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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숏폼의 한계

네이버 클립, 유튜브를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

by 따따시

같은 영상, 다른 분위기

헬창 아빠가 프로틴과 분유를 타고 있다가, 잘못해서 아기에게 프로틴을 주었는데 아기가 순식간에 근육질이 되는 쇼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유튜브였으면, “프로틴 효과가 좋은데 공유점…” 과 같은 유쾌한 분위기일 것 같지만, 네이버 클립에서는 “아기에게 단백질은 신장에 안 좋습니다”와 같은 진지한 반응이 달렸습니다.

같은 영상인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른 것일까요? 이러한 부정적인 분위기 때문에 네이버 클립에는 점점 손이 가지 않게 됩니다.


네이버 클립의 분위기가 부정적인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숏폼 소비 방식의 차이

이제 숏폼은 전 연령대가 즐기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젊은 세대가 영상을 1~2초 만에 판단하고 넘기는 '빠른 탐색형' 소비를 선호한다면,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한 영상을 끝까지 보거나 오래 머무는 '긴 호흡형' 소비에 익숙합니다. 적어도 5~10초까지는 더 지켜본다는 것이죠.


이러한 소비 방식의 차이는 댓글 문화로 이어집니다. 젊은 세대가 숏폼을 '놀이'를 위한 가벼운 공간으로 본다면, 네이버의 주 이용층은 콘텐츠를 '미디어 교과서'처럼 여기며 진위 여부나 적절성을 따집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콘텐츠에서 '의미'와 '교훈'을 찾으려는 한국적 정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유희나 장난을 위한 영상에 대해 "그래서 얻는 게 뭐냐"는 비판적 시각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피식대학’의 하이퍼 리얼리즘 코미디를 예로 들면, 콘셉트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저 "어줍지 않게 난리 치는" 영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 쇼츠 및 여러 콘텐츠에는 목적성보다는 그저 유쾌하거나 재미있는 콘텐츠도 다수 있습니다.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콘텐츠도 인기가 있는 것이죠. 학교 쉬는 시간, 출퇴근 시간을 포함한 잠깐 짬이 날 때 시간을 보내기 좋은 것이 이러한 콘텐츠입니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보다는 그저 재미가 중요한 것입니다. 맥락이 없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기존 미디어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이런 콘텐츠가 애들 장난 같이 느껴질 겁니다. 맥락도 없고, 흐름도 없고, 의미도 없으니까요. 반대로 TV 예능은 무슨 재미로 보느냐고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TV 예능은 생각보다 형식이 잘 갖춰져 있는 콘텐츠입니다. 출연자가 나와서, 자신을 소개하고, 누구와 만나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목표가 명확하죠. 여행이든, 일을 하든, 힐링을 하든 말이죠. 이런 흐름에 익숙한 분들이 흐름과 맥락이 없는 콘텐츠를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2. 추천 알고리즘의 차이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시청자를 세밀하게 분리합니다. 특정 크리에이터를 구독했거나, 유사한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영상을 먼저 보여줍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영상의 맥락을 미리 이해하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클립은 불특정 다수에게 콘텐츠를 무작위로 노출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일단 지나가는 이용자라도 잡아야 하기에 아무한테나 영상을 노출하는 것이죠. 이는 팬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콘텐츠의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다 보니, 가볍고 유쾌한 연출도 진지한 평가의 대상이 됩니다. 결국,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제작의 동기를 잃고, 플랫폼의 분위기는 점점 더 부정적으로 흐르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영상의 첫 댓글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도 분위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영상을 접했을 때, 그 영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첫 댓글인 셈입니다. 유튜브에서는 "역시 이 크리에이터!"와 같은 가벼운 댓글이 첫 댓글로 달리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네이버 클립에서는 "아기에게 단백질은 신장에 좋지 않습니다"와 같은 진지한 댓글이 먼저 달리며, 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비평'과 '팩트 체크'의 영역으로 이끌어갑니다. 이는 마치 TV 예능에 등장하는 자막이나 내레이션처럼, 영상의 맥락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댓글이 대신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 스토어와 연계한 커머스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는 더욱 치명적입니다. 반려동물 용품 영상이 반려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노출된다면, 그 영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영상은 안 보면 그만이지만, 커머스는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타겟팅'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클립의 현재 알고리즘은 플랫폼의 핵심 비즈니스 목표인 커머스마저 실패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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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가지 않는 플랫폼의 딜레마

결국 네이버 클립은 유튜브와는 다른 부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영상 자체는 재미있을 수 있지만, 댓글을 보는 순간 즐거움은 반감되고, 이는 결국 플랫폼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듭니다. 플랫폼의 성패는 유저의 손에 달려있고, 그 유저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이 놀기 위해서 만들어진 놀이터에 비행 청소년이 지속적으로 머무르면서, 점점 어린이들이 접근하지 않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 클립이 나아가야 할 방향

네이버는 뉴스, 검색 등 '정보'를 위해 방문하는 포털입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 메인에 노출되는 클립 콘텐츠는 포털의 '진지한' 분위기와 충돌합니다. 네이버 클립은 '숏폼'이라는 콘텐츠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네이버의 '치지직'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치지직은 네이버 메인 검색창 하단에 버튼 형태로 존재해, 스트리밍에 관심 있는 사용자만 능동적으로 찾아오게 만듭니다. 이는 '문턱'을 만들어 어느 정도는 아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네이버 클립도 이처럼 네이버라는 포털과는 성격이 다른 '분리된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영상을 노출하는 전략으로는, 숏폼 특유의 유쾌한 문화와 팬덤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클립은 현재 유입 자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 노출하는 대신,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와의 연동을 강화해 '소수의 매니아'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치지직과의 연계 강화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치지직 시청자들은 스트리밍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스트리머를 찾는 데 적극적이기 때문입니다. 클립이 치지직의 쇼츠 역할을 담당하고,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유치하는 허브가 된다면, 네이버 클립은 한국을 대표하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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