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걷고 구경하고 체험하는 여행도 좋지만 때로는 풍광이 좋은 환경에서 쉼을 만끽하는 힐링여행도 즐긴다. 올해의 내 삶은 질풍노도의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사다난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인지 '쉼'이 간절해졌고 힐링여행을 감행했다.
나만의 힐링여행 방식은 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 파묻혀 충분한 잠을 자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맛있는 간식을 먹고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골라 내면을 정리하는 것. 이번 힐링여행에서 찜한 도서는 신간 <컵오브테라피(당신,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다.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무기력해졌거나 염증을 느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다. 간결한 문구와 그에 걸맞은 일러스트가 그려진 따뜻한 책이다. 일러스트는 동물을 모티브로 하여 간결하게 그려졌다.
<컵오브테라피>에는 100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일상에서 겪는 분노와 좌절, 실망과 슬픔, 불안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사랑과 용기, 자신감,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로 풀어내고 있다. 그야말로 힐링 에세이다.
저자는 헬싱키에 사는 심리치료사 안티 에바스티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마티 피꾸암샤다. 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그들의 경험이나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컵오브테라피>를 완성해냈다. 여느 장르보다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힐링 에세이인데, 제작 과정까지 따뜻한 책이라 더 크게 감동받기도 했다.
세계에서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북유럽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찾은 에피소드인 만큼 읽는 매 순간마다 힐링받는 기분에 휩싸였다.
<컵오브테라피>를 읽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타인의 중요성'이다. 개인주의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우리는 타인에게 소홀하고 그들의 중요성을 잊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며 함께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가족과 친구, 연인과 동료가 건네는 '같이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즘 정신의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아픔을 혼자 끙끙 앓는 것은 더 큰 고통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이럴 때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아픔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책은 가족과 친구, 연인에게 털어놓기 힘들다면 상담사의 도움도 좋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에게 털어놓고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다.
사실 나는 혼자에 익숙했었다. 혼자 일을 해결하고 어려운 상황도 극복해나가는 것이 맞고, 강하다고 믿고 살아왔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나는 이전의 나와 달라졌다. 타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위로와 사랑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또한 외로움을 느끼는 강도도 커지고 있다. 이런 고민을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면 "너도 나이 들어가는구나" 혹은 "철이 들어가는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된 것일까.
얼마 전에는 친한 동생과 '말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와 나는 꽤 솔직한 걸로 정평(?)나 있었는데, 긴 이야기 끝에 내린 결론은 '이제 우리도 말 좀 가려서(생각해서) 하자'였다. 아무리 어떠한 말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타인에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타인을 성장시키고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컵오브테라피>에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메시지가 많았다. 덕분에, 당장 변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따뜻한 사람이 되어보자, 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
나는 <컵오브테라피>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따뜻한 햇살을 쬐며 읽어내려간 좋은 글귀들을 받아들이는 시간은 한동안 달콤한 추억으로 기억될 듯하다.
지금 마음이 괴롭고 복잡하다면 <컵오브테라피>의 일독을 권한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책이라 독서의 부담이 없다는 것도 힐링 도서로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