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증량이 있었다.

by 쑥쑤루쑥

정신의학과를 계속 다니고 있다. 벌써 반 년이 지났다. 그 사이 두 번의 증량이 있었다. 불안을 자극하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팔랑거렸다. 머리로는 그러지 않으려 했지만 끝내 현실도피를 일삼고 있었다. 졸리지 않은데 잠을 청했고, 쌓여가는 집안일을 외면했다. 삶의 작은 기쁨이던 일들에서 더 이상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할 일은 많은데 수시로 권태로웠다. 그런 구간을 지날 때마다 병원에서 약을 조절해주었다. 증량이다.


물론, 좋아지던 구간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긍정 에너지가 부족했다. 겨우겨우 어찌저찌 일상이 굴러만 갔다. 구멍이 숭숭 난 채로. 스트레스 관리란 없었다. 그저 누군가 던지는 거대한 눈덩이에 휘청거리는 내 모습만 있었다.


툭하면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는 날 보며 작은 동심이가 말했다. 엄마, 엄마는 게으르잖아. 내 평생 처음 듣는 말이었다. 문제는 충분히 그렇게 보일만했다. 우울증에 대해 아홉 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 머릿 속으로 구겨 넣었다. 귀찮았다. 마흔 중반에 심신의 힘이 떨어지는 건 너도 겪어봐야 알겠지 싶다. 아니, 내 아이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레절레. 짧은 말 한 마디에도 이토록 마음이 혼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내 모습이 참 싫다.






사진: UnsplashStormsee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