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동심이 이야기다. 3학년 초반에 영어학원을 관두고 수학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었다.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교과과정이 좀 애매해서였다.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를 더 배우고 있으려니, '쌍안경'과 같은 생전 쓸 일 없는 단어들을 아이가 익히고 있었다. 회화 같은 생활영어도 아니요, 우리식 입시 영어도 아닌 애매모호한 포지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3년만이다. 그 사이 엄마표 영어로 집에서 영어공부를 시도해봤다. 그러다 관뒀다. 관두길 잘했다. 영어 학원 비용 아끼는 대신 모자 관계가 파탄날 뻔했다. 그 많은 학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던 거다. 친구들은 영수는 필수 세트로 학원 다닌 게 N년차다. 영어가 구멍이 큰 상태로 중학교에 입학하면 힘들겠다 싶어 영어학원을 알아봤다. 그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주2회 2시간씩이다. 6학년에.
2주차라 뭐라 말하기 섣부르다. 일단, 아이가 힘들어한다. 자유시간 중 1주일에 무려 4시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체력도 힘에 부쳐한다. 그래도 어쩌랴. 그 동안 영어 대신 누린 자유시간이 무지막지하게 많았음을 상기하며. 이제라도 입시 영어에 올라탄다. 학원 숙제를 엄마가 일일이 체크해야 하는 게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거 하기 싫어 엄마표를 관뒀단 말이다), 더 늦지 않게 영어에 다가가는 것에 만족한다. 이후는 아이 몫이다. 이왕이면 수학처럼 영어에도 흥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딴 나라 말로도 저 좋아하는 세계를 확장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