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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윙키즈> 후기,
딴쓰 이즈 매직!


우리네 인생에는 예기치 않은 역경이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힘 또한 주어진다. <스윙키즈> 속 역경은 전쟁이며, 역경을 극복하는 힘은 탭댄스다. 영화는 오합지졸의 탭댄스팀이 형성돼 성장하는 과정에서부터, 팀원들이 전시(戰時), 이념 등을 이겨내는 것까지 보여줌으로써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스윙키즈>의 배경은 1951년 한국 전쟁 시,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이다. 새로 부임해 온 소장이 공산주의 포로들에게 자유주의 이념을 입히기 위해 댄스팀을 결성하기로 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공산주의자들의 춤'이라는 선전을 내세우기 위한 계략이다. 이를 위해,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이자 흑인 미군 잭슨이 소장의 명령을 받아들이고 댄스팀의 리더가 된다.



이렇게 결성된 댄스팀은 오합지졸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하들에게 무시 당하는 리더, 포로수용소 내 최고의 말썽쟁이 로기수, 수많은 동생을 부양하는 여성 양판래, 유명해져서 전쟁 중 헤어진 아내를 찾으려는 강병삼, 중공 포로 샤오팡. 서로 다른 목적과 개성으로 모인 이 다섯 명의 팀원들이 합을 맞춰가는 과정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걸핏하면 반항하기 일쑤인 로기수는 댄스팀 내에서도 가장 큰 말썽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기수가 밉지 않은 건, 타고난 춤꾼이라는 점 때문이다.



리더에게 춤 대결을 제안하는 로기수의 배짱은 대단하다.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 없는 완벽한 탭댄스 실력을 자랑하는 잭슨과 기수의 춤 대결은 <스윙키즈>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한편, 캐릭터 창조에 탁월한 재능을 갖춘 강형철 감독에 의해 탄생한 팀원들의 톡톡 튀는 개성 또한 영화의 흥을 돋운다. 뚱뚱한 몸집으로도 유연한 춤사위를 곧잘 해내는 샤오팡, 여장부 근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양판래와 큰 형님으로서 팀 내 분위기 조율에 앞장서는 강병삼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이들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한 이들은 끝내 훌륭한 팀워크를 발휘해낸다.


탭댄스팀 '스윙키즈' 구성원은 국적과 성별, 이념 모두 다르다.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들은 발재간 하나로 뭉쳐 성공적인 무대를 완성해낸다. '빌어먹을' 이념 따위가 퍼져있는, 총 한 발에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마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즐기고 웃을 수 있는 '춤' 하나로 뭉친 이들의 이야기. 전쟁과 춤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배경과 소재를 통해,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키워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닐까.



폭력과 억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춤을 통해 자유와 평화를 이룩해나갈 수 있다는 것. 아픈 상황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있는 춤이 있다는 것. 이로 하여금 <스윙키즈>는, 끔찍하고 암담한 시대상황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흥겨움'을 선사한다. 이것이 '딴스의 매직'인 것이다.


영화는 귀에 익은 명곡들과 배우들의 춤사위를 체감 러닝타임을 단축시킨다. 하지만, 마냥 흥에만 젖게 두지는 않는다. 우리 민족의 뼈아픈 과거에 대한 설명과 그 상황을 극복해내려는 인물들의 몸짓을 매끄럽게 조율해낸 점에서 <스윙키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념과 갈등, 자유와 행복. 이 이질적인 배경과 소재를 통해 '더 큰 감동'을 전하려는 감독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는 이 영화. 연말, 가족과 함께 관람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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