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늙어, 늙어간다고.

by 쑥쑤루쑥

평소 거울을 즐겨 보지 않는다. 하지만 봐야 할 때마다 요즘 내 모습이 낯설다. 너무 늙어버렸기 때문이다. 엄마 닮아 곱디고왔던 피부에도 주름이 내려앉았다. 그것도 꽤 깊고 선명하게. 웃다가 유리창에 비치는 내 모습에 흠칫 놀란다. 눈가와 입가에 주름이 너무 많이 져서다. 수술은 용기가 없고, 시술은 돈이 없으니, 보습에 조금 더 신경 써보는 정도로 불편한 마음을 수습해 보려는 요즘이다.


어제는 단골 마트에서 계산하려다 모니터에 보이는 CCTV발 내 정수리샷에 깜짝 놀랐다. 탈모인가. 왜 이리 훵하지. 안과에 갔다가 안구에도 어떤 병의 초기 증상이 보인다고 했다. 실명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병명이라 깜짝 놀랐는데, 노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정도라 아직까지는 괜찮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늙어가고 있다. 노화가 아니어도 다니는 병원이 많은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혼란스럽고 어딘가 마음이 불편한 상태로, 모처럼 일찍 퇴근한 짝꿍에게 하루의 일을 미주알고주알 속삭였다. 흥분도 했다가 웃기도 했다가, 의식의 흐름대로 내뱉는 아줌마 특유의 화법으로. 그러다, 활짝 웃는 남편의 얼굴을 봤다.


남편의 눈가와 입가에도 어느새 깊은 주름이 파였다. 구레나룻엔 은빛이 늘었고, 형광등 불빛이 정수리에서 반사되는 모습까지. 내 얼굴 어디에 주름이 있냐고 (안 보일리 없다. 립서비스다) 위로해 주는 어른이, 같이 늙어가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이. 기똥차게 위안이 되는 밤이다. 아마도 이렇게 우리는 파뿌리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사진: UnsplashMalin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