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자]는 유니버스 형식으로 기획된 영화로 앞으로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영화가 나올 것을 예고했습니다. 그 시작이 될 [사자]에게는 많은 책임감이 있을 것입니다. [신과 함께]가 한국에서도 유니버스 영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본격적인 시작의 첫걸음이 [사자]가 될 것이라고 보입니다.
우선 영화 [사자]는 다양한 코드가 혼합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가장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오컬트 장르를 제외하고도, 히어로, 공포, 액션이 결합된 나름 재미의 요소가 많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히어로물의 코드가 들어있는 것은 영화의 장점이 되면서, 유니버스를 꿈꾸고 있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오컬트 영화로 기대를 하고 보신다면 다소 실망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컬트 영화라고 부르기에는 오컬트적 요소들이 부족합니다.
유니버스로 가기 위한 선택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는 유니버스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입니다. 때문에 유니버스를 만들기 위한 첫 영화에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걱정이 되었던 것은 이 영화가 오컬트 영화라는 것입니다. 오컬트 영화는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호불호가 있습니다. 결국 몇몇 마니아 층에게만 사랑받는 영화로 끝난다면 많은 돈이 투자된 유니버스 영화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는 오컬트적 요소의 수위를 조금 낮춰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컬트의 요소는 반영하면서, 많이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장면과 같이 보기 힘들어하는 장면들을 조금 순화하여서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오컬트라는 느낌을 들 수 있도록 잘 조절했다고 보입니다. 오컬트 장르를 접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오컬트 영화의 입문용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는 구마 의식에 대한 과정 및 등장하는 설정에 대한 설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유니버스화를 염두하고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영화에 중요한 설정이 되는 부분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하지만 오컬트 장르만으로 풀고 가기에는 영화의 흥미가 조금 부족하다고 보입니다. 그 부분은 히어로 코드로 잘 접목시켰습니다. 영화의 예고편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박서준 배우가 연기한 용후라는 인물이 뜻하지 않은 계기로 특별한 능력이 생기면서, 안 신부와 함께 구마 의식에 참여하게 되는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의 과정이 히어로 영화에서 볼 법한 전개로 이뤄져 있어서 오컬트 영화로 시작된 이 영화는 히어로 영화의 색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서 오컬트 영화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미스터리와 공포 코드를 잘 접목시켰습니다. 공포 영화에서 쓰일 법한 전개가 어우러지면서 영화는 여러 장르들이 혼입 되었지만, 그 혼입이 어색하지 않은 영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이 영화는 여름 성수기에 개봉하기에는 좋은 영화입니다. 어려운 내용이 아닐뿐더러, 가벼운 공포 코드를 이용한 오컬트 장르와 히어로 영화의 전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굳이 따져보면 내용 자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몇 번의 구마 의식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이 행위가 캐릭터의 설명이 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하나의 큰 사건과 연결된다고 보기에는 그 크기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은 히어로물과 같은 요소인 인물의 결점이라는 부분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결핍은 히어로 영화에서 하나의 사건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보다는 인물이 성장하고 변화를 위한 도구로 사건이 등장하는 하나의 요소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사건 또한 인물이 성장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는 마블 영화의 솔로 영화들에서도 보이는 비슷한 전개 방식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이 영화 전체가 가지고 있는 큰 메시지를 담고 있기보다는, 인물이 스스로 결핍을 통해 발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용후의 가장 큰 결핍은 바로 아버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핍이 어떤 누군가의 행동과 맞닿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 지점부터 용후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그 변화가 영화의 시작이자 유니버스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하나의 큰 사건을 보여주기보다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설명과 구마 의식의 과정 등 앞으로 영화에 자주 등장하게 될 요소를 설명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 자체가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에 앞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액션과 능력의 표현
주인공 용후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표현은 필수적입니다. 격투기 선수라는 그의 설정은 영화 속에서 용후가 싸움을 잘하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그 설정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용후가 가지고 있는 이상한 상처를 통해 나타나는 능력 또한 표현이 잘 이뤄져야 합니다.
