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읽고

독서에도 진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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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호기심에 불타오르던 때가 있었다. 그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것으로 선택했던 것이 독서였고, 무조건 많이 접하는 것이 결핍된 욕망을 채우는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했었다.


2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였다. 학과 공부와 멀어지면서, 책을 접하긴 해야겠는데 어떤 책을 선택하고 어떻게 읽는 것이 올바른 방식인지 몰라 그저 닥치는 대로 읽었다. 가장 유행하는, 그러니까 베스트셀러 자리를 석권한 책들을 구매해 닥치는 대로 읽었고, 완독 후 블로그 등 타인이 읽을 수 있는 곳에 감상문을 적음으로써 나의 방대한 독서량을 과시하는 재미에 휩싸였었다. 그때의 나는 진정한 독서를 했다기보다는 타인의 인정 욕구에 목말라 있었다.


새해가 되면 ‘일 년에 책 백 권 읽기’와 같은 막연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독서량이 많아질수록 나의 지식 축적과 내면의 성장도 완성될 줄 알았다. 하지만, 독서의 양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의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다독보다 정독에 집중한다. 타인에게도 이 점을 권장하기는 하지만, 나 역시 많이 읽어본 후에 정독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한 경우라, ‘다독하는 청춘’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안 읽는 이들보단 좋은 활동이며, 그들도 언젠가는 정독의 장점을 깨달을 날이 올 거라 믿기 때문이다.


소설『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한 번 더 짚어주는 작품이었다. 책은, 고서점을 운영하던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아버지를 여읜 린타로가 말 하는 고양이와 함께 미션을 수행해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린타로가 만난 세 명의 인물들은, 책을 자신의 명예와 돈벌이 수단이나 소모품 따위로 생각하기 일쑤다.


린타로가 가장 먼저 찾은 인물은 단시간에 책을 보고(읽는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을 듯하여) 칼럼 쓰기에 급급한 자칭 ‘지식인’이다. 그는, 한때 다독에 심취했던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만들었는데, 우스웠던 것은 자칭 지식인의 행동이 예전의 내 거울 같았다는 점이다. 많이 읽기 위해, 한 번 읽은 책은 쇼케이스에 가둬 다시는 꺼내 읽지 않는 습관. 그는, 스스로가 책을 아끼기 때문에 박물관의 유물처럼 책을 보관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책을 죽이는 일이다. 제대로 읽히지 않은 책은, 마치 관에 갇힌 죽은 물건에 불과하다. 작중 주인공처럼 책을 접한다면, 훗날 해당 책의 메시지는커녕 줄거리조차 기억하지 못할 게 뻔하다. 과연 이 활동을 두고 진정한 독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은 잃기 위함이 아닌, 지식이나 심적 울림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하지만, 단시간에 많이 읽어대는 것은 책의 힘을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린타로와 고양이가 다음으로 찾은 인물은 ‘책은 줄거리만 읽으면 된다’라고 주장하는 학자이다. 학자가 주장하는 바쁜 현대인들의 올바른 독서법은 책의 줄거리만 접하면 되는 ‘속독’이다. 그로 하여금, 작가가 써 내려간 세밀하고 단단한 줄거리는 잘려나간다. 책의 시작과 끝만 압축해 읽는 독서법. 어떤가? 우리는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인공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들과 그로 인한 복잡다단한 관계를 통해 삶의 다양성을 간접 경험한다. 내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와 사람들을 통해 세상의 다양성에 눈을 뜨고, 더 넓은 시야에 눈 뜨길 기대한다. 하지만, 그 중요한 상황들을 자른 채 책의 앞뒤만 접한다면 대개의 작품들에 대해 비슷하다는 결론만 내리게 되지 않을까. 가정해보자. 만약, 시작과 끝만 제시한 작품이 있다면, 그 책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가? 이런 편집본을 만드는 행위는 작가에 대한 모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린타로가 찾은 인물은 ‘팔리는 책을 팔아 이익만 남기려는’ 출판사 사장이다. 책을 소모품으로 여겨, 독자들에게 읽히고 팔릴 만한 책들만 제작해 책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사람이다. 사실, 서점에는 매일 무수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그 이유로,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고, 작가들 역시 자신의 공이 들어간 작품들을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출판사와 함께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간다. 이처럼, 서점가에는 수많은 작가와 독자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말은, 이 세상에는 수많은 세계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다양성을 처단한다면 우리의 세계관은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책은,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다. 책을 씀으로써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작가, 작가의 생각이 세상 밖에서 빛을 발하게 만드는 출판사, 책을 접함으로써 지식이나 세계관의 확장을 경험하고자 하는 독자. 이렇게, 책 한 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쓰고 유통하고 읽는 이들은 책을 ‘진정성 있게’ 대해야만 한다.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진심을 중요시하듯이 말이다.


진정성 있는 책을 다루는 습관은 ‘많이’와는 거리가 멀다. 많이 구매하고 많이 읽는 것보다, 면밀하게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 ‘양보다 질’이라는 것은, 비단 독서습관에만 한정 지을 수 없는 태도다. 가족을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는 물론이거니와, 하물며 먹고 입고 몸 누일 수 있는 모든 것에도 적용된다. 그러니, 진짜 책을 사랑한다면 그것이 지닌 힘을 헛되이 하지 않는 독서습관을 통해 ‘진정한 독서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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