을 비치했다.

나는 새로 생기는 서점이나 북카페, 북바는 다 찾아보는 편인데 1년 정도 지난 시점에 우리 가게랑 비슷한 구조의 소파와 테이블구조를 인테리어로 삼은 곳들을 꽤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이건 당연한 현상이다.

이 전 글에서 우리 카페를 벤치마킹 하는 카페도 있다고 말했었는데(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다 인테리어였다. 이제는 벤의 서재의 장점인 '푹신한 소파'는 카페 카테고리에서 더 나은 선택일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벤의 서재 고유의 구조로는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에도 역시 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 보기로 했다.


바이런 샤프의 책 '브랜딩의 과학'에는 차별화(Differentiation) 대신 독특성(Distinctiveness)을 강조한다.

차별화는 쉽게 말해서 '경쟁사 대신 우리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우리 가게에는 더 좋은 재료를 씁니다, 우리 가게는 푹신한 의자가 많습니다.' 같은 것 들이다.

반대로 독특성은 구매를 원하는 상황에서 브랜드를 쉽게 떠올리고 찾을 수 있도록 강력한 무언가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좋은이 아닌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이다.

지금 우리 가게의 독특성은'이름', '로고', '짙은 우드톤 가구', '딥그린 좌석', '대화금지'등이 있다.

(아마 고객의 머릿속 언어로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운이 좋게도 좌석변경을 하면서 '딥그린 좌석'이라는 독특성이 조금 더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독특성으로는 대중에게 식별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마곡 업무지구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독특성을 만들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이번엔 메뉴를 통해 독특성을 강화하기로 결심하고 총 두 가지의 방향성을 가지고 추친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메뉴에 스토리를 부여하기. 두 번째로 저작권등록이 가능한 메뉴를 만들기.

우리 가게의 메뉴는 모두 내가 책을 보며 떠올린 것들이다. 맨 처음부터 만들었던 마들렌, 그리고 브리치즈와 와인의 조합. 이 메뉴들에 원래 담긴 의미를 이름에 담고, 메뉴카드를 만들어 손님들께 제공하기로 했다.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음료 마들렌 세트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와인 브리치즈 세트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이다.

예전 글에도 썼지만 마들렌이 나오는 그 문장 때문에 마들렌을 만들게 되었으니 맥락도 딱 알맞았다.

브리치즈 세트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파티를 보며 술과 핑거푸드의 조합을 떠올렸다.

이름을 지었으니 이제 메뉴카드를 만들 차례가 왔다. 이름, 의미, 문장만 쓰는 단순한 작업인데 사실 이게 너무 어려워서 오늘까지 붙들고 있었다.

맥북에 있는 Keynote로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이쪽으로는 감각이 없는 것 같다. 뚱땅뚱땅 만들다 보니 조금 괜찮은 것 같아서 오늘 업체에 인쇄를 맡겼는데 DPI가 어떻고 픽셀이 어떻고 크기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다시 수정해 가지고 간신히 보냈다.


여기에 더 맥락을 부여하면서 브랜드의 속성을 강화하기 위해 식기도 과감하게 모두 변경했다.

먼저 우리 가게 메인 메뉴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시대상과 분위기 맥락에 맞게 앤틱 한 패턴의 식기로 변경하되, 딥그린으로 통일하기로 결심했다. 이것도 정말 오래 걸렸는데 생각보다 딥그린의 앤틱 한 식기를 찾기가 어려웠을뿐더러 소서(컵받침)가 세트로 있는 식기 역시 찾기가 힘들었다. 찾고 찾다가 빌레로이 앤 보흐의 식기가 딱 알맞았는데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식기가 아니라 아쉬웠다. 참고로 해외배송되는 유럽앤틱식기 중 정식 수입품이 아닌 것들은 대부분 '장식용'으로 들어와서 한국에서는 식기로 사용할 수 없다. 외국에서 직접 사 오더라도 식약처의 검사를 받아야 하며 안 받으면 모두 불법이다. 가정집이 아니라 가게에서 쓰는 나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던 도중의 '클레이탄'이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말레이시아 브랜드이지만 영국 앤틱업체의 OEM을 맡았던 곳이라 품질도 검증되고 식기들 디자인이 모두 앤틱 했으며 정식 수입상품도 있었다. 모든 품목이 있진 않았으나 운이 좋게 그린 플로럴패턴의 디저트 접시와 찻잔&소서 세트까지는 판매를 했다.

