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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Dec 19. 2018

[영화] 로마

한 가지 이야기 속 다양한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한국에서 극장 개봉을 한 두 번째 영화입니다. 전작인 [옥자]의 경우 봉준호 감독이 자국인 한국에서 극장 개봉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 사실을 넷플릭스에게 요구를 했고, 넷플릭스 역시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극장 3사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상영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인터넷에 공개가 되어있는 콘텐츠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재개봉은 왜 하는지 참…. 극장은 극장 시설을 통해 영화를 보는 곳이지, 단순히 영화만 접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영화를 접하는 공간으로만 생각했다면 극장은 이미 망했을 것입니다. 좋은 시설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생각에서 극장에 가는 것이지, 단순히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면 집에서 봐도 무방합니다. 지금 최근에 개봉한 [로마] 역시 넷플릭스를 통하면 누구가 접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무료로 접할 수 있는 콘텐츠죠.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로마]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넷플릭스를 경쟁사로 생각하는 극장 3사의 횡포로 밖에 안 보입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이런 마케팅이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화제를 만들면, 넷플릭스 점유율이 아직 높지 않은 한국에서 꽤 많은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위한 상영관을 확보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이런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로마]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선, 이 영화의 제목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는 영화의 제목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특히, 이 영화 제목은 ROMA입니다. 이 제목은 이탈리아의 도시 로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이 단어의 뜻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먼저, 표기에 따른 영어로 해석을 해보면, ‘집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 속 클레오, 물과 파도, 비행기와 연관 지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 언어인 스페인어로 보면 교황의 권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남자들을 빗대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ROMA는 여성명사로써 여성의 이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 뜻을 찾아보면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이 ROMA라는 단어 안에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수도 있지만요….


영화의 첫 장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타일로 되어 있는 바닥이 한참 나옵니다. 이런 장면들은 많은 영화에서 쓰이는 패턴이긴 합니다. 하지만, [로마]에서 놀라운 것은 이 위로 물이 지나간 후의 피사체가 아예 달라진다는 겁니다. 카메라는 가만히 땅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화면 속 피사체가 달리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그냥 메마른 땅이 물이 지나가자, 하늘이 됩니다. 그리고 그 하늘에는 비행기가 지나갑니다. 이 비행기들도 일관성 있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갑니다. 영화의 주된 코드로 나오고 있는 물과 땅, 그리고 건조함과 습기, 물 웅덩이 이런 코드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마치, 물이 흐르듯 말이죠. 흘러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그것을 거슬러가는 장면이 마지막에 나오면서 그 장면이 더욱 의미가 있게, 우리의 가슴에 와 닿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물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느끼는 느낌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기 때문에 그 방향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생각이 다릅니다. 이것은 아무 무의식적인 부분이라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인물이 이동하는 방향에 따라서 우리가 불안하게 느끼기도 하고, 안정감 있게 느끼기도 합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것을 아주 효과적으로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마치,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연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물이 지나온 삶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그래서, 항상 바다나 파도는 화면 속에서 같은 방향에 위치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영화 공부를 하면서 배웠던 것을 실제로 보니 느낌이 색다릅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개똥입니다. 이 개똥의 모습이 마치 이 영화 속 여성들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표현이 조금 격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싸질러진 개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극 중, 클레오는 임신을 하게 됩니다. 이것을 알게 된 그녀의 남자 친구인 페르민은 그녀를 두고 도망갑니다. 그녀는 개똥과 같은 신세가 되었습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영양가가 있고 쓸모가 있을 때는 가까이하다가 그 영양가가 없어지고 귀찮아지자 버려진 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짓밟기도 합니다. 그녀의 집에는 항상 개똥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누구도 그것을 밟거나 귀찮아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한 사람만 그것을 귀찮아합니다. 

그는 아주 권위적인 사람입니다. 동물을 박제하여 자랑거리로 여기고, 집 크기와 맞지도 않은 큰 차를 타고 다녀서, 주차를 할 때도 아주 신경을 써서 합니다. 그렇게 권위적인 사람이 자신의 가족들을 버립니다. 결국, 이 영화 속 두 주인공은 모두 남자에게 버려집니다. 하지만, 그녀의 아이들은 불행해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입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세상의 희망인 아이들을 끝까지 지키려는 자세입니다.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끝까지 아이들 키우려는 소피아와 수영을 못하지만,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바다에 들어간 클레오를 보면, 그들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 시선을 영화는 특별함이라고 과장하지 않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보여줍니다. 평범하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가 더 몰랐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항상 큰 일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그것을 더욱 신경 쓰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보이지 않은 작은 것들이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집에서도 자잘한 집안일들이 잘 처리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습니다. 모기에 물린 발처럼 작은 것이 상당히 귀찮게 만듭니다.


영화 속에 물 웅덩이가 상당히 자주 등장합니다. 처음부터 물을 이용해 청소를 하고, 물이 빠지지 않은 싱크대에 한 방울씩 물이 떨어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물론, 그 한 방울이 크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그 싱크대는 넘칠 것입니다. 그렇게, 영화 곳곳에는 많은 물 웅덩이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물 웅덩이들이 모인 것인지, 후반부에는 바다가 등장합니다. 물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클레오와 물이 같이 나옵니다. 그녀가 페르민을 만나러 갔을 때는 아주 건조하였고, 산불이 난 것도 소피아의 남편이 있을 때입니다. 결국, 그들은 쓸모없는 사람이었던 것일까요? 



여태까지 그가 연출한 영화들만 봐도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영화 [로마]를 보면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 영화에 모두 모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드런 오브 맨]이나 [그래비티]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이 영화에 모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이려는 모습이나 끝까지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들을 보면 결국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영화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은 누군가를 버리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영화는 우리에게 생각을 던지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상징화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것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상징이라는 것이 감독이 나와서 설명하지 않은 한 정답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성으로 영화를 이해하는 것이 좋은 영화 감상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기술적인 요소처럼 객관적인 수준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수준의 감상으로 이 영화를 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과 멕시코의 역사를 아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지배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처럼 보모와 함께 자란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자신을 키워준 사람에 대한 보답 같은 영화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들은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비교적 상징적인 것이 잘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감독이 관객을 배려했다는 것입니다. 관객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어 준 것이죠. 하지만, 문제 자체가 쉽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어려운 방정식이 아니라 사칙연산으로 풀 수 있는 응용력을 요구하는 문제 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어려운 영화가 아닙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이 영화의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 하다가,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4.5 / 5  한 가지 이야기 속 다양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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