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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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던 책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1년에 한국인의 독서량은 평균 여덟 권, 미국인은 네 권. 제목은 이 실정에 제격이다. 아직도 책을 읽는다면 멸종되어가는 지구인이라는 재미있는 제목. 제목에서 느낌을 파악했을 법한 독자들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 조 퀴넌은 비판을 너머 독설에 가까운 책에 대한 이야기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 책에 대한 필자의 감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흥미로웠다'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다양한 경험을 하며 돈을 벌었던 그는, 다수의 언론 매체에서 자유 기고가로 활동해왔다. 다양한 매체들에서 서평을 작성해왔고, 독서 편력으로 출판 칼럼니스트로서의 명성까지 얻어낸 그다.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가능하다면 하루에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 매일매일 책만 읽고 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 이상도 좋겠다. 책 읽기 말고는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라고. 이 정도로 책을 사랑하는 책벌레인 그는, 7쳔여 권에 달하는 수많은 책을 접해왔기에 편력도 심하다. 책벌레를 너머 중독 수준에 처한 저자는 책을 우상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일까. 자신이 사랑하는 책, 작가가 아닌 타자들에 대한 태도는 잔인할 정도로 냉담하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다 쳐도 1년이면 고작 50여 권, 평생 2천 구너도 못 읽고 가는 아까운 인생, 뭐 하러 재미없는 책, 나쁜 책을 읽느냐는 주장을 펼친 그는 자신만의 좋고 나쁜 책, 독서 및 책을 둘러싼 모든 습관들을 고백한다. 필자는, 저자 특유의 신랄한 비판과 풍자 섞인 문체들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가령, 아래와 같은 문장들이다.


'내가 비록 책에 글을 써넣기는 해도, 형광펜 따위로 책의 미관을 해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대학생 때야 곧잘 그리기도 했지만 그런 개탄스러운 주입식 기법은 효과가 없다. 일단 변별력이 떨어진다. <맥베스>에서 기억할 만한 문장에 형광펜으로 줄을 긋기 시작했다가는 한 권을 다 형광펜으로 칠하고 말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는 대신, 감탄할 만한 문장들을 공책에 옮겨 적어둔다. - p. 31'


확고한 자신만의 독서법. 더하여, 저자는 베스트셀러라 불리는 책, 언론인들이 적은 책, 독서 모임, 전자책 등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표한다.


'책에 뭔가를 써넣으면서 얻는 기쁨은 내가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은 내게 부적이요, 죽음을 상기시키는 상징물이 맞다. 그러나 책은 장난감이기도 하다. 나는 내 책을 가지고 노는 게 좋다. - p. 30'


'그러나 평생 책과의 뜨거운 애정 행각을 일삼았던 이들에게 전차책은 무용지물이다. 우리가 만질 수 있는 책, 체취를 맡을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 p. 48'


위 문장들에서 저자의 명확한 호불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과 경외하는 작가 등에 대한 찬사는 대단하다. '이것들은 나의 연애편지다. 구체적 사물로서의 책은 나에게 소중하다. 책이 과거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그 존재로 정서를 풍부하게 고양하기 때문에 그렇다. - p. 46'


어찌됐든 이 책의 저자는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열심히 실천한다. 이처럼 책에 대한 열광적인 사랑을 표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저자만큼은 아닐지라도(혹은, 그에 버금가는),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경외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한다. 책벌레는 아니지만,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 고개 끄덕였다. 너무 좋은 문장들에는 '작가가 절대 하지 않는 짓ㅡ형광펜으로 줄 긋기ㅡ'를 해버렸다. 책이 꽤 두껍다. 하지만 소장 가치가 다분하다. 이유는,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책들을 새로이 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편력 심한 저자의 호불호에 따를 필요는 없지만 이 책은 책벌레들을 위한 사전과 같은 느낌을 주기에, 꽤나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


"책 읽기는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상기시키지." 물리학자 친구가 말했다.

"독서란 내가 언제라도 책을 펼치면 삶을 네 배로 살 수 있다는 의미가 있죠." 어느 어린이책 작가가 말했다.

"나는 책 읽기에서 희망을 얻어." 동료 기자가 한 말이다.

"내일은 오늘만큼 암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게 독서의 의미죠." 내 딸이 한 말이다. - p. 324


우리는 책이라는 사물 그 자체에 마법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전자책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말이 이해 안 가거나 바보 같다고 할지 모른다. 그들은 책이 자리만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귀여운 자식들도, 프라하도, 시스티나 성당도 자리를 차지한다. 나는 책의 미래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 p.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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