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작성, 그 외롭고도 험난한 길
논문 작성은 연구자의 숙명이지만 때로는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비영어권 연구자에게 영어 논문 작성은 또 하나의 거대한 벽과도 같았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하며 연구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문 논문 작성은 항상 큰 부담이었다. 직장생활과 학업 거기다 영어까지…
석사 시절에는 매주 영어 논문 과제를 제출해야 했지만, 내가 쓴 영어가 제대로 된 표현인지 자신이 없어 영어 잘하는 친구에게 매주 첨삭을 부탁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하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석사 때 이런 악몽 같은 경험으로 인해 박사 학위 입학 전까지는 비록 고급스러운 글을 쓸 정도는 아니었지만, 영어 공부를 놓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당시에는 그나마 구글 번역기가 있어 어느 정도 글을 다듬을 수 있었고, Grammarly 같은 유료 서비스를 활용하며 영어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혼자서 어떻게든 제대로 된 영어 문장을 써보려 했지만, 사실 너무 어려웠고 비효율적이었다.
생성형 AI 등장
그렇게 어렵게 SCI 논문 두 편 정도를 써낼 즈음, 내 연구 인생에 그야말로 '신세계'가 열렸다. 바로 ChatGPT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할 뿐이었지만, 곧 나는 이것이 논문 작성에 큰 도움을 주고 머지않아 이것 없이는 연구가 안될 혁명적인 도구임을 직감했다. 비록 당시는 초창기라 논문 검색이나 복잡한 아이디어에 대한 심도 깊은 디스커션까지는 무리였지만, 영어 문법과 표현, 어색한 문장을 다듬어주는 데 있어서는 정말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다.
AI가 등장하기 전까지 논문 한 편당 약 100만원 가량을 영어 검/교정 서비스에 지불해 왔었다. 이 돈을 지불하면서 영어권 국가에서는 돈 벌기 참 쉽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ChatGPT를 경험한 지금은, 솔직히 더 이상 영문 검/교정 업체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적어도 논문 작성에서 만큼은 영어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음'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든든한 '디스커션 동료'를 얻은 느낌
요즘 나는 연구 아이디어와 논문 작성의 전체 흐름 등 다양한 부분에서 AI와 적극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아이디어를 AI와 주고받으며 확장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잘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제 대부분의 연구자가 AI를 활용해서 연구하고 논문을 작성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은 연구자가 있다면, 그들은 이미 많이 뒤처졌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나는 논문의 논리적 흐름을 검토하고, 논리적 비약이 있는 부분을 지적하며 개선을 제안받는 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피드백은 사실 동료에게는 쉽게 받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동료들은 서로에게 직언하기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연구자들은 다른 이의 연구에 피드백을 주는 것을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특유의 문화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나 타인의 연구에 의견을 주는 것이 자칫 주제넘은 오지랖이 될까 주저하는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AI를 동료로 두면 이런 부담 없이 심도 깊은 논의가 가능하다. 혼자 고민하던 때보다 훨씬 효율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무슨 아이디어를 말하더라도 토론이 가능하다. 그전에는 무슨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쉽사리 시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아이디어를 점검하고 확장하고 실행하기가 거의 새로운 도전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걱정 없이 언제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검토하고 실행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디어 노트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새로운 시작과 도전에도 심리적 안정감도 높아졌다. AI는 내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꼼꼼히 짚어주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관점이나 자료를 제안하여 연구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한다. 이제 AI는 나의 든든한 연구 파트너이자 비판적 조언자, 그리고 외로웠던 연구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또 다른 동료이다.
AI를 활용한 프로그래밍 코딩은 효율이 너무 좋아서 영어 다음으로 자주 이용하는 분야다. 필요한 그래프를 그리는 프로그래밍이나 도출한 알고리즘에 대한 프로그래밍 큰 틀을 AI를 활용해서 코딩하고 코딩된 프로그램을 조금만 손봐서 쓴다. 초창기에는 완성도가 낮았지만 사실 요즘은 내 기준에서는 거의 손을 안 대도 될 정도가 된 것 같다.
AI 활용 시 주의사항
AI는 분명 강력한 도구이자 훌륭한 조력자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며, 우리 연구자가 최종적인 책임과 판단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나는 AI를 활용하며 다음 몇 가지를 항상 명심하려고 노력한다.
맹목적인 의존은 금물: 비판적 사고 유지 AI가 제시하는 내용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추론일 뿐이다. 팩트 체크는 물론이고, 논리적 오류나 의도하지 않은 편향이 있을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AI의 결과물을 검토하고, 우리 스스로의 지식과 판단으로 최종 검증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AI는 보조 도구이지, 우리의 사고력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다.
'환각(Hallucination)' 현상 경계: 부정확한 정보의 위험성 AI는 때때로 존재하지 않는 정보나 출처를 마치 사실인 양 제시하는 '환각'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논문 작성에서는 단 하나의 부정확한 정보도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인용한 출처나 제시한 데이터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반드시 원본을 확인하고 교차 검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창의성과 독창성의 주체는 '나': AI는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합이나 제안을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통찰력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결국 연구자로부터 나온다.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우리 스스로가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AI를 통해 효율성을 얻되, 탐구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연구 본질과 성찰의 시간을 잃지 않도록 균형을
AI와 연구자 공존
돌이켜보면, 과거 혼자 영어 논문 과제에 매달리고 자괴감을 느끼던 시절과 SCI 논문 작성 시절은 참으로 외롭고 힘들었다. 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 이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구현하기는 너무 어려웠다. 구글에서 키워드를 입력해서 정보를 찾아내는 스킬 또한 매우 중요했다. 연구를 토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가 절실했다.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너무 답답해서 어린 딸에게도 의견을 물어보기도 했다. ^^
그러나 AI는 이제 그 공백을 메워주고, 내 연구 여정에 든든한 동료로 자리 잡았다. 영문 작성의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논리적 흐름을 다듬는 과정에서 이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AI는 더 이상 특정 분야의 기술이 아니라, 모든 연구자들의 보편적인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AI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능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나는 AI가 가져온 이러한 변화를 통해 연구자들이 훨씬 더 본질적인 질문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작업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진정으로 중요한 연구 과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물론, AI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 연구자들의 역할과 필요한 역량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구를 적극적으로 학습하며 우리 연구 지평을 더욱 넓혀가는 자세다.
AI와 함께, 이제는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연구자 길을 걸으며,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출하는 여정을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