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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니 Aug 23. 2023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

과연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내 나이, 26살.

24살 대학 졸업 후 세 번의 이직을 걸쳐 현재 항공승무원 일을 하고 있다.

연애를 안 한 지는 어언 9개월 차.

처음이다. 이렇게 길게 혼자였던 적이.

항상 어떠한 문제로 헤어질 때쯤 새로운 사람이 옆에 있어주었고 그 사람의 지극정성에 사랑에 빠졌었다.


그렇게 나는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20대 중반을 살아왔다.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내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쉽게 살 수 있고, 친구들과의 자리에도 흔쾌히 카드를 내어줄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취준생일 때 제일 꿈꿔왔던 것이 1.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기. 2. 나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기. 였다.


그리고 지금 그 버킷을 모두 실현 중이며 연애를 안하는 지금 후자인 소중한 친구들과 한 달 전부터 약속을 잡아 계획적으로 수다를 떨고 있다.


이런 생활이 9개월에 접어드니

(아니, 날씨의 변화를 잘 느끼는 내게 가을이 오니)

너무나도 외로워졌다. 자취를 하다 보니 그런 걸까.

혼자 산다며 신나 했던 옛 시절에 비해 이 공간조차 이젠 춥고 적막하다.


항공승무원은 의외로 시간이 많은 직업이다.

비행할 동안은 피치 못하게 연락이 두절되지만, 스테이션에 도착했을 땐 긴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으며 장거리 비행 후 한국에서 이틀은 무조건 쉬니까 말이다.


뿐만 아니라 항공 승무원이 된 후 가장 놀란 일은, 소개팅이 정말 자주 들어온다는 것이다.

아나운서, 운동선수, 대기업 사원, 의사, 경찰, 변호사, 연예인 등등 나와는 전혀 다른 분야의 직장인들을 만나볼 기회가 많다.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말이다.


연애하기 힘들다는 '자만추'인 내게 소개팅은 큰 흥미가 없었지만 주변 좋은 사람들이 소개해주니 나가보았다. 하지만 끝은 결국 혼자였다.


'이유가 뭘까.'


맘에 들면 무언가 큰 단점이 보였고 지극정성 잘해주지만 정작 내 마음엔 들지 않았다. 주변에선 때론 내게 눈이 높지 않냐 묻는다. 마냥 인정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


나에게 연애란, 나 스스로를 알아가는 기회라 생각한다.

'내가 이런 감정일 땐 이렇게 행동할 수 있구나. 내가 질투가 없는 줄 알았는데 이럴 땐 또 질투가 있구나.' 등등. 나는 내 기준에서 연애를 많이 해보았다고 생각하기에 이젠 '모든 걸 맞춰가는 연애'보단 어느 정도 '나와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만나 오래 연애하고 싶다.


'정착하고 싶다.'


쉽게 만나고 싶지 않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내게 중요한 가치는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이젠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외적인 눈이 높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나는 나와 키가 비슷한 사람도 만나보았고 주변에서 '너는 정말 외모 안보는 것 같아'라는 소리도 들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내 전 남자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내 눈이 낮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 남들의 시선이 어떻든 내가 좋아하면 모든 게 다 멋지고 사랑스러워 보이니까.


이쯤에서 나는 연애를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본인이 만나고 싶은 이상형이 있다면 나 먼저 그런 사람이 되라고 하던데, 지금 이 시간은 미래의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 자신을 갈고닦는 시간인 걸까.


그래. 선택적 솔로이겠다며. 지금은 내가 좋은 인연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기간이고 싶다. 그리고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아름답게 마음을 쓴다면 자연스럽게 내 사람이 인연이 되어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롭지만, 지금은 혼자일 때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해하고 인연이 된다면 그때 내 사람에게 모든 사랑을 베풀고 싶다.


결론은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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