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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Aug 01. 2019

영화 [엑시트] 리뷰

1차원적이고 밀도 있는 대탈출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시사회 직후부터 호평을 받던 영화가 있습니다. 재난 영화이면서 코미디 영화인이 이 영화는 CJ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CJ는 부진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랬던 CJ가 달라졌습니다.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사바하], [기생충]까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나름의 변화를 보여줬고, 그 정점이 될 영화가 [엑시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보아도 이 영화는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한국 영화에서는 흔하다고 볼 수 있는 욕설도 거의 없으며, 과도한 신파 또한 없습니다. 재난 영화에 꼭 등장하는 자신만 살겠다며  인물들을 배신하는 빌런도 없고, 탈출 과정에서 답답한 행동을 일삼는 고구마 캐릭터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오로지 재난 상황에 대한 탈출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재난 영화에서 등장하는 클리셰 또한 상당히 절제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가 쉽게 예측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물들이 재난을 극복하는 상황 또한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을 2시간으로 맞추려는 대형 한국영화들과는 달리 103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상당히 큰 장점으로,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재난의 상황이 시작되기 때문에 재난 상황이 꽤 길게 등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를 20분을 더 본다고 했다면, 피로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경쟁작인 [사자]와 [봉오동 전투] 두 영화에서도 비슷한 단점이 보였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상황과 패턴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어떤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지루함이 아니라 피로감으로 다가옵니다.


재난이 발생하게 되는 순간부터 긴장감을 잘 조성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인물들에게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 주어지면서, 재난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장면부터 긴장감이 조성됩니다. 그리고 상황이 파악된 후에 인물이 혼란에 빠지면서도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탈출이 시작됩니다. 



재난 영화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탈출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위험에서 멀어지기 위한 과정에서 재미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엑시트]가 다른 재난 영화와 차별점을 가지는 점은 무언가가 떨어지거나, 갑자기 급습하는 등의 놀라게 되는 상황이 안 생깁니다. 유독가스라는 기체의 특성상 영역 및 위치가 보이기 때문에 조금씩 조여 오는 긴장감이 형성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이 모두 고지대에서 발생합니다. 차를 타고 도망치거나, 잘 숨는다고 해결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미 사방이 가스로 둘러 쌓인 건물의 고층부에 갇혀있던 인물들이 점점 올라오는 가스를 피해서 더 높은 건물로 올라가기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하고, 그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간적인 압박과 높이에 대한 압박 그리고 체력에 대한 압박으로 전해지는 아찔함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의 주인공이 마동석, 드웨인 존슨과 같이 천하무적의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도 영화의 재미 포인트가 됩니다. 만약에 그들이 높은 난간에 매달려 있거나 힘을 쓰는 상황이 생긴다면, 무조건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소 무리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활약에 필요한 최소한의 배경, 평범한 설정인 산악 동아리 출신이라는 인물들의 특징을 잘 이용해서, 클라이밍이나 산행을 통해 배워 온 그들의 노하우들이 영화에서 잘 나타납니다. 



트렌드를 잘 담아낸 영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나름 젊은 청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말씀드리자면, 요즘에 유행하는 취미생활이나 미디어 트렌드들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재난을 돌파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슷한 이유로 번번이 그 시도가 수포로 돌아갑니다. 그 비슷한 이유라는 것은 우리 생활에서 쉽게 여기는 행동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당장 제가 있는 곳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상황과 같은 상황입니다.   



두 배우의 케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정석 배우의 연기는 이미 많은 작품을 통해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기에 그의 활약은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연기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지 못한 임윤아 배우에게는 이 영화가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하게 들리는 그녀의 연기가 영화의 흐름을 깨지는 않았습니다. 

의주는 적당한 정의로움과 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평범한 캐릭터입니다. 용남이라는 캐릭터 또한 그렇습니다. 뭐하나 특출 난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더욱 공감되는 것입니다. 뛰어난 힘이나 명석한 두뇌가 아닌 산악 동아리를 통해 배웠던, 매듭법과 기술처럼 평소에는 쓰이지 않지만 영화와 같은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숨겨진 그들의 기술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 점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나 평소에는 별 볼일 없고, 특출 난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사람이 특출 나고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용남이라는 인물이 영화 속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임감과 더불어서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산악 동아리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는 더 빠른 시일에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용남을 무모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는 방법들과 생활 속 도구를 통해서 필요한 대체품을 만들고,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서 재난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는 생각도 못하고, 시도조차 못하는 일은 그는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기술이 빛나는 순간이 영화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의주는 그런 용남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 자신이 알고 있는 요소들을 이용해서 용남을 전폭적으로 지원합니다. 그리고 용남에게 뒤지지 않은 체력과 힘을 보여줍니다. 의주 또한 산악 동아리였던 점을 잘 이용했습니다. 



[엑시트]의 용남과 의주처럼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 및 능력이 있습니다. 그 능력을 평소에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능력이 쓰일 곳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단순히 용남과 의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용남과 의주를 제외한 사람들 역시 물건, 자산 혹은 영향력 등 자신이 가지고 있으며,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모여서 영화의 결말에 다다랐을 때는 모두가 영웅이라는 영화의 메시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를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엔딩 크레디트의 곡 선정은 영화의 끝을 깔끔하게 만들어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몇 번을 봐도 재밌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천만을 돌파한 4편의 영화 모두 영화를 본 뒤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2번 이상 관람을 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이라는 점도 이 영화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 성수기에 천만 영화가 탄생한다면 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벼운 분위기와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CJ 영화가 보여준 모습과 다르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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