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고 싶소.

by 쑥쑤루쑥

소녀 시절 불혹을 떠올리면 '안정'이 늘 따라왔다.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유지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결혼해 무탈한 가정을 일구며, 평정심을 획득한 삶이랄까. 하지만. 두 번의 임신과 출산 앞에서, 일 잘한다고 인정받던 이 과장은 경단녀가 되었다. 외벌이 직장인 월급으로 4인 가정의 살림은 늘 빠듯했다. 결혼도, 임신과 출산도. 너무 늦지 않게 하였으나 무탈하기는 쉽지 않고, 내 삶을 통틀어 내 불안지수는 최고조에 달한 상태이다.


무엇이 날 이토록 불안하게 할까. 가장 큰 건 경제적 불안이다. 그늘을 딱히 바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큰 동심이가 태어나자마자, 내 자식은 나보다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을 단번에 이해했다. 거기에, 사촌 오빠와 아빠 일을 겪으면서, 가장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우리 집에 닥치면 우리 집은 어떡할까. 사촌 새언니처럼 나는 내 자식들을 건사할 수 있을까. 내 노년에 검소한 생활이나마 내 엄마만큼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정말 수없이 한다.


최근 몇 년 새 양극화가 더 심해진 걸 여러 면에서 체감한다. 오죽하면 벼락 거지란 말이 등장했을까. 돈이 스스로 일하게 할 만큼의 여력은 없지만 계획을 세우고자 남편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 집 가정 경제에 대한 이견이 꽤 큰 걸 알았다. 나는 애들이 커나가며 앞으로 지출이 더 커질 일밖에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후를 도모하자는 쪽. 남편은 우리 식구 다 같이 좀 즐기며 사는 부분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돈도 버는 거라는 쪽이었다. 물론, 남편이 흥청망청 쓰는 타입은 아니고, 나 역시 극단적으로 절약하는 악바리 주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공동체. 공동의 목표 없이 자산 증식은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우리는 여가를 위한 비용은 적정선을 정하고, 최근 내가 일을 시작하며 생긴 약간의 소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부부가 함께 절약하며 모은 돈을 각자 어떻게 자산화할 것인지 상의했다. 그리고 각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평균 수명은 길어지는 반면, 정년은 짧아진다. 40대만 돼도 몸이 이렇게 삐걱거리는데 몇 살까지 일해야 할까. 게다가 노후에 아이들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다. 경제적 자유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경제적 여유. 살림은 늘 빠듯하더라도, 유사시 우리가 기댈 언덕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기가 목표다. 10년 후, 20년 후 우리 부부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 손에 쥔 건 없지만, 원하는 모습에 가까운 모습이길 바라며. 오늘도 가계부를 점검한다.




사진: UnsplashRicardo Gomez 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