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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요한슨 사진전' 관람 리뷰

불가능을 가능으로! 초현실주의 사진 작가 '에릭 요한슨'의 작품과의 만남

에릭 요한슨(출처: 예술의전당 에릭요한슨전 홈페이지)


에릭 요한슨(Erik Johansson)은 스웨덴 출신의 사진작가 겸 예술가이다. 지금은 체코 프라하에서 거주하고 있다. 직접 작업에 필요한 사진을 찍고 그것들을 포토샵으로 결합해 초현실을 묘사해내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 현재 그의 작품들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사진展: IMPOSSIBLE IS POSSIBLE'은 작가의 전 세계 최초 대규모 전시이다. 대형 작품부터 메이킹 필름, 스케치 작품, 작품에서 활용된 오브제, 작가의 작업실,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신작들로 구성돼 있다.



에릭 요한슨의 상상력은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웠다. 사진 한 컷 안에 다양한 가치관이 남다른 구성과 기법들로 표현돼 있다. 1985년생의 젊은 작가는 포토샵을 활용한 이미지 조작을 통해 트렌디한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해오고 있다.


그렇다고 동화책이나 판타지영화에나 나올 법한 세계만을 그리지는 않는다. 'Full Moon Service, 2017'이나 'Cumulus & Thunder, 2017', 'Daybreaker, 2018'와 같은 사랑스러운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이 있는 반면 'Go Your Own Road, 2008', 'Demand & Supply, 2017'와 같은 진취적이고 현실적인 생각들로 갖춰진 작품들도 있다.


'Full Moon Service, 2017'
'Cumulus & Thunder, 2017'
'Daybreaker, 2018'
'Go Your Own Road, 2008'


작가가 영감을 받은 화가로는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마우리츠 에셔가 있다. 이들 모두는 대중에게도 익숙한 초현실주의 화가들이다. 세 명의 작가들이 그림으로써 초현실, 비현실을 그려냈다면 에릭 요한슨은 사진과 합성으로 다른 세상을 그려냈다는 기법의 차이가 있다.


에릭 요한슨은 현실에 없는 오브제들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한 것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이유는 그의 작품 속 배경과 구성 요소들 모두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찾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스웨덴, 체코 공화국 등에서 멋진 환경을 찾기 위해 걷고 또 걷는 그의 모습은 전시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가 영감을 받는 요소들은 현실적인 것들에 있다. 자연과 타 에술가들의 작품들 등 주변의 모든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는 에릭 요한슨. 물론 음악과 같은 무형의 가치로부터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것들은 우리들 모두의 주변에도 존재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같은 것도 남다르게 보는 시선'일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순간을 담는 것보다 아이디어를 캡처하는 것의 문제이다(It's more about capturing the idea than about capture the moment)."



작가의 말이다. 사진이라고 하면 단순히 보이는 것들을 담는 활동에 그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순간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것들을 작품 활동으로 잇는 것이 예술가들의 남다른 능력이라 볼 수 있다.


에릭 요한슨이 대단한 이유는 사진 촬영 기법이나 그래픽 활용법은 모두 독학으로 터득했다는 점이다. 공학도였다는 그는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엔지니어 일을 그만 두고 사진 예술가로서 전념하기 시작했다. 15세쯤부터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놀았다는 그는 찍혀진 사진에 무언가를 더하고 싶었다고 한다. 컴퓨터로 사진의 색감을 바꾸고 오브제들을 합성하는 등 기본적인 수정, 조작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거기에 재미를 붙이면서 예술가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전시회를 통해 에릭 요한슨이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영상,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찍어대는 사진은 수천장에 이른다. 셔터만 누르면 즉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다. 그렇다면 사진 작가들은 1년에 막대한 작품들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에릭 요한슨의 경우는 '아니다'. 그는 1년에 약 여덟 편 이내의 작품들만 내놓는다. 하나의 프로젝트 뒤에는 수많은 계획과 설계가 숨어있다. 사진에 대한 계획은, 특히나 초현실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여정은 험난했다.


'Impact, 2016'
'Cut Fold, 2012'
'Soundscapes, 2015'


전시 관람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평소엔 큰 관심을 두지 못했던 구름의 모양과 변화를 계속 관찰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등한시했던 것들을 달리 보이게 만들어 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The Cover-Up, 2013'
'Expecting Winter, 2013'


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나아가는 젊은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그의 더 힘찬 행보를 기대해본다. 전시는 9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주말 관람의 경우 대기 시간이 길 수 있으니 평일 관람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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