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시작

박사가 아니니 박사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by 브로콜리

석사 학위 졸업은 지도교수 재량이 큰 경우가 많다.
내가 재학하던 2013~2015년 석사 졸업 요건에 SCI 논문 출판 규정은 없었다.
내 석사 지도교수님은 평온한 분이라 졸업 요건을 까다롭게 두지 않으셨고, 나는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학위 논문은 마지막 6개월 동안 정신없이 써냈다.

석사 과정에서 가장 값진 훈련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내 연구를 심사위원 앞에서 납득시키며 발표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학위논문’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글을 써보는 경험이었다.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매 순간이 트레이닝이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주변에 박사학위자가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나도 박사학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가끔 나를 "김 박사님!"이라고 부르는 분들에게

"저는 박사가 아닙니다."

라고 곤란한 표정으로 말하기도 더 이상 싫었다.


많은 고심 끝에 직장 가까운 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석사 때 코스웍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 때문에, 입학 전 다짐 하나를 했다.
'코스웍에 스트레스 받지 말자.'

하지만 박사과정에서 난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그건 바로 SCI 논문 출판이다.


학과 규정상 박사 졸업 요건에 SCI 논문 1편 이상이 있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은 입학 전부터 기준을 더 높게 말씀하셨다.
“박사학위는 SCI 3편 이상은 되어야지.” (최소 3편, 가능하면 5편 정도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의 무게를 처음엔 실감하지 못했지만, 졸업을 준비하면서 깨달았다.

‘SCI 논문 최소 3편은 있어야 박사학위 논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구나.’


랩에는 선배 박사과정생이 없어 대부분을 스스로 배워야 했다.
논문 작성은 구글과 유튜브, 책을 뒤적이며 배웠고, 수차례 리젝을 겪으며 몸으로 익혔다.
지도교수님은 ‘자기 주도’를 강조하셨다. 연구에 과도하게 간섭하지 않으셨고, 중요한 지점에서만 코멘트를 주셨다.


이제 박사가 된 난 오늘 새벽까지 SCI 논문 리비전 작업을 마쳤다.
그 과정에서 문득, 박사과정 동안 맨땅에 헤딩하며 익힌 것들을 기록해 두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