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석박사, 사기업과 연구기관 그 사이에서 얻은 것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한 경험이 있다. 흔치 않게도 석사는 사기업에 재직하며, 박사는 연구기관에서 취득했다. 같은 ‘학위’를 위한 과정이었지만, 두 환경에서의 경험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상이한 환경에서 학업과 직무를 병행하며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그리고 그 경험들이 커리어에 어떤 임팩트를 주었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사기업, 홀로 감내해야 했던 석사 과정의 외로움과 성장통
처음 석사 학위를 시작했을 때, 나는 사기업에 재직 중이었다. 회사에서는 대학원 수업 참석을 위한 시간을 배려해 주었지만, 등록금 지원은 없었다. 다행히 시에서 지원을 받아 학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짜 어려움은 제도적 배려와 별개로 존재하는 조직 문화와 무언의 압박이었다.
퇴근 후와 주말을 가리지 않고 개인 시간을 쪼개 학업에 매진했다.
그러나 더 힘들었던 건 학업을 ‘특혜’로 보는 시선이었다.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갈 때면, 팀장이 분위기를 조성해 다른 직원들이 내가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팀장은 내가 석사학위과정에 입학하는 거조차 못하게 막았던 인물이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노력임에도 ‘일을 방해하고 혼자 특혜를 누린다’는 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야 했다. 이 상황에서 수업을 포기하면 졸업은 물 건너간다는 절박함이 나를 지탱했다.
연구 경험이나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동료가 없어 조언을 구할 곳도 없었다.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보고 부딪혀 해결했다. 나의 석사 과정은 마치 넓은 바다를 홀로 항해하는 여정 같았다.
그러던 중, 경쟁사에서 온 박사 과정 선배를 만났다. 그는 전공 지식과 실무를 깊이 연결해 연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내가 속한 조직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했다. 그때부터 이직을 강하게 꿈꾸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환경에 따라 생각이 확장되는 과정도 학위 과정의 일부라는 걸 깨달았다.
이 홀로의 싸움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압박 속에서도 나아가는 끈기, 문제 해결 능력, 주위 시선을 이겨내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자기 효능감을 얻게 했다.
2. 연구기관, ‘함께’ 연구하며 학업을 병행하다
석사 학위를 마친 후, 나는 연구기관으로 이직했고 이곳에서 일정 기간 근무 후 박사 학위를 시작했다. 사기업에서의 경험과는 완전히 달랐다. 연구기관은 직원이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 역량을 키우는 것을 적극 장려했다. 기관 자체보다 주위 동료들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학위과정을 한다고 해서 주위 동료에게 피해를 주거나 민폐를 끼친다는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본인 업무는 본인이 하기 때문에 다들 바쁜 나를 가엽게 여기고 도와주려고 하였다. 업무 자체가 연구와 직결되어 학업과 직무 간 시너지 또한 극대화됐다.
가장 큰 차이는 ‘주변의 도움’이었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선배나 동료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비록 전공은 다 달랐지만 대부분 대학원에서 연구를 해봤던 분들이고 박사학위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막히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다들 자기 나름대로 노하우나 풀어나가는 방법론을 알려주셨다. 또한 연구기관이다 보니 최신 연구분야나 동향을 알 수 있었고 세미나, 학회와 같은 학문적 교류도 활발히 할 수 있었다. 마치 잘 갖춰진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기분이었다.
3. 같은 ‘학위’, 다른 ‘임팩트’
두 환경은 분명 다른 장단점을 가졌지만, 내 커리어에 결정적인 임팩트를 준 건 사기업에서의 석사 학위였다. 그 학위가 이직의 결정적인 열쇠가 됐다.
압박 속에서도 오롯이 나 혼자의 힘으로 마쳤다는 사실은 강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연구를 해봤다’는 경험은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는 역량을 증명했다. 새로운 직장에서는 나의 주도적 문제 해결 능력과 연구 경험을 높게 평가했고, 이는 성공적인 이직으로 이어졌다.
마무리하며
직장인으로서 학위를 병행하는 길은 쉽지 않다. 하지만 환경이 어떻든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값지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은 학위 과정의 중요한 일부다.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성장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