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한 사회일수록
차별에 의한 상처가 깊다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중에서

시기심을 품는 것은 자신과 같거나, 같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같은 사람이란 집안이나 혈연관계, 연배, 인격, 세상의 평가, 재산 등의 면에서 같은 사람을 뜻한다. (…) 또한 사람들이 누구에게 시기심을 품는지도 확실하다. 왜냐하면 다른 문제와 함께 이미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시대와 장소, 연배, 세상의 평가 등 여러 면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질투를 느낀다. -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공평이나 공정과 정반대에 있는 차별이 이질성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차별이나 격차는 우리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동질성'이 높기 때문에 발생한다. 모스코비치는 인종 차별에 관해 날카로운 통찰을 남겼는데 파리의 대학에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치는 고자카이 도시아키 책에서 그의 지적을 만날 수 있다.


인종 차별은 오히려 동질성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와 깊은 공통성을 지닌 자, 나와 같은 의견을 갖고 같은 신념을 지니고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발견되는 불화는, 설령 작은 일일지라도 참을 수 없다. 그 불일치는 실제의 정도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타난다. 차이를 과장하고, 나는 배신당했다고 느껴 격하게 반발을 일으킨다. - 고자카이 도시아키 [사회 심리학 강의]


불평등이 사회 공통의 법일 때는 최대의 불평등도 사람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거의 평준화될 때 인간은 최소의 불평등에 상처받는다. 평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항상 평등의 욕구가 더욱 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알렉시 드 토크빌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토크빌의 지적은 우리가 공정한 조직과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데 도사리고 있는 본질적인 모순을 들추어낸다. 이러한 인식이 성립된 후에 우리는 한층 더 공정하고 공평할 것을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만약 조직과 사회가 공정하고 공평하다면 그중에서 하위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도망칠 길이 없다.


우리가 안이하게 궁극의 이상으로 내건 '공정하고 공평한 평가'는 정말로 바람직한 것일까? 그 이상이 실현되었음에도 '당신은 뒤처져 있다'고 평가받는 많은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자기 존재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그러한 사회와 조직은 정말로 우리에게 이상적인 것일까? 공정이라는 개념을 절대적인 선으로 받들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p. 246~249 중에서(야마구치 슈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