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은 무척 힘든 한 해였다. 항불안제, 항우울제에 의존해 근근이 살아냈다. 골치 아픈 문제들이 많기도 했다. 틈만 나면 현실에서 도피할 준비를 하던 내게, 좋은 핑곗거리였다. 어떤 문제는 종결됐고, 어떤 문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그리고 25년 연말, 벼르고 벼르던 여행을 계기로 조금 회복된 것 같다.
정신과 약을 끊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무기력도 분명 개선됐다. 하루 한 스푼 찾기도 힘들었던 긍정에너지가 조금씩 작동하는 걸 감지하며 안도한다. 처음으로 아이들 방학이 무섭지 않았다(그렇다. 난 아이들 방학이 매번 진심으로 무섭고 부담스러웠다. 여태 그랬다). 반년 동안 끊었던 운동을 홈트로 가볍게 재개했다. 3월부터 아이들에게 많은 변화가 생긴다. 우리 부부에게 덮친, 2026년 첫 거센 파도에도 현재 진행형으로 대처하는 중이다. 여전히 피곤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상 속의 일들이 두렵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남편과 각자 고된 하루를 버텨낸 서로를 다독인다. 아이들에게는 늘 부족하지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 하루하루 지나다 보면, 또 함빡 웃음 지을 순간이 있을 줄로 안다. 그 과정이 매번 만만치 않을 뿐. 벌써 2달이 지났다. 깨발랄 쑥쑤루쑥으로 돌아왔노라 자신 있게 말할 순 없다. 그래도. 이만치 기운을 차린 게 어디야. 그런 마음으로 다시금 자판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