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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콤팩트하지만 임팩트 있는 'async' 발매 기념 공연 실황

지난 달,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관람하며 느꼈던 숭엄함을 잊지 못해, 이번 달 개봉을 예고한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관람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특별 상영 예매 소식을 접하자마자, 사운드에 특화된 영화관 예매를 서둘렀다. 그리하여, 지난 주말,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는, 2017년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mory)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의 공연 실황을 옮긴 다큐멘터리 영화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제작, 연출한 스티븐 노무라 쉬블 감독이 공연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낸 작품으로, 굉장히 콤팩트하다.

'콤팩트하다'는 표현은, 영화를 관람했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면면은, 시놉시스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는, 공연. 이것 하나만을 담았다.

'async'는 2017년 4월 28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됐다. 총 14개의 수록곡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카모토 류이치가 발매한 작업들 중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음과 음악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앨범이다. 소재는, 비동시성, 소수, 혼돈, 양자물리학, 인생무상 등과 같은 것들로, 앞선 단어들만 들어도 철학과 실험 정신이 깃들있음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에 직접적인 영감을 활동은, 사카모토가 존경하는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OST 작업이었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 앨범 작업을 요청할 때 단순한 음악 위주가 아닌, '소리를 쌓아서' 작중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주길 바랐다고 한다. 이때 얻은 영감을 토대로, 사카모토는 'async' 작업을 해나갔다.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는, 앞서 언급했던대로 공연 실황을 보여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풍성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먼저 감상하고 영화관으로 향할 것을 추천한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서는 사카모토의 음악 세계는 물론이거니와, 그의 일상적 세계관, 작업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기에, 'async'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스틸컷


이번 영화가 담은 것은, 단 200명 만이 관람 가능했던 '귀한' 공연 장면들이다. 실제로 관람할 수는 없었지만, 사카모토이 악기(사물)들을 구사하는 모습과, 연주 시 그의 몸짓과 표정들을 면밀하게 담아냈기에, 영화 관람에 대한 만족도는 충분했다. 특히, 영화가 담아낸 이번 공연이 그의 여느 공연들과 확연히 다른 점은, 기존에 해왔던 피아노, 전자음악 기반의 연주뿐 아니라, 다양한 '사물들을 활용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는 점이다. 이 공연에서 쓰인 사물들은, 현악기와 타악기가 되어 제목에 걸맞은 사운드의 주인공이 된다.



현장에서 구사해낼 수 없는, 낙엽 위를 걷거나 비 오는 날의 소리들 역시 사카모토가 '직접' 자연 '속에서' 얻어낸 것들이다. 자연 속에서 '온 몸'으로 소리를 발굴하는 과정은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 바람, 흙 등 자연의 다양한 소리들 역시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여긴 사카모토. 그에게 영감을 준 인물은, 이냐리투 뿐만이 아니다. 그가 평소에 존경해왔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작업 역시, 큰 영감을 준 인물이다. 수많은 음악인들이 존경하는 사카모토 역시, 누군가로부터 영감을 받아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의 공연은, 기존에 관람해왔던 음악 공연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다. 사물들을 두드리고 긁어내는 모습은, 사카모토를 '행위 예술가'로 착각하게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한 마디로, 'async' 앨범은 실험적이며 파격적이라는 것이다.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닌, 연주 장면들을 직접 봄으로써 하나의 예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숭고하고도 창의적인 예술가의 정신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이 영화. 나를 포함한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 엄숙하고도 풍미 가득한 작품이다.



영화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공연장의 모습에서 시작해, 사카모토가 공연장에 입장에 공연하는 모습,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다시 한 번 적지만, 콤팩트하다. 이 영화 어디에서도 사카모토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다. 공연 그 자체이기에,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즐기러 왔다고 생각하고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사카모토의 생활상과 음악 세계를 알고 싶은 관객들에게 권하는 작품은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이다. 이 작품을 먼저 감상하고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를 찾는다면, 사카모토라는 사람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집에서도 즐겨듣는 'Andata' 연주로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 나는 이상하게도 'Andata'를 들을 때면 눈물이 맺히는데, 이 말은 즉슨, 영호가 시작되면서부터 '울컥'했다는 뜻이다. 내겐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감동이었던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하루 빨리, 정식 개봉해 많은 사카모토 팬들에게 울림을 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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