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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24. 2018

[영화] 완벽한 타인

만약이라는 상상, 의외의 반전, 현실의 이야기


 시사회를 통해 먼저 본 이 영화는 가히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 가장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휴대전화를 소재로 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처참히 부숴버렸다. 소재는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떤 이야기로 말하는지가 중요했다. 이 영화는 소재의 활용만이 아니라 캐릭터 및 많은 부분이 괜찮은 영화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 대한 이야기다.



시사회를 가서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상영관에서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대충 본 것만 4~5개 관에서 진행되었던 것 같다. 배급사에서 영화에 대해 꾀나 자신 있는 모양이었다. 전날에도 시사회가 진행되었고, 예정되어 있는 시사회도 꾀 있고, 심지어 이번 주말 유료시사까지 진행한다. 과거 유료시사를 진행했던 영화를 생각해보면, [맘마미아 2], [나우 유 씨미 2], [너의 이름은], [부산행] 이 외에도 괜찮다고 하는 영화들이 유료시사를 진행해왔다. 롯데가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시사회에서 만난 배우들의 모습도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단순히,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괜찮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자신감은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탄탄한 각본이 빛이 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아주 큰 단점이 존재한다. 한 공간에서 영화의 80%가 진행되고, 계속 같은 인물이 나온다. 같은 배경에 같은 사람이 1시간 30분 이상 나온다. 단역도 없고, 엑스트라도 없다. 주연배우들끼리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영화다. 때문에 영화가 조금이라도 늘어지면, 이 영화는 지루해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단점을 완벽히 커버했다. 한 공간이 지루해질 것 같으면, 환기를 위해 인물이 이동하여 다른 각도에서 공간을 보여준다. 베란다로 나가거나, 주방으로 가거나 하는 변화를 준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공간 변화를 줄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캐릭터다. 이 영화에는 총 8명의 사람이 나온다. 이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자연스럽다. 영화의 맨 처음, 이들이 친하게 지낸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고 영화가 시작된다. 세 커플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나온다. 그리고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 석호(조진웅)와 예진(김지수)의 집에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방문한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고 올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등장할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영리하게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상황이 설명되고 있다.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 굳이 영화가 설명하려고 하지 않아도, 인물들이 알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것도 인위적이지 않게 말이다.


[완벽한 타인]이 재밌게 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7명의 캐릭터다. 7명의 캐릭터가 색이 아주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우리가 모르던 이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나온다. 그때마다 이 인물이 새롭게 보인다. 하나의 캐릭터지만, 어떤 이야기를 통해 이 인물이 새롭게 보이는 효과를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 입체적인 캐릭터 활용을 통해, 나중에는 어떤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예상이 안된다. 더불어, 이 영화의 주연배우 7명이 모두 연기를 잘한다. 한국에서 이렇게 집단 주연 체제가 완성적인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7명의 분량도 비슷하고, 어느 누가 모자랄 것 없는 꽉 짜인 조합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배우는 이서진 배우다. 여태까지 영화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영화가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욕을 잘한다’였다. 때문에, 시사회에서도 이서진 배우에게 욕을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많았다.


[완벽한 타인]은 겉으로는 숨기고 있는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 그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자연스럽게 줄 수 있는 것이 연기다. 배우의 자연스러운 표정이 가장 좋은 수단이라 생각한다. 그 점에서도 이 영화의 연기 디렉팅이 잘 된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영화인 만큼, 촬영 순서가 영화의 전개 순서와 비슷한 편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감정의 흐름이 괜찮았고, 배우들 또한 그 흐름에 잘 이어지는 것 같았다.


최근 개봉했던 몇몇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실망했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적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영화 속 인물에게는 진지한 상황이지만, 보는 사람들에겐 웃긴 상황이어야 한다.’

이 영화는 이 말을 완벽하게 실행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성, 폭력 등 보이기에 자극적인 소재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웃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기다렸던 코미디 영화가 이런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이 영화는 억지스러운 웃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웃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코미디를 더욱 살려주는 것이 긴장감이다. 누구가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이다. 전화나 카톡을 누군가 보게 된다면 괜히 긴장되는 상황. 그 상황이 이 영화의 주된 소재다. 때문에, 문자나 전화가 올 때마다 관객들도 덩달아 긴장하게 된다.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살리고, 그리고 그 긴장 뒤에 어떤 사실이 밝혀질 때, 느끼게 되는 놀라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코미디까지 아주 매끄럽다.


그런 이 영화가 좋은 영화로 느끼게 해주는 것은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것이다. 그들이 왜 그것을 숨기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무엇이 이 상황까지 만들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까? 아무리 친하더라도 그 사람은 완벽한 타인일 뿐이다.


사실, 이 영화를 리뷰하면서 스포일러를 감행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이 시점에는 안 본 사람이 더 많을 것이고, 영화 내용에 대해 모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때문에, 이번 리뷰를 쓰면서는 내용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 더불어, 아직 안 본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를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이 영화의 초반부에 남자와 여자에 대한 비교를 하는 이야기를 한다. 재치 있게 이 영화의 주된 소재를 비유하여서 이야기를 한다. 이 비유를 듣고, 인물들이 쓰는 핸드폰에 집중해보자. 영화 내내 핸드폰이 나오니, 아마 모를 일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기억이 맞는다면 이 영화에 음악은 한 음악만 쓰인다. 이 음악이 몇 번 쓰인다. 이 음악의 제목이 어떠한 인물의 각오와 맞아떨어진다. 누구나 다 아는 음악인데, 제목을 모를 수 있을 것 같다. 끝나고 제목을 찾아보면, 소소한 재미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이 영화의 결말이다. 마지막을 보면 ‘설마 그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다. 맞다. 그 장면 맞다. 감독이 스스로 오마주 했다고 밝힌 장면이다. 그리고 그 오마주가 잘 들어맞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걸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할까?’ 그리고 본 결말은 아주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보지 않은 결말이었는데 가장 이상적이면서, 인상적인 결말이다.


네 번째로 이 영화는 커플끼리 보면 안 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커플만이 아니라 조금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랑 보면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물론, 영화의 소재 자체가 사람의 비밀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영화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이 영화 속의 비밀이라고 나오는 내용들이 영화 속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당히 현실적인 비밀이다. 그리고 비밀이 나오는 과정이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나온다. 그냥 웃다가 갑자기 ‘어?’ 이렇게 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친한 사람과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완벽한 타인]은 대사가 엄청 많다.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이 더 많다. 필히, 영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자막 읽기 어려운 영화인 [미스 슬로운] 마냥 빠르고 양 많은 대사는 아니지만, 이 영화가 한국 영화라는 것에 감사하면서 봤다. 외국 영화였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애초에 쓰려고 계획했던 내용과는 다르게 쓴 것 같다. 결론적으로 [완벽한 타인]은 편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무언가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가면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충분하다. 예측하는 것들이 빗나가고, 결말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최근에 개봉했던 [퍼스트맨]은 영화적으로 좋지만 모든 사람이 보기에는 조금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모든 사람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좋은 시기에 괜찮은 영화가 개봉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오랜만에 괜찮은 한국상업영화를 봐서 기분이 아주 좋다.



4.5 / 5  만약이라는 상상, 의외의 반전, 현실의 이야기


P.S


글을 다 쓰고, 올리기 위해 정리하다가 포스터 속 인물들의 시선을 다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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