저는 그 액션이나 능력에 대한 표현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구마 의식에서 등장하는 악령이 깃들어 있는 사람에 대한 표현과 용후가 보여주는 액션도 괜찮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용후의 액션이 개성이 있거나 특별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다른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보통 영화에서 등장하는 액션 장면에서는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 및 편집을 통해서 빠른 템포의 액션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자]에서는 기교를 덜어낸 모습을 보여줍니다. 카메라의 클로즈업 없이 워킹을 통한 롱테이크 액션 장면이 등장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박서준 배우가 촬영을 하면서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지옥일 것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액션 장면은 꽤 긴 시간을 편집 없이 촬영하면서 오로지 배우들의 움직임만으로 표현되는 액션에서 그들의 노고가 느껴졌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 액션이 아니라 용후의 감정이 표현되어야 하는 장면이기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액션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교나 액션의 기술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입니다. 인물이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때문에 영화는 그 감정을 이어갈 방법으로 롱테이크를 선택했고, 용후의 액션 또한 상당히 기술적인 느낌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구마 의식을 통해서 악령이 빠져나가는 모습들의 표현 또한 가시적으로 잘 표현되었습니다. 누가 봐도 악령이 빠져나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오컬트 영화이자 구마 의식을 다룬 영화인 [검은 사제들]에서 보였던 모습은 구마 의식을 통해서 괴로워하는 구마자의 모습 및 목소리를 통해서만 보여주고 있지만, 가시적인 표현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사자]에서는 악령이 빠져나가는 모습이나 몸속에 악령이 숨어있는 모습에 대한 표현 그리고 인간에게 접근하는 악령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구마 의식에 대한 결과 및 이들의 능력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절충하려고 놓친 개성들
영화가 유니버스의 시작점인 만큼 대중적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포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컬트적인 요소를 부분적으로 포기했고, 액션과 구마 의식을 보여주기 위해서 스토리에 대한 부분은 조금 포기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가 매력적으로 보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소재에 대한 설명만 하다가 영화가 끝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전문직 드라마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사건이 생기고, 그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드라마의 큰 줄기와 매주 등장하는 사건들이 조금씩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그 고리들이 모두 맞추졌을 때 하나의 큰 미스터리가 밝혀진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서 매주 새로운 사건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해결을 빠르게 하여 지루하지 않게 합니다. 그와 더불어서 큰 맥락에서 미스터리가 등장하기 때문에 그 비밀을 알고 싶어서 드라마를 계속 보게 됩니다.
드라마에서는 다음 회차까지의 텀이 길어서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더라도 패턴이 익숙해지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영화는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때문에 반복적인 이야기 구조는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요소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3번의 구마 의식 속에서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며, 약간의 변주만 주어서 영화가 전개됩니다. 이렇게 되면, 관객들은 같은 영화 3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는 딱 한 번의 구마 의식이 등장합니다. 영화는 모든 것을 이 구마 의식에 집중합니다. 이 구마 의식만 40분이 넘는 시간이 할애가 되어 등장합니다. 적어도 관객들은 이 40분 동안은 숨죽이면서 영화를 봅니다. 영화는 이처럼 한 번의 큰 경험이 영화의 감상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큰 한방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컬트 영화라는 생각이 적게 듭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메시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영화는 내내 믿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믿음이라는 것은 결론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용우는 그 믿음에 대해서 점점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마지막까지도 신을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결국 영화는 신에 대한 믿음이 아는 사람에 대한 믿음,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끝맺음이 조금 아쉽습니다. 영화 내내 그렇게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종교적인 내용이라고 인식이 되어있던 관객들에게 ‘그 믿음은 종교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어’라고 하면서 생각을 뒤집을 만한 포인트가 없습니다. 그래서 액션과 구마 의식에 집중해서 본 관객들은 그 메시지에 대해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그 표현이 어려웠다면, 할리우드처럼 억지로라도 마지막에 내레이션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면서 끝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뻔하다고 느껴져도 할리우드 영화가 괜히 그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 메시지를 다르게 받아들여서 자신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느끼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죠.
영화는 주인공 용후에 대해서는 히어로, 안 신부는 오컬트, 악역 지신은 공포, 미스터리의 코드로 구성하여 다양한 영화의 느낌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이 3가지의 맛을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는 여름 성수기에 적당한 영화로, 보고 즐기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영화에 출연한 아역 배우를 위해서 촬영 후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지훈이라는 아역 배우인데 미래가 기대되는 배웁니다. 보면서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얼마나 흥행하고, 유니버스가 얼마나 구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형식의 영화들이 등장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전에 잘 만들어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첫 시작이 된 [사자]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 지루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의 설정을 구축하는 것에 있어서 최대한 납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것이 잘 이뤄져야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이 영화가 무조건 잘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다음 제작될 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졌다면 그것만으로 저는 이 영화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