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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 후기,
누구나 비밀은 있다

속초에서 태어나 추억과 우정을 쌓아왔던 친구들의 나이가 어느덧 마흔을 넘겼고, 지금까지도 그들은 친하게 지내고 있다. 비밀 하나 없다고 생각하며 절친한 우정을 쌓아온 그들. 하지만, 그 믿음은 어느 날 밤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네 명의 친구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 석호는 정신과 의사 예진과 결혼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가정을 이뤘고, 변호사 태수는 전업주부 수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레스토랑 사장 준모는 젊은 수의사 아내 세경과 갓 결혼해 신혼살이에 푹 빠져있다. 마지막으로, 선생이었다 백수가 된 영배는 최근 이혼 당한 상태다.



이들은 석호네 집들이에 부부동반(영배 제외)으로 모인다. 이들 일곱 명은, 예진의 제안으로 식사하는 동안 자신의 모든 휴대전화 알람(전화, 문자, 메일 등)을 공개하기로 한다. 식탁 위에서 언급된 '비밀'이라는 주제를 내건 이 게임. 과연 괜찮을까.


'당연히' 괜찮지 않다. 예상보다 더 극적인 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 짧은 시간 동안 34년을 이어온 믿음과 우정이 금이 가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부부 사이는 물론, 아내들 간의 비밀도 폭로되면서 서로의 관계는 엎치락뒤치락대기 일쑤다. 화기애애해도 모자랄 모임은 급기야 분노와 배신으로 얼룩지고 만다. 사실, 하나둘씩 밝혀지는 '막장' 요소들은 이미 익숙한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이 크다.



가장 가까웠던 이들이 최극단으로 멀어지는 과정. 과연 우리 모두는 저들에게 손가락질만 할 수 있을까. 우리라고 타인에게 비밀 하나 없을까. 그런 투명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누구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니까.


<완벽한 타인>은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공적이기도 한(타인과의 소통 창구인) 휴대전화를 통해, 우리의 자아를 꿰뚫어보게 만든다. 영화가 말하는 우리의 모습은 세 가지라고 한다. 공과 사, 그리고 비밀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예진의 대사처럼, 휴대전화에는 전화, 메시지뿐 아니라 쇼핑, 여가, 금융 기록까지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작중 주인공들과 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타인에게 들키면 안 될 은밀한 사생활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영화를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완벽한 타인>은 '웃픈' 영화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이지만, 우리네 삶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 인상적으로 기억될 것 같다. 작중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대사들은 관객들을 연이어 웃길 것이고, 씁쓸한 비밀을 접할 때면 충격과 애잔함 때문에 쓴웃음과 헛헛함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무리 집 밖에서 친한 관계라 할지라도 타인은 타인일 뿐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절친한 우정을 자랑하던 이들의 관계 또한 '완벽한 타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석호의 "모든 관계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대사처럼, 우리는 타인의 삶을 지적하거나 판단할 권리가 없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타인의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삶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완벽한 타인>. 충분히 재미있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이와 같은 블랙코미디는 국내 영화들에선 낯설었기에 더 좋았다. 우리 모두에게는 비밀이 있다. 또한, 비밀은 완벽하게 무장됐을 때만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타인에게 너무 많은 사생활(비밀)을 캐려고 하지 말자. 그러다보면 관계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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