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 아신전] 리뷰
이번에 공개된 [킹덤 - 아신전]은 [킹덤]의 기존 플랫폼인 드라마가 아닌 영화이 형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거기에 ‘아신전’은 스핀오프나 외전이 아닌 ‘스페셜 에피소드’라는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일 겁니다. 이는 ‘아신전’을 끝까지 본다면 왜 ‘스페셜 에피소드’라고 명명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본편의 이야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보고 보기는 그 연결고리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아신이라는 캐릭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마치 아신이 좀비들을 조종하는 듯한 모습으로 시즌 2가 마무리가 되었고, 아신전은 그것을 어느 정도 설명하는 콘텐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편의 내용을 보충 설명하는 느낌으로 제작이 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본편에서 연장되는 이야기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의 순서로도 아신전은 [킹덤 시즌 1]의 이전에 발생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본편을 보지 않더라도 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시간의 순서로 본다면 이것이 가장 먼저 일어난 일이죠.
하지만 생사초에 대한 설명이나 아신전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본 편을 보지 않으면 별로 놀랍지 않을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본편을 다 보신 뒤에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신전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배신당한 그녀의 우아한 복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신전을 보실 분들이라면, 배신을 한 주체가 누구인가를 중점적으로 보신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아신전은 시즌 1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시즌 1에서 등장한 좀비에 대한 표현과 미스터리 및 공포에 대한 표현들이 상당히 잘 만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것이 카메라와 사운드적인 부분입니다. 상당히 역동적인 움직임이 사용됨과 동시에 어두움을 표현하는 것에 상당한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킹덤이라는 시리즈 전체적으론 어둠에 대한 표현에서 최소한 조명으로 연출이 되는데, 이러한 작업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극장이 아닌 곳에서 접하는 영상이다 보니, 주변에 빛이 많은 환경에서 본 다면 화면에 담긴 피사체가 잘 안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것은 킹덤이라는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특징이기 때문에 '아신전'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죠.
더불어 음향효과 및 음악도 보는 맛을 더해줍니다. 한국의 악기들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음악 소리가 긴장감을 더해주면서도 사극이라는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보는 맛이 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스토리를 구성함에 있어서도 복선이 적절하게 사용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이곳저곳에 여러 떡밥들을 뿌리고, 그것을 회수하는 것이 결말에 다다랐을 때에 시청자에게는 놀라움을 선사하고, 인물에게는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복선이 될만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기억할 수도 없게, 비중이 없게 다뤄서도 안된다는 것이죠. 한 마디로 적당하게 노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적당함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죠. 아신전의 결말까지 보고 난 뒤에 이전에 등장했던 복선들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말을 보기 전에 A로 해석이 되었던 것이 마지막에는 B로 해석되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이 본편의 시작이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한 마디로 아신전은 사초의 출발과 조선에 좀비가 창궐하게 된 이유 그것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의 등장보다는 이전에 등장한 이야기의 보충설명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있으셨다면, 이 이야기는 다소 실망스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아신 전이 킹덤 시즌 3의 기대감을 높이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시즌 3에는 아신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에 김은희 작가는 아신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시즌 3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과거의 이야기라서 설명이 어렵다고 판단 스페셜 에피소드의 형태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김은희 작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단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드라마로 제작되던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것부터 상당히 독특한 시도라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킹덤]은 한 편의 드라마라는 느낌보다는 넷플릭스 콘텐츠라는 이름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라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는 아신전의 스포일러를 포함할 예정입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 분들은 여기까지만 시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신이라는 캐릭터는 여러 해석이 가능한 캐릭터입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킹덤이라는 전체 이야기로 본다면, 조선에 좀비를 창궐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아신전으로만 한정한다면, 아신이라는 캐릭터의 행동에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계기가 있습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번호 부락’이라는 곳은 조선에 사는 여진족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살고 있던 아신이 잠시 마을 밖으로 나갔다 온 사이에 마을이 초토화가 되면서 함께 살던 사람들이 모두 죽게 되는 끔찍한 일을 겪게 됩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 조선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고, 오로지 자신만의 복수를 위해서 온갖 추태와 불합리함을 참아가면서 시간을 보내왔던 것이죠. 그런데 알고 보니 자신의 마을 사람들을 죽인 것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아신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신에는 목표가 생긴 것입니다. 자신의 마을을 멸망하게 한 조선을 자신의 손으로 멸망하게 하겠다는 것이죠. 킹덤의 본편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역병 환자와 조학주 대감이 속해있는 해원 조 씨 중에서 누가 진짜 조선을 망하게 하는 좀먹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이죠. 역사적으로 봐도 외부의 세력으로 인해서 한 나라가 멸망하는 것보다는 내부의 세력 타툼으로 인해서 나라가 타락하게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국 조선의 좀비라는 존재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싸우게 되는 구도를 만든다는 것인데, 이것은 결국 같은 조선사람끼리 싸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외부의 누군가가 손쓰지 않더라도 내부에서 싸우다가 자멸하는 결과를 만든 것이죠.
아신전에 등장한 구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에서 살고 있는 여진족은 아신은 번호 부락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조선과 여진족 모두에게 천대받는 그런 인물들입니다. 조선에서는 야만족이라며 천대하고, 여진족은 조선에 살고 있는 배신자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을 멸망시킨 존재는 같은 여진족인 파 저위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조선이 두 집단의 갈등을 부추겼다는 것이죠. 같은 인종이지만 다른 곳에 산다는 이유로 같은 곳에 살지만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번호 부락 사람들을 천대한 것이죠. 결국 이런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인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의 범위를 조금 더 키우자면 권력층을 위해서 무참히 희생된 이야기 국가의 이익을 위해 희생된 약자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아신전에서는 조범일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본편에서도 등장했던 이 인물은 종 2품의 무관직인 금군 별장입니다. 이 인물이 번호 부락 주변에 있는 폐사군에 들어온 여진족을 모두 죽인 인물입니다. 폐사군에 있는 산삼을 캤다는 이유로 모두 사냥하듯이 죽인 것이죠. 때문에 그를 모시던 민치록이 그가 여진족을 죽였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 호랑이가 그들을 죽였다는 소문을 퍼뜨리게 합니다. 그 거짓말을 시작으로 하여서, 번호 부락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파저위에게는 번호 부락 사람들이 그들을 죽인 것이라는 거짓된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파저위가 번호 부락을 없앨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 뒤에 찾아온 아신을 거둔 이유도 아신을 내부에 두어 진실을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신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앞으로 킹덤이라는 콘텐츠에서 아신은 안티 히어로라는 포지션에 놓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충신으로 등장한 인물인 민치록은 나라는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즉, 충신이라는 캐릭터가 본편에서는 긍정적으로 느껴진 것과는 달리 아신에서는 자신의 충성심을 위해서 약자를 이용하는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그래서 시즌 1,2에서는 선과 악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던 것에 비해 시즌 3는 그 경계가 조금 더 모호해지는 이야기가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아신전이라는 스페셜 에피소드가 많은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신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민치록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어, 충신이라는 캐릭터의 없지만 그것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약간의 디테일을 알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
드라마로 제작되는 콘텐츠가 영화라는 스페셜 에피소드가 등장한 것이 한국에서는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의 마블도 영화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풀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드라마를 선택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 한 편의 영화로 규정지을 수 없는 하나의 콘텐츠, 세계관으로 등장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