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고, 특히 그 대상이 작가라면 '열혈히' 신작을 기다리며 '염탐의 맛'을 고대할 것이다.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제목부터 절실히 와닿았던 산문집이다. 물론, 우리에겐 사랑이 필요하고 또한 중요한 덕목(행위, 감정)이다. 하지만 그것이 생애 전부인 것마냥 호들갑 떨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사랑이 재미있는 것은, 내가 마음을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자애를 제외하고는, 대상인 타자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타인일 경우에는 상대의 감정선에 따라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사랑이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 크게 애달파할 필요가 없는 게 또 사랑의 일면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사랑을 하면 좋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짙어지고, 사랑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을 통해 인생을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어느 날 문득 알아 버렸다. 나는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코트를 입고 있고, 그 주머니마다 별다를 것도 없는 소소한 욕망들을 집어넣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의 삶에는 사랑 외에도 여러가지를 채워야 할 주머니가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얽매인다'고 생각될 수 있는 사랑 외에, 그보다 더 중요한 자신을 지켜야 할 권리 및 의무가 있다. 또한, 사랑의 대상은 이성(혹은 동성)에 해당되는 타인 외에도 다양할 수 있다.
사랑이 전부인 것마냥 말하는 사람도, 책도, 영화도 많다. 중요한 것은 맞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반드시, 무조건, 확실히 자각해야 할 것이다. 사랑 외에, 현재의 자신을 지키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는 취지에서 시작된 산문집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는 나보다 조금 더 인생을 더 산 언니가 해주는 쿨하고도 따듯한 글들로 구성돼 있다.
동성인데다, 공감 코드가 많아서인지 출퇴근 시간에 읽으며 히죽대던 소중한 시간을 안겨줬던 책이다. 덕분에,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있지 않은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온갖 시달림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 이 책을 통해 스스로 '괜찮아, 난 괜찮아. 충분히 멋져'라며 자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충분히 멋있는 당신인데,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