이참에 아이스잔도 변경하기로 했다. 기존에 쓰던 잔은 하이볼 잔인데 표면에 물이 많이 맺히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앤틱 하면서 두껍고 투명한 잔인 고블렛잔으로 모두 변경하기로 했다.

와인잔은 위대한 개츠비의 스토리텔링을 하다가 변경하게 되었는데 내가 가장 영감을 받은 그 장면.

개츠비가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에 들고 있는 잔인 쿠페잔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 역시 앤틱함을 살리기 위해 다이아몬드 컷팅이 들어간 잔으로 구매했다.


식기가 오고, 실제로 세팅을 해보니 확실히 새로워 보였고, 잘 어울려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또 벽이 생겼다. 생각보다 디저트접시가 커서 치즈플레이팅이 애매했는데 여기에 '위대한'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어색해 보였다. 접시를 다른 재료로 더 채우고 가격을 올려버리기엔 기존에 오시던 고객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또 고민이 많아졌다. 사실 와인과 치즈의 원가율이 디저트 세트에 비해 너무 높아서 마진은 덜 남지만 와인과 치즈가 함께하는 독서경험을 손님들이 더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기 때문에 머리를 좀 더 굴려보다가 같은 책이지만 인물을 통해 가격을 차별화 한 2가지 구성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기존의 와인세트는 개츠비의 친구이자 또 다른 주인공인 '닉 캐러웨이'로 정했다. 그는 영화에서 화려함 보단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으로 나오기에, 기존 식기, 구성과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개츠비의 본명인 '제이 개츠비'에는 상징적 장치인 화려함을 담기 위해 샤퀴테리와 샤인머스켓을 추가하고 와인잔도 개츠비의 상징인 쿠페잔으로 변경했다. 식기 역시 소설의 중요한 포인트인 '녹색불빛'과 '화려함'을 위해 클레이탄의 플로럴패턴 접시에 담았다.

이렇게 맥락과 서사를 부여하고 공을 들이다 보니 한 달이나 지나버렸다.

다음 주에는 메뉴카드와 함께 제공해보려고 하는데 부디 손님들이 좋아하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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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만든 메뉴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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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위대한 개츠비 : 제이 개츠비 / 위대한 개츠비 : 닉 캐러웨이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내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한 것은 상품을 거짓된 가치로 포장하는 것이다. 1000원짜리 상품에 '이것은 단순한 볼펜이 아닙니다. 바로 자긍심입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마케팅이 같은 종류의 것인데. 이런 방식의 마케팅은 군중심리를 이용한 소비자 조종전략에 불과하다.


상품에 가치를 담는 것은 사장의 마음을 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고객이 알아주기를 원함이 아니라, 고객을 향한 일방적인 마음이다. 일종의 사랑의 종류인 것이다. 이 마음이 서로 와닿았을 때 진정한 연결점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조종이 아니라 자발적 이끌림으로 나타난다.

마음을 담은 것은 때로는 설명하지 않더라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음식이 될 수도 있다.

거기에서 소비자의 마음속에 '각자의 브랜드 메시지'라는 게 생긴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언어로 정의되는 브랜드 메시지는 '나는 좋다'라는 단어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인식하고 나니 내가 정의하는 브랜드 메시지가 반드시 중요하고, 소비자가 반드시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마음을 다해 모든 것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번 메뉴를 준비하면서 차별화나 독특성을 고려해서 만들었지만 모든 것은 이 오기 힘든 곳에 자발적으로 와주시는 모든 분들이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편하게 책을 읽으며 쉬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나의 중심에 있었다. 납품 디저트를 쓰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마들렌을 만들 때도, 지금도 똑같은 마음이다. 당장은 알아주시지 않더라도 언젠가 마음에 닿기를 바라는 일방적이지만 순수한 마음을 담았다.


이번을 기점으로 신메뉴를 10개 정도 구상해 보았다. 기술적으로도 익히고 배울 것들이 많아 6개월 동안 베이킹클래스에 다닐 예정이다. 거기서 배운 기술로 내년에 저작권등록이 가능한 제품을 하나 만들어서 가게의 시그니처로 만들어볼 예정이다. 그리고 스스로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자 블루리본을 목표로 해보기로 했다.

조금 더 많이 노력해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좋아하는 공간이 될 수 있게 만들어보려고 한다.


부디 그전에 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