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 샷] 리뷰
주인공이 국무부 장관인 만큼 미국 정치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을 하기 위한 노력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정치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영화 [바이스]처럼 특정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꼬집어서 하는 영화가 아니라 전반적인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물론, 영화 속 주인공이 여성 국무부 장관이라는 점에서는 ‘힐러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미디어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대통령은 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영화가 특정 정치인을 비하하거나, 특정 세력을 비난하는 것이 아닌 상식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다양한 의미로 통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프레드라는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캐릭터는 약간 무식하게 보이거나, 잃을 것이 없는 그런 인물들로 그려지곤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반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인 프레드는 기자로 이미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옳고 그름이 존재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옳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당당하게 비난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이런 캐릭터 때문에 보여주는 캐릭터가 뻔하게 느껴지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하려고 노력하는 인물로 비칩니다. 이런 캐릭터 때문에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샬롯의 문제에 대해 더욱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프레드가 정치권에 여러 쓴소리를 했던 기자로써 할 수 있는 과감함과 거침없는 생각이 그녀에게 새로운 영향을 끼치면서 두 사람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구조 또한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샤를리즈 테론’입니다. 제가 봤던 그녀의 영화 중에서 [매드 맥스] 이후 가장 인상적인 모습입니다. 국무 장관이라는 직함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카리스마 혹은 분위기를 충분히 살리면서, 프레드와 함께 하면서 조금씩 나오는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은 영화의 아주 큰 매력이 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을 붙잡고 ‘샤를리즈 테론’에 대해 물어본다면 거의 모든 관객들이 그녀의 매력에 대해 높이 평가할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더불어 다른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녀의 밝은 모습 또한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가 바로 이 장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인질 협상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그녀의 인간미를 본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자신감이 넘치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영화에 흥미가 가지 않더라도, ‘샤를리즈 테론’을 보기 위해 영화를 추천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체 불가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재밌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개에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를 보여줬다고 하고 싶습니다. 보통 영화에서는 어떤 사건에 보여줄 때, 이 사건이 어떤 지점에서 시작했고, 이 사건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설명이 지루하게 전개되는 영화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롱 샷]은 다소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정들은 과감하게 생략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이 예상했던 전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때 많은 웃음이 터집니다. 저는 극장에서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재밌는 장면이 등장해도 재밌다고 생각은 하지만, 웃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롱 샷]은 많이 웃으면서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영화가 가지고 있는 코미디의 정도가 괜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웃음은 취향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구강액션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조금 덜 할 수 있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롱 샷]에서 보여주는 코미디는 대중적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취향에 맞기 않더라도 왜 웃는지 이해가 되는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코미디의 향연 속에서도 영화의 메시지 또한 괜찮았습니다. 전형적인 결말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아이 필 프리티]라는 영화를 봤을 때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 코미디를 영리하게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 또한 그렇습니다. 교훈을 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서 억지스러운 결말에 다다르는 영화가 아니라 처음부터 할 이야기가 정해져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말 또한 상당히 깔끔하게 끝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메시지의 내용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끝까지 지키는 것과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현실과 타협한다는 이야기를 코미디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대부분 정치 영화에서 등장하는 코드로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여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인물의 고민이라는 진중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메시지가 없더라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가 있습니다.
분명 코미디 영화지만, 영화는 코미디만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다양한 매력이 담겨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에 몇몇 요소가 빠지더라도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이 가득 차있는 영화입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분들과 영화 속 메시지를 추구하는 분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이 됩니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트렌디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 나는 영화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