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 리뷰
진짜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원더우먼 1984] 이후 한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극장에 갈 일이 없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극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가 픽사의 [소울]이라는 점도 오랜만에 나선 극장 나들이가 기분 좋게 느껴지는 이유였습니다.
[소울]은 이전에 [인사이드 아웃]과 [토이 스토리 4], [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 등 픽사 애니메이션의 연출하고 있는 피트 닥터 감독의 영화입니다. 외모에서 느껴지는 느낌부터 픽사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같지 않나요?
제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감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이 영화가 감독의 전작인 [인사이드 아웃]에서 느낀 감정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픽사 영화의 대부분은 사람이 살면서 접하기 어려운 세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편입니다. 특히나 [소울]은 사후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도 이전 영화에서 조금 더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어김없이 이런 세계관을 보여준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매력적인 스토리입니다. 픽사 또한 그것을 가장 중점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하는 메시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가 설정한 세계관과 메시지는 상당히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흔히 말하는 ‘지나고 나서 보이는 것들’이라는 말처럼 일상의 소중함이 주된 메시지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이 사라진 현재 시국과 상당히 어울리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순 일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분명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많은 생각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스토리적으로 상당히 진보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기술력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픽사의 스토리는 항상 좋은 모습을 보였고 많은 분들이 이 점에 대해서 언급하셨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다른 부분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픽사의 기술력입니다. 이전 작품이었던 [온워드]의 경우 현실 세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와 닿는 점이 아니었는데, 인간 세계를 다루는 [소울]을 볼 땐 실감 나는 애니메이션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적인 예로 물건의 광택에 캐릭터가 비추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피부 질감의 표현도 상당히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불쾌한 골짜기라 불리는 구간에 대한 회피는 잘 이뤄졌습니다. 사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애니메이션 속 사람의 모습이 실제 인간과 비슷해지면서 애니메이터는 이를 피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캐릭터의 개성이 강조된 얼굴형으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탄했던 점은 그런 표현과 더불어 사후세계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제리와 테리의 표현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인 [소울]에서 선으로만 이뤄진 2D 캐릭터의 등장이 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2D 캐릭터의 입체감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런 점은 기술적인 표현 이전에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에 놀랐습니다. 덕분에 알 수 없는 존재의 느낌이 직관적으로 다가와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의 스토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만 해보자면 기존 픽사 영화와는 다르게 신파적인 부분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과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저에게 많은 위로를 해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하게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로는 한동안 다소 잠잠했던 픽사이기에 기대를 조금 내려놓고 영화를 봤는데 누군가의 인생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여건이 되시는 분들이라면 혹시 안 된다 하시더라도 억지로라도 시간을 만들어서 관람을 하시더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그런 영화입니다. 영화 관람 전에 나가는 것이 귀찮아서 조금 시간을 끌었는데 안 봤다면 크게 후회할 뻔했네요. 만약 극장에서 못 보신다면 VOD 출시 후에라도 꼭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지금까지는 스포일러 없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도 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원치 않은 분들은 영상 시청을 여기까지만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세계관과 디테일한 설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태어나기 전의 세상에 대한 표현입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세상이죠. 영화의 후반부에 22번에게 큰 감동을 주는 부분이 바로 느낀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중반까지만 해도 22번의 반응들이 처음 겪는 일에 대한 신기함 정도로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서는 그것 하나하나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이는 하나의 목표를 쫓은 조 가드너와 대척점이 되는 상황이죠.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서만 달려가는 그렇기에 그 꿈을 이룬 뒤에를 생각하지 못한 조 가드너에게 22번이 보여준 감동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하지만 세잎 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 우리는 행복 사이에 있는 행운을 찾으려 한다’ 저는 이 말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자주 생각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보며 사소한 것에 행복한 삶을 살려고 합니다.
사실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소한 것에 행복하려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여러분들도 익히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코로나라는 상황 때문에 평범하던 일상이 사라진 상황이죠. 하다못해 햇살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도 즐길 수가 없습니다. 마스크도 불편하고 방역 수칙도 지키려고 하다 보니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집에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관점을 조금 더 확장시키면 인생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 수 있습니다. 조 거드너의 상황을 대입해보면 성공적인 재즈 공연을 마친 뒤에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지만 그것은 한순간일 뿐이었죠.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되는 재즈 또한 그런 메시지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가 됩니다. 다수의 영화에서 재즈를 소재로 삼는 이유는 재즈가 가지는 자유로운 때문입니다.
졍해진 무언가를 수행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그들의 재치나 연주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관객들 또한 즐기는 것이죠. 하지만 조 가드너는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영화의 초반 공연에 대한 연락을 받은 조 가드너의 모습을 보면 더더욱 메시지에 다가가게 됩니다. 마치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를 보는 듯 주변 상황이 어쩌든 간에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달려갑니다. 그렇게 주변을 살피지 않았기에 열린 맨홀 구멍에 빠지게 된 것이죠. 그런 모습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더 큰 공감을 일으켰을지 모르겠습니다. 종종 무엇을 위해 사는 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많은 고민을 하던 분들에게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언제나 정답은 비슷하지만 인간의 뇌구조상 당장의 행복을 위한 것들만 신경 쓰게 되어 있으니 쉽게 잊히기 마련입니다.
정리하면 [소울]은 상당히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꿈을 위해서만 달려가는 사람과 그 과정에서 돌아보지 못하는 것들 누군가에겐 감동의 순간이지만 그것마저 무뎌진 현대 사회 사소한 일상에 대한 감상과 꿈을 이룬 뒤에 찾아오는 허무함과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고민까지 상당히 철학적이고 지루한 이야기라 볼 수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그런 고민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공감을 하면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상당히 가벼운 톤으로 풀어낸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메시지에 대한 무게는 충분히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장면 하나를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가드너의 몸에 들어간 22번과 가드너 고양이가 뉴욕 거리에 멈춰있는 장면입니다. 멈춰있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흘러가는 대로 둔다면 내가 원하는 곳과 다른 곳으로 가지는 않을까?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않으려고 버티는 것은 아닐까 등 다양한 생각이 들었던 장면입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환승역에 있으면 사람들이 가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나중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장면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동안 봤던 픽사 작품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