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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서적] 2020 트렌드 노트

벌써부터 2020년 트렌드북들이 쏟아지고 있다. 내가 가장 먼저 읽은 책은 <2020 트렌드 노트>. 이 도서의 특징은 소셜빅데이터에서 뜨고 지는 키워드를 통해 트렌드를 조망한 것이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 데이타를 통해 도출된 2020년의 트렌드 키워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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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변화하는 공간


요즘에는 꼭 식당이 아니라도 'OO맛집'이라는 표현을 통해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가령, 사진맛집, 분위기맛집, 조명맛집 등이 그것들이다. 어떤 것이든 '핫'한 것이 있다면 맛집이 되고, 이 맛집을 '인증'하기 위해 '인싸'들은 기꺼이 노력과 비용을 들여서 핫플레이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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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맛집'이 되기 위해선 어떠한 것들이 필요할까. 바로, 인증을 위한 '찍을거리'가 있어야 한다. 이제는 어떤 곳을 가더라도 사람들이 카메라를 든다. 전시회도 촬영이 불가한 곳들은 발길이 적다. 사진 인증이 가능한, 찍을거리가 있는 곳들이 '사진맛집'이 된다. 식당에 가더라도 맛보다 분위기(찍을 요소)를 찾는 것이 현대인의 욕구다. '힙'한 것이 있다면 그곳이 맛집이다. 한남동 디뮤지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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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찍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화는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집 안으로까지 이어진다. 다양한 경험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는 외부의 경험을 집 안으로 가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인테리어에 영감을 주는 줬던 핫플레이스에서 쓰인 가구와 소품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집 안에는 드롱기 커피머신, 발뮤다 토스트기가 있다. 홈카페를 만드는 것이 인테리어에 있어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매일 그곳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게재한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꽃과 과일 등을 활용해 연출하는 것도 포인트.


잊지 말자. 2020 공간 트렌드의 특징에 있어 중요한 점은 '찍어 올릴 만한 것'을 갖추는 것이다. 이들은 아름다움과 공유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2. 변화하는 관계


생활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키워드는 '1인가구'가 아닌 '1인용 삶'이다. 함께 살더라도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현 관계의 트렌드다. 그래서 게이밍룸, 리클라이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영감을 받는 장소는 호텔이다. 휴가의 형태에서 바캉스보다 호캉스가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현대인은 충분한 휴식을 위해 집 안에까지 호텔리시함을 끌고 들어온다. 이것이 끼니는 거르더라도 호텔 수건은 포기하지 못하는 행동을 취하게 만들었다.


혼자만의 시공간에 있어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반려'다. 반려동물,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지는 오래다. 하지만 요즘에는 '반려사람'이라는 용어도 쓰이고 있다. 이는 동·식물의 관점에서 사람을 표현하는 용어다.


한편, 인간에서 동족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들이 원하는 동족의 조건은 취미와 취향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는 두 가지 양상이 있다. 첫째는 기존 공동체에 대한 거부반응, 둘째는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탐색이다. 여기에 자기인식의 변화가 있다. 지금의 우리는 스스로를 '민감하다(예민하다)'고 언급한다. 이 단어는 소셜빅데이터 분석사전에서 부정감성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제는 '나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된 개인'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단어로 바뀌었다. 결코 부정적인 용어가 아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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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동체에는 이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 나를 침범하지 말 것. 둘, 나의 즐거움을 해치지 말 것. 셋,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할 것. 호구조사 등의 불필요한 것들은 없앴다. 오로지 '관심사만 공유'하는 느슨한 관계가 새로운 공동체의 특징이다. 이 공동체는 자기 정체성의 문제와 연결된다. 관심사를 기반으로 형성된 적극적 네트워크는 자신의 가치관과 소속감이 깃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2020년과 그 이후의 트렌드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로 'X세대 엄마, 변화하는 엄마'가 꼽혔다. 4050 여성들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그녀들은 자신을 챙기고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동기부여와 학습의 힘을 얻고 있는 그녀들은 가사일이라는 오랜 의무를 줄이고 새로운 도전을 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X세대 엄마들이 간직해온 '로망'을 반영할 수 있는 상품 및 콘텐츠가 필요하다. '취향 중심의 소규모 테마여행'을 기획해야 할 것. 그녀들은 건강보다 여행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데, 이와 같은 콘텐츠를 기획할 때 타깃은 그녀들의 딸, 즉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야 한다는 것. 그녀들은 강한 유대로 얽혀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3. 변화하는 소비


오늘날 사람들은 자기 취향을 드러내면서 굳이 남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음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취향은 자신의 취향으로, 타인의 취향은 타인의 취향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는 그의 작품 <갈매기>에서 오늘의 현상을 예측이라도 한 듯 이렇게 말했다. "취향에 대해서는 좋게 말을 하거나 아니면 아무 말도 마세요."


이제는 '취향템'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취향템을 부르는 나의 언어가 디테일하면 할수록 나는 굉장히 디테일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된다. 몇 천 원짜리 물건을 사더라도 디테일한 수식어가 사용되면 나의 취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은 취향템과 국민템을 함께 소비하는 모순성을 보인다. 내 브랜드와 제품이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우선 파악한 후 변주를 고려해야 한다. 변주를 통해 각각의 영역을 넘나드는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편, 현 시대의 소비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은 가격이 아닌 '시간'이다. 내게 특별한 시간, 의미 있는 시간에는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구매결정에서 가격의 중요성이 낮아진 또 하나의 이유는, 역설적으로 내가 부자가 될 가망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절대다수가 한두 푼 아껴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차피 소비할 것, 이왕이면 더 좋은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왕이면 더 맛있는 것, 이왕이면 더 편안한 것이 선택된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사람들은 #이왕이면 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며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생필품의 프리미엄화 트렌드를 가져왔다. 'oo계의 샤넬, 에르메스' 등의 말이 생겨난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지금 지불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는 최대한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니 이제 어중간하고 애매한 것은 지양해야 한다. '가성비'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저렴하려면 경쟁 브랜드를 압도할 만큼 확실하게 저렴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가성비를 잊어야 한다. 니즈를 충족시켜 준다면 가격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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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속성상 돈으로 살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이야말로 오늘날 가장 잘 팔리는 '환상'이다. 대한민국의 소비는 현재 크게 두 가지 갈래, 실용소비와 매력소비라 나뉜다. 기술 발전이 진화할수록 더 고도화된 타깃팅과 큐레이팅으로 소비자가 '사려고 하는 것'을 정확한 타이밍에 제시할 것이다.


효율이 보장되면 인간은 매력을 원한다. 삶의 효율은 충분히 높아졌고, 이제 '매력의 질'을 논할 때가 되었다. 매력의 질을 올리는 것은 스타일이 풍기는 감수성과 철학이다. 브랜드를 '인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나 또 영원히, '사람'은 브랜드의 중심에 있을 것이다. 열광하는 사람들의 '원픽(디렉팅)'이 중시 여겨지는 요즘, 매력소비를 이끌어내는 완성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에필로그

팬덤의 시대:

나는 누구의 엄마도 어느 회사의 고객도 아니다, 나는 그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설령 내가 어느 회사에 다니는 사람, 누구의 엄마/아빠라 할지라도 그 정체성만으로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나는 누구의 팬, 무엇무엇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팬으로 살아간다'.


마케터가 소비자를 인식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면 '아기 엄마 모여라'보다는 'ooo을 사랑하는 사람 모여라'라는 행사명이 상대를 더 이해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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