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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 리뷰,
재미보다는 의미에 치중하다

욕망의 잔혹성 그린 팩션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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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시즌 개봉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들 중 하나인 <명당>을 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나봤다. '역학 3부작(<관상>, <궁합>에 이은)'의 마지막 작품인 이 영화는, '욕망의 잔혹함'을 그린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오락성(재미)을 갖춘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 <명당>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풍수지리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과 새로운 이야기를 엮은 팩션 사극으로, 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이야기한다. 조선 말, 천재지관 박재상과 왕보다 높은 권력을 누리던 김좌근(장동 김씨) 일가와의 대립을 통해 욕망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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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는 것은 '땅'. 좋은 묏자리를 찾아 나서는 인물들은 그야말로 권력의 욕망으로 뒤덮인 파렴치한들이다. 명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는 권력과 사욕을 채우기 위해 살인까지 감행하는 잔인함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사욕을 채우기 위해 대의를 거스르는 이들을 그린 영화들은 많다. 모든 영화(삶)에는 인간 본성인 욕망이 존재하는데, 이는 스크린 속에만 존재하는 환상이 아닌 '현실 반영'의 결과다. 요즘에야 사회적 욕망의 소재들로는 권력 외에도 많은 것들이 생겨났지만, 옛 시대에서는 권력을 잡고자 하는 것이 최고의 욕망이 아니었을까. <명당> 속 인물들이 그 '힘'을 갖기 위해 혈투까지 일삼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는 말이 있듯 좋은 터와 권세 모두를 거머쥐고자 하는 이들의 욕망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진다. 하지만, 땅과 권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좁은 자리를 꿰차기 위해 인물들은 혈투 뿐만 아니라 '암투'까지 벌인다. 이 점이 <명당>의 볼 만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유는 이 과정에 나름의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혀를 내두를 만한 요소들도 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이들의 선악이 무너지는 모습들. 씁쓸하고 애달픈 감정선을 자극하는 장면들이었다.


궁극적으로 <명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욕망의 장단점이다. 세상 모든 것에 양면성이 있듯, 욕망 역시 그러하다. 누구든 이왕이면 좋은 조건을 갖추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하지만, 이것의 도가 지나칠 경우엔 화를 부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죽어서까지 욕망을 채우려는 권력자들의 고군분투.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휴머니티를 지닌 인물은 존재한다. 바로, 주인공 박재상. 그의 역할은, 무참하고 어수선한 권력 다툼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박재상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 위안받을 수 있었다.


<명당>의 체감 시간은 다소 길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유는, 묵직한 소재와 상황을 진지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해학과 풍자가 가미됐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과, '아, 이 장면!'하며 무릎을 칠 만한 킬링 포인트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오락성, 그러니까 '재미'를 찾고자 하는 관객들에겐 아쉬운 소리가 나올 수 있겠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욕망을 앞세운 잔혹한 행각을 벌이는 인간 군상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께는 권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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