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제목이 강렬한 책이다. 아마, 제목 때문에 공감대를 느껴 읽기를 결정한 독자들도 있으리라 본다. 재미있으면서도 왠지 짠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막상 책 속으로 들어가보면 독자평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뉠 것 같다. 너무, 격하게, 엄청나게 공감할 부류와 그다지 와닿지 않는 부류. 나는 후자에 가까운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부분에서는 고개 끄덕이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가슴 찡한 감동과 위로를 건네받기도 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가벼운 우울증을 앓는 저자의 진솔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다소 실망했던 부분은, 책의 3분의 2 남짓한 분량이 상담 내용으로만 짜여져 있다는 것. 뭐, 어떻게 보면 참신한 전개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꽤 쉽게 완성된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다는 뜻은 아님).
저자 백세희는 경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를 찾게 됐고, 상담을 통해 정신적 문제를 치유해나가고 있다(지금도 상담 중인지는 모르겠음). 10년 넘게 기분부정장애와 불안장애를 겪으며 힘들어했던 그녀가 전문의와 상담받은 내용이 '폭로'돼 있는 이 에세이. 우선, 자신의 결핍을 세상 밖으로 솔직히 꺼내보인 용기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의 결함을 숨기려 노력하지만, 저자는 내면을 만천하에 알리게 됐으므로(심지어, 이 책은 베스트셀러 덤에 올라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게 됐다). 상담 내용에 이어, 저자는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정리한 글을 통해 감정 정리와 앞날에 대한 다짐을 도모하기도 한다.
이 책이 몇 주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는 걸 보면, 우리가, 그리고 이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수많은 이들이 타인에겐 털어놓지 못하는 걱정과 고민들에 빠져있고, 이 책으로 하여금 공감대를 얻었다는 점이 괜히 슬퍼진다.
"결국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은 함께하는 거라고, 아주 오랜만에 가족과 여행 온 지금 더더욱 느낀다. 함께는 이타심이고, 결국 이타심은 이기심을 구원한다. 나로 시작하여 우리로 끝나게 하니까. 나와 함께하려는 너에게 감동해서, 나를 알아주는 너 없이는 안 되겠어서, 함께를 택하게 되니까. 함께 오해하고 나누고 공감하고 멀어지면서 현재를 살아나가게 하니까. 그게 어두운 숨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안도의 숨을 쉬어나갈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정도의 차이를 떠나, 요즘 많은 이들이 우울증 혹은 그에 준하는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시대 반영적인 에세이로 볼 수 있겠다. 또 하나 위로되는 점은, 생애 모든 것은 일면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울에도 순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힘든 분들에게 '괜찮다'는 위로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자존감 지수를 높여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괜찮아, 그늘이 없는 사람은 빛을 이해할 수 없어"
[책 속의 한 줄]
⛧전문의의 말
- 누군가의 말보다 자신이 좋고 기쁜 게 더 중요하죠.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보다는 내 욕구를 먼저 충족했으면 좋겠어요.
- 합리화를 왜 부정적으로 보세요?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예요. 자신의 상처나 결정에 대해 이유를 찾는 거니까.
⛧저자의 말
-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데 저한테는 엄청 콤플렉스인 부분이요. 저는 자존감이 낮잖아요. 그래서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정말 창피한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와 강박감이 너무 심해요. 제 얼굴이 싫고요. 예를 들면 제 얼굴을 평가할까 봐 애인의 지인들을 못 만나겠어요.
- 감정에도 통로가 있어서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자꾸 닫아두고 억제하면 긍정적인 감정까지 나오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