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봐…”
출국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아이들의 적응이다. 나야 다 큰 어른이니, 게다가 엄마이니, 어떻게든 지지고 볶으면 답이 나오겠지만 출국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역시 '엽기적인 그녀들', 바로 우리 두 딸들의 적응 문제다. 영어유치원 출신에 영어책 리딩 학원도 꾸준히 다니고 있으니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감히 자부하지만, 국제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이 개성 강한 두 아이가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발리에서 쉼을 찾겠다'고 외치면서도, 막상 쉬지 못하는 나를 보면 답답하다 못해 한숨이 나온다. 누군가의 조언처럼 '거기서도 엄마는 엄마니까' 긴장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나의 쉼은 아이들의 안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까.
큰딸은 고지능 ADHD 진단을 받고 현재 콘서타를 소량 복용하고 있다. 남들이 똑 부러지고 뭐든 쉽게 습득한다고 부러워하는 모습 뒤에, 남모를 고민을 안고 있달까. 충동성은 거의 없지만 생각의 속도가 너무 빨라 스스로 어려움을 겪는 타입이다. 매사 예민하다 보니 태어나 지금까지 통잠이라는 것을 자본 적이 없을 정도이며, 먹고 자는 것조차 너무나도 예민하고,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에도 겁을 먹는 아이이다. 오죽하면 이 아이를 낳고 시중에 있는 모든 육아서는 나를 거쳐갔다고 자부할 수 있을 지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리에서의 1년 동안 욕심을 내보려고 한다. 새로운 학교에서는 치열한 경쟁심 대신 '누군가와 함께하는 즐거움', 그리고 사사로운 것은 가볍게 지나칠 줄도 아는 '무던함'을 꼭 배웠으면 하는 내 마음을 담임선생님께 전달하고 싶었다.
둘째는 첫째와 정반대의 성격이다. 급할 것 없이 느긋하고, 사람 좋고, 잠도 잘 자고, 잘 먹는 아이이다. 하지만 'K-장녀' 언니의 지나친 보살핌과 세상 야무진 언니의 그늘에 가려, 스스로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일이 크게 없었다. '나는 언니보다 못 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아진 것이 엄마로서 늘 마음 아팠다. 그래서 둘째에게는 오롯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빛을 발할 기회가 필요하다. 둘째의 담임 선생님께는 이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지, 그리고 뭐든 시작만 하면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는 아이이니 옆에서 격려와 칭찬을 마구 해주시기를 부탁하고 싶었다.
나의 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한 페이지 꾹꾹 눌러 적어 두 딸의 담임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다. 적어도 엄마로서의 도리는 다 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눈물겹다 정말 ㅠㅠ)
물론 저 편지가 '나의 모든 진심'은 아니었다. 선생님께 보냈더라면 당장 퇴짜 맞았을, 엄마의 진짜 속마음은 이렇다.
스스로 하는 태도는 기대하지 마세요.
점심은 잘 먹지 않을 거예요. 편식이 심하거든요.
귀는 항상 열어두시는 게 좋아요, 제대로 안듣는 것 같으면 계속 얘기하니까요.
하고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려요. 어차피 허락해야 하니 힘빼지 마세요.
웃고 있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수틀리면 지구 끝까지 쫓아옵니다.
가끔 이해안되는 핑계를 댈 때가 있어요. 발가락이 아파서 학원을 못 간다던가 하는…
그녀가 글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난해하더라도 읽으면서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