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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ul 13. 2019

나쁘지 않다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영화 [기방 도령] 리뷰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남자 기생이라는 소재 자체는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영화로 풀어낼만한 스토리가 존재하는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극의 초중반에 재미를 위해서만 사용된 뒤에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 속 두 그룹의 대비가 상당히 선명하게 그려진다는 것입니다. 홀로 과부가 된 후에 열녀가 되기 위해 정조를 지키려는 여성들과 기방에서 많은 남자들을 맞이하는 기생들의 대비는 같은 여성이지만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는 칭찬을 조금 하고 싶습니다. 영화의 중간에 한 인물이 보는 책으로 등장하는 ‘위대한 소원’이 이 영화를 연출한 남대중 감독의 전 작품이라는 점과 그 책을 본 인물의 반응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JYP픽처스가 참여한 작품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듯, 영화의 중간에 JYP의 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또한 퓨전 사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재미의 한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은 대부분 가지고 있어서 저는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면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서, 상영관을 나가고 싶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나름 이준호 배우의 연기가 괜찮았고, 영화 자체가 퓨전 사극이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고증적인 측면보다는 단순히 즐기기에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영화의 장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이 부분은 재밌게 봤으니, 장점이라고 두겠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문제는 균형입니다. 이 영화는 사극입니다. 사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시대를 잘 재연하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그 시대에 말이 되는 이야기나 대화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극 코미디 영화인 [조선 명탐정]을 예로 들겠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사극의 말투를 유지하면서, 현대의 물건들을 당시에 실제 있을 법한 물건들로 재구성하여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혹은 역할을 나누는 방법도 있습니다. 영화 [해적]에서는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인물과 유쾌한 인물의 역할이 나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메인 스토리를 진지하게 진행하면서, 코미디를 보여주는 인물이 그 사건에 개입되면서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기방 도령]에는 모든 인물이 코미디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말투를 쓰는 인물도 사극의 말투를 쓰는 인물도 저마다 자신이 웃기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육갑이라는 캐릭터는 등장부터 특이해서, 영화에서 큰 기능을 하게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내내 이 캐릭터는 단순히 웃기기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였습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웃기기 위한 인물이 필요하긴 하지만 조금 뜬금없이 등장함과 더불어서 인물들이 왜 그를 품어주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물이 웃기려고 하는데 굳이 또 웃기기 위한 인물을 넣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메인 줄거리라고 부를 만한 줄거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신선하지만 부실한 소재에서 시작된 영화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한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미디 영화라도 인물을 움직이게 만드는 변화점이 필요하고, 이야기의 개연성이 필요합니다.

영화 [극한직업]은 인물들의 목표와 그들이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뚜렷하게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본 뒤에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방 도령]은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설명할 영화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준호라는 배우는 참 매력적인 배우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연기는 아직 모자라지만 영화 [스물]이나 여러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배우입니다. 적어도 이 영화를 통해서 그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주연보다 조연 배우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보겠다고 하는 분들을 말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면서 피식피식 웃을 수준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웃겨서 웃는 것보다는 조금 어이가 없어서 웃는 것이 더 많